
이름부터 조금 특이하다.
Blue Lagoon.
칵테일 이름 같은데, 이번에는 술이 아니라 키보드다.
실제로 NuPhy는 Halo V2의 새로운 컬러를 만들면서 Blue Lagoon, Mojito, Sakura Fizz처럼 칵테일에서 가져온 이름을 사용했다.
색과 RGB 조명이 함께 보였을 때의 분위기까지 고려한 선택이라고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델은 그중에서도 NuPhy Halo75 V2 Blue Lagoon, 그리고 스위치는 NuPhy Lemon Tactile이다.
앞서 사용했던 GravaStar Mercury K1 Pro Cyberpunk가 금속 외골격과 사이버펑크 디자인으로 시선을 잡아끌었다면, Angry Miao / DRY STUDIO Ice Ring 63 RT는 강렬한 색과 독특한 구조에 Rapid Trigger까지 더한 게이밍 장비에 가까웠다.
Halo75 V2는 조금 다르다.
형태만 놓고 보면 훨씬 평범하다.
숫자패드가 빠진 75% 배열이고, 키보드 바깥으로 기계 장치가 튀어나와 있지도 않다.
그런데 책상 위에 올려놓고 RGB를 켜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진다.
짙은 파란색과 밝은 하늘색 키캡, 푸른색 알루미늄 프레임, 그리고 키보드 아래쪽을 따라 퍼지는 빛이 겹치면서 꽤 독특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사진으로 볼 때보다 실제 책상 위에 놓았을 때 훨씬 재미있는 키보드다.
그런데 며칠 손을 올려놓고 타이핑하다 보면 이 키보드에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Lemon 택타일 스위치의 손맛이다.
디자인: Blue Lagoon이라는 이름이 꽤 잘 어울린다
Halo75 V2 Blue Lagoon은 이름 그대로 파란색이 중심이다.
하지만 한 종류의 파란색으로만 만들어진 키보드는 아니다.
알파벳 영역은 비교적 짙고 차분한 블루이고, Shift나 Enter, 방향키를 비롯한 주변 키들은 훨씬 밝은 하늘색 계열로 나뉘어 있다.
하우징 역시 푸른색이라 전체적인 색은 상당히 통일되어 있다.
덕분에 화려한 색을 사용했는데도 장난감처럼 보이지 않는다.
GravaStar Mercury K1 Pro Cyberpunk처럼 구조 자체가 강렬한 것도 아니고, Ice Ring 63 RT처럼 눈에 바로 들어오는 오렌지색 프레임이 있는 것도 아니다.
대신 색의 농도를 조금씩 달리해서 분위기를 만든다.
그리고 이 디자인의 마지막 조각이 Halolight 2.0이다.
Halo75 V2는 반투명하게 설계된 ABS 하부 케이스와 외곽 조명을 이용해 키보드 아래쪽으로 RGB가 퍼지도록 만들어졌다.
조명을 켜면 단순히 키 사이에서 빛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키보드 하단 전체가 하나의 조명처럼 보인다.
내 책상 위에서도 이 특징은 꽤 분명하다.
키보드 아래에서 나온 RGB가 데스크 매트에 반사되면서 키보드의 실제 크기보다 조금 더 넓게 빛이 퍼진다.
특히 Blue Lagoon은 기본 하우징 자체가 파란 계열이라 파란색이나 보라색 계열 RGB와 상당히 잘 어울린다.
RGB를 끄면 비교적 차분한 파란색 기계식 키보드.
RGB를 켜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는 키보드.
개인적으로 Halo75 V2 디자인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75% 배열: 결국 매일 쓰기 편한 크기로 돌아온다
Halo75 V2는 ANSI 75% 배열, 83키 구성이다.
숫자패드는 없지만 F1부터 F12까지의 기능키가 따로 있고, 방향키도 독립적으로 남아 있다.
Delete나 Page Up 같은 오른쪽 편집키도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다.
이 배열을 여러 번 써보면서 느끼는 건 75%가 꽤 현실적인 타협점이라는 것이다.
60%나 65% 키보드는 확실히 작다.
마우스 공간을 넓게 확보할 수 있고 책상도 깔끔해 보인다.
하지만 문서 작업을 하거나 평소 컴퓨터를 여러 용도로 사용하다 보면 F열이 없는 것이 아쉬울 때가 있다.
반대로 TKL이나 풀사이즈로 올라가면 편하기는 하지만 키보드의 좌우 폭이 다시 커진다.
