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이식에서 HLA란 무엇일까?: DNA가 비슷하면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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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이식을 준비하다 보면 혈액형 검사와 함께 HLA 검사라는 말을 듣게 된다.
가족이 장기를 기증하려는 상황이라면 특히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가족이면 DNA가 비슷하니까 HLA도 잘 맞는 것 아닐까?”
“형제자매면 유전자가 비슷하니 이식도 잘될까?”

어느 정도 관련은 있지만, 실제 장기이식에서는 이렇게 단순하게 판단할 수 없다.

HLA는 공여자와 수혜자의 유전적 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정보다.
하지만 이식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두 사람의 DNA가 전체적으로 얼마나 비슷한가가 아니다.
공여자와 수혜자의 HLA가 어떤 조합인지, 수혜자 몸속에 공여자의 HLA를 공격할 항체가 있는지, 실제 교차시험에서 반응이 나타나는지까지 함께 봐야 한다.

이전 글인 신장이식은 혈액형만 맞으면 될까?: HLA·항체·교차시험까지 알아보기에서는 신장이식 적합성을 판단하는 전체 흐름을 정리했다.
이번 글에서는 그중에서도 가장 낯설게 느껴지는 HLA가 정확히 무엇인지, 왜 가족끼리도 HLA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지, 그리고 DNA가 비슷하다는 말만으로 이식 가능성을 판단할 수 없는 이유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려고 한다.

HLA는 우리 몸의 세포가 내미는 신분증에 가깝다

HLA는 Human Leukocyte Antigen의 줄임말로, 한국어로는 사람백혈구항원이라고 부른다.
이름에 백혈구라는 말이 들어가지만 HLA는 백혈구에만 있는 표지가 아니다.
우리 몸의 많은 세포 표면에는 HLA와 관련된 단백질이 존재하고, 면역계는 이 정보를 이용해 내 몸의 세포와 외부에서 들어온 세포를 구별한다.

쉽게 말하면 HLA는 세포가 면역계에 내미는 신분증과 비슷하다.
내 몸의 세포가 가진 HLA라면 면역계는 일반적으로 익숙한 것으로 인식한다.
반면 다른 사람이 가진 HLA는 낯선 표지로 보일 수 있다.
이식받은 신장의 세포 역시 공여자의 HLA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혜자의 면역계가 이를 외부에서 들어온 것으로 인식하면 거부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장기이식에서는 혈액형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공여자와 수혜자의 HLA 정보도 함께 확인한다.
혈액형이 이식의 첫 관문이라면, HLA는 면역계가 공여 장기를 얼마나 낯설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핵심 정보 가운데 하나다.

HLA는 혈액형보다 훨씬 복잡하다

ABO 혈액형은 A형, B형, AB형, O형처럼 비교적 익숙한 분류다.
반면 HLA는 하