75%는 그 중간에 있다.
숫자패드는 과감하게 버리면서도 평소 자주 사용하는 기능키와 방향키는 대부분 남긴다.
그래서 게임만 하는 키보드가 아니라 웹서핑, 글쓰기, 사진 작업, 일반적인 컴퓨터 사용까지 하나로 해결하기 좋다.
특히 Ice Ring 63 RT처럼 압축된 배열을 사용하다가 Halo75 V2로 돌아오면 오른쪽 Shift와 방향키 주변에서 오는 편안함이 꽤 크게 느껴진다.
화려한 디자인보다 이런 평범한 편리함이 장시간 사용할 때는 더 중요하다.
알루미늄 상판과 반투명 하부: 풀 알루미늄과는 조금 다른 방향
겉으로 보이는 상단 프레임은 알루미늄이고, 하부는 빛이 퍼질 수 있도록 반투명 구조를 사용한다.
공식 사양상 무게는 약 1,020g, 크기는 약 320 × 135mm다.
75% 키보드치고 아주 가볍지는 않다.
책상 위에 놓아두면 타이핑하면서 밀리거나 흔들리는 느낌은 거의 없고, 들어보면 제법 묵직하다.
그렇다고 풀 알루미늄 커스텀 키보드처럼 금속 덩어리를 들어 올리는 느낌까지는 아니다.
이 조합이 Halo75 V2의 성격과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상단은 알루미늄으로 단단한 느낌을 주고, 아래쪽은 반투명 소재를 사용해 RGB가 퍼지는 공간을 만든다.
만약 하우징 전체를 두꺼운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다면 훨씬 묵직하고 고급스럽게 느껴졌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같은 Halolight 효과는 만들기 어려웠을 것이다.
Halo75 V2는 풀 알루미늄의 묵직함보다는 디자인과 조명, 타건감 사이의 균형을 선택한 키보드에 가깝다.
mSA 키캡: 둥글고 조금 높은데 생각보다 편하다
Halo75 V2에는 NuPhy의 mSA 프로파일 키캡이 사용된다.
일반적인 Cherry 프로파일과 비교하면 조금 더 높고, 키 윗면이 둥글게 정리되어 있다.
처음 보면 키캡이 통통해 보인다.
Blue Lagoon에서는 이 둥근 형태가 색상과 꽤 잘 어울린다.
각진 키캡이었다면 조금 더 차갑고 게이밍 키보드 같은 느낌이 났을 텐데, mSA 키캡은 전체 인상을 부드럽게 만든다.
손가락을 올렸을 때도 키 윗면이 너무 좁지 않아서 위치를 잡기 편하다.
다만 낮은 Cherry 프로파일이나 로우 프로파일 키보드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처음에는 키가 조금 높다고 느낄 수 있다.
Halo75 V2 자체의 전면 높이도 약 21.3mm이기 때문에 손목을 책상에 낮게 붙이고 타이핑하는 사람이라면 손목 받침대가 더 편할 수 있다.
그리고 NuPhy답게 스페이스바에는 GhostBar가 적용되어 있다.
스페이스바 내부의 빈 공간에서 발생하기 쉬운 큰 울림을 줄이는 구조다.
보통 기계식 키보드에서 알파벳 키들은 소리가 괜찮은데 스페이스바를 누르는 순간 갑자기 ‘텅’ 하고 큰 소리가 나는 경우가 있다.
Halo75 V2에서는 스페이스바가 다른 키들과 완전히 같은 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 유난히 혼자 튀는 느낌은 잘 억제되어 있다.
여기에 F와 J의 위치를 알려주는 homing bar에는 LED를 이용한 조명 기능까지 들어가 있다.

작은 부분이지만 NuPhy가 단순히 키캡 색만 예쁘게 만든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NuPhy Lemon Tactile: 이 키보드에서 내가 가장 재미있게 느낀 부분
내 Halo75 V2에는 NuPhy Lemon 스위치가 들어 있다.
분류는 Tactile, 즉 택타일 스위치다.
공식 사양은 작동압 55±15gf, pre-travel 2.0±0.5mm, 총 이동 거리 3.6±0.2mm다.
POM 스템과 PC 상부 하우징, PA66 하부 하우징을 사용하며, 21mm 듀얼 스테이지 스프링이 들어 있고 기본적으로 공장 윤활도 되어 있다.
숫자만 보면 조금 어렵지만 실제 느낌은 훨씬 단순하다.
키를 누르면 리니어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저항 없이 쭉 내려가지 않는다.
중간에 손끝으로 느낄 수 있는 작은 걸림이 한 번 들어온다.
그렇다고 클릭키처럼 ‘딸깍’ 하는 별도의 클릭음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이 차이가 택타일 스위치의 재미다.
앞서 기계식 키보드의 스위치를 정리하면서 리니어, 택타일, 클릭키를 나누어 설명했는데, Lemon은 그중에서도 택타일이 왜 타이핑에 재미를 주는지를 꽤 잘 보여주는 스위치다.
키를 눌렀다는 피드백은 분명하다.
하지만 클릭키처럼 소리까지 크게 만들지는 않는다.
그래서 손끝에는 반응이 오는데 귀에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내가 이전에 사용했던 GravaStar의 Speedy Mint 같은 리니어 스위치와 비교하면 차이가 더 분명하다.
Speedy Mint는 걸림 없이 빠르게 쭉 내려가는 느낌이 중심이었다.
반면 Lemon은 속도보다 한 번 눌렀다는 감각이 더 선명하다.
긴 글을 타이핑할 때 이 차이가 재미있다.
키 하나하나가 손끝에서 조금씩 구분되는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55gf인데 생각만큼 무겁지는 않다
Lemon이라는 이름 옆에 적혀 있는 55gf를 보면 꽤 무거운 스위치를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아주 가벼운 리니어 스위치와 비교하면 분명 저항감이 있다.
하지만 실제 타건에서는 무조건 무겁다고 느껴지는 타입은 아니다.
택타일 범프를 지나간 뒤 키가 자연스럽게 내려가고, 21mm 듀얼 스테이지 스프링 덕분에 손을 떼었을 때 올라오는 움직임도 비교적 빠르다.
그래서 한 키를 꾹 눌러보면 저항감이 느껴지지만, 실제 문장을 연속해서 입력하면 생각보다 리듬이 잘 붙는다.
개인적으로 Lemon의 장점은 바로 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택타일이라는 사실을 숨길 정도로 밋밋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매번 강하게 벽을 넘어가는 것처럼 부담스러운 택타일도 아니다.
분명 걸리는데 계속 치기 어렵지는 않은 쪽에 가깝다.
리니어 스위치가 너무 심심하게 느껴지는데 클릭키의 소음은 부담스럽다면 꽤 재미있는 중간 지점이다.
타건음: 클릭키는 아닌데 존재감은 분명하다
Lemon은 클릭키가 아니다.
그래서 청축이나 Kailh Box Jade처럼 스위치 자체에서 날카로운 클릭음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조용한 키보드라고 생각하면 또 조금 다르다.
키가 내려가면서 바닥에 닿는 소리와 다시 올라오는 소리가 있고, 택타일 특유의 또렷한 입력감 때문에 전체적으로 타건의 존재감은 분명하다.
Halo75 V2는 PCB 가스켓 마운트에 여러 층의 흡음 구조를 사용한다.
Plate Foam, Switch Pad, PCB Foam, Bottom Silicone 등을 이용해 내부 울림을 정리하는 방식이다.
덕분에 플라스틱 하우징에서 가끔 들리는 비어 있는 통울림은 비교적 잘 억제되어 있다.
그렇다고 무겁고 낮은 ‘둥둥’거리는 타건음만 나는 키보드도 아니다.
내가 듣기에는 Lemon과 Halo75 V2의 조합은 아주 낮은 thock보다는 조금 더 또렷하고 경쾌한 도각거림에 가깝다.
특히 알파벳 키를 연속해서 입력할 때는 각각의 소리가 크게 흩어지지 않고 한 덩어리로 정리되는 느낌이 있다.
GravaStar Mercury K1 Pro가 리니어 특유의 부드러운 흐름이 재미있었다면, Halo75 V2 Lemon은 각 키를 누를 때마다 작은 구두점을 찍는 느낌이 있다.
글을 많이 쓰는 사람이라면 어느 쪽을 더 좋아할지는 꽤 명확하게 갈릴 것 같다.
나는 이런 차이가 키보드를 여러 대 가지고 사용하는 재미라고 생각한다.
게임에서는 어떨까?: 충분히 빠르지만 Rapid Trigger 키보드는 아니다
Halo75 V2는 게임만을 위해 만들어진 키보드는 아니다.
그렇다고 게임에 약한 키보드도 아니다.
유선 연결과 2.4GHz 무선 연결에서는 1000Hz polling rate를 지원하고, Bluetooth에서는 125Hz로 동작한다.
데스크톱에서 게임을 한다면 유선이나 2.4GHz 동글을 사용하는 편이 좋다.
다만 Lemon 스위치의 pre-travel은 약 2.0mm다.
GravaStar Mercury K1 Pro의 Speedy Mint처럼 1.2mm에서 빠르게 입력되는 스위치도 아니고, Angry Miao Ice Ring 63 RT처럼 입력 지점과 Rapid Trigger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도 없다.
그래서 경쟁적인 FPS 게임만 놓고 보면 Halo75 V2 Lemon이 가장 공격적인 선택은 아니다.
오버워치 2나 발로란트처럼 A와 D를 짧게 반복하면서 빠르게 방향을 전환하는 게임에서는 키가 올라오는 순간 입력을 빠르게 끊어주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이런 빠른 방향 전환과 키 리셋만 놓고 보면 Hall Effect와 Rapid Trigger를 지원하는 키보드가 더 유리하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키보드를 게임에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도 하고, 글도 쓰고, 게임도 하고, 사진도 정리한다.
그런 식으로 하나의 키보드로 여러 작업을 한다면 Lemon의 성격이 오히려 편하다.
지나치게 민감하지 않아 실수 입력에 대한 부담이 적고, 게임을 할 때도 1000Hz 연결 덕분에 일반적인 사용에서 반응이 느리다는 느낌은 없다.
게이밍 특화 키보드라기보다 게임도 충분히 잘하는 기계식 키보드.
Halo75 V2에는 이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QMK/VIA: 예쁜 완제품인데 설정까지 열려 있다
Halo75 V2가 단순한 디자인 키보드에서 끝나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QMK/VIA다.
VIA를 이용하면 키맵을 변경하거나 매크로를 만들고 여러 레이어를 구성할 수 있다.
Windows뿐 아니라 macOS와 Linux도 지원한다.
키보드를 처음 구입한 상태 그대로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키보드를 오래 사용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런 기능이 아쉬워질 때가 있다.
잘 쓰지 않는 키를 다른 기능으로 바꾸고 싶거나, 특정 조합을 하나의 키에 넣고 싶거나, Fn 레이어를 내 방식으로 구성하고 싶을 때다.
완제품 키보드인데도 이런 부분을 사용자가 다시 정할 수 있다는 것은 꽤 큰 장점이다.
RGB 역시 SignalRGB를 지원한다.
처음에는 Blue Lagoon이라는 색과 Halolight 때문에 구입하는 키보드처럼 보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의외로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유선·2.4GHz·블루투스: 데스크톱과 다른 기기를 함께 쓰기 편하다
연결 방식은 USB-C 유선, 2.4GHz 무선, Bluetooth 5.0을 모두 지원한다.
그래서 데스크톱에서는 2.4GHz를 사용하다가 다른 기기에서는 블루투스를 사용하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배터리는 4,000mAh다.
공식 테스트 기준으로 조명을 모두 끄면 최대 307시간이다.
반대로 RGB를 모두 켜면 밝기와 효과 등에 따라 약 9~91시간으로 사용 시간이 크게 달라진다.
여기서 Halo75 V2는 조금 아이러니하다.
이 키보드를 가장 오래 무선으로 쓰려면 RGB를 꺼야 한다.
그런데 Blue Lagoon을 가장 Blue Lagoon답게 만드는 것은 RGB다.
특히 Halolight가 켜져 있을 때 키보드 아래에서 퍼지는 빛이 디자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꽤 크다.
그래서 나는 이 키보드에서 배터리 시간을 최대한 아끼는 것보다는 조명을 적당한 밝기로 켜놓고 사용하는 쪽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충전할 때 USB-C 케이블을 연결하면 되니, 책상 위에서 주로 사용하는 키보드라면 큰 문제는 아니다.
핫스왑: Lemon이 싫어져도 키보드를 바꿀 필요는 없다
Halo75 V2는 3핀과 5핀 MX 스타일 스위치를 지원하는 핫스왑 PCB를 사용한다.
납땜 없이 스위치를 뽑아 다른 기계식 스위치로 바꿀 수 있다.
이건 꽤 중요하다.
지금은 Lemon의 택타일 감각이 마음에 들어도 나중에는 부드러운 리니어가 쓰고 싶어질 수 있다.
반대로 Lemon의 걸림이 약하다고 느껴지면 훨씬 강한 택타일 스위치를 넣어볼 수도 있다.
클릭음이 상관없는 개인 공간이라면 클릭키 스위치로 완전히 성격을 바꿀 수도 있다.
키보드를 취미로 보기 시작하면 이런 선택지가 재미있어진다.
처음에는 완제품 하나를 샀을 뿐인데, 나중에는 스위치 하나를 바꾸고 키캡 하나를 바꾸면서 완전히 다른 느낌의 키보드가 된다.
Halo75 V2는 기본 상태의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그 상태에 묶여 있을 필요는 없는 키보드다.
아쉬운 점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역시 높이다.
mSA 키캡 자체가 어느 정도 높이가 있고 일반적인 로우 프로파일 키보드와 비교하면 키보드 전체가 상당히 두껍게 느껴진다.
손목을 낮게 두고 타이핑하는 사람이라면 손목 받침대를 함께 사용하는 편이 편할 수 있다.
또 Blue Lagoon과 Halolight가 마음에 들어 이 키보드를 선택했다면 RGB 사용 시간이 생각보다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조명을 꺼놓으면 배터리가 꽤 오래가지만, 이 키보드를 가장 예쁘게 보이게 만드는 기능을 끄는 셈이다.
Lemon 역시 모든 사람에게 맞는 스위치는 아니다.
아주 가볍고 걸림 없는 리니어를 좋아한다면 55gf 택타일은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반대로 강한 택타일 범프를 좋아하거나 클릭키처럼 훨씬 뚜렷한 입력 피드백을 기대한다면 Lemon의 걸림이 생각보다 얌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리고 게임 성능을 최우선으로 본다면 지금은 Hall Effect와 Rapid Trigger 키보드라는 훨씬 전문적인 선택지가 있다.
Halo75 V2 Lemon은 그들과 속도로 경쟁하는 키보드는 아니다.
마지막으로 Lemon 스위치의 컬러 하우징이 특정 RGB 색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참고로 Lemon 스위치의 노란색 하우징 때문에 RGB 색상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용자 의견도 있다. 특히 파란색 계열 조명이 다소 옅거나 다른 색조로 보인다는 이야기가 있다.
다만 키보드 외곽을 밝히는 Halolight 자체의 존재감은 여전히 강하다.
결론: 처음에는 Blue Lagoon을 보고, 결국 Lemon을 누르게 된다
NuPhy Halo75 V2 Blue Lagoon은 굉장히 균형을 잘 잡은 키보드다.
75% 배열은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편하고, 알루미늄 상판은 충분히 단단하다.
가스켓 마운트와 여러 층의 흡음 구조 덕분에 기본 상태에서도 타건음이 잘 정리되어 있고, 2.4GHz와 Bluetooth, 유선 연결을 모두 지원한다.
QMK/VIA와 핫스왑까지 지원하기 때문에 나중에 취향이 바뀌어도 손댈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그리고 Blue Lagoon과 Halolight 2.0은 다른 키보드와 확실히 구분되는 디자인을 만든다.
하지만 내가 이 키보드에서 가장 재미있다고 느끼는 부분은 역시 Lemon 택타일 스위치다.
GravaStar Mercury K1 Pro Cyberpunk가 화려한 외골격 안에 부드럽고 빠른 리니어 스위치를 넣은 키보드였다면, Angry Miao / DRY STUDIO Ice Ring 63 RT는 독특한 외형 안에 Rapid Trigger라는 강력한 게이밍 기능을 넣은 키보드였다.
Halo75 V2 Blue Lagoon은 그 둘보다 훨씬 일상적이다.
가장 빠른 키보드도 아니다.
가장 무거운 풀 알루미늄 커스텀 키보드도 아니다.
가장 강한 택타일 스위치를 가진 것도 아니다.
그 대신 타이핑과 게임, 디자인과 실용성, 무선과 유선, 완제품과 커스터마이징 사이에서 꽤 괜찮은 균형점을 찾는다.
처음 책상 위에 올려놓으면 Blue Lagoon의 파란색과 아래에서 번지는 RGB를 먼저 보게 된다.
그런데 계속 사용하다 보면 시선은 모니터로 돌아가고 조명은 더 이상 의식하지 않게 된다.
그때도 손끝에는 Lemon의 작은 걸림이 계속 남아 있다.
처음에는 빛 때문에 눈에 들어오지만, 결국 키를 누르는 느낌 때문에 계속 손이 가는 키보드.
내게 NuPhy Halo75 V2 Blue Lagoon은 그런 키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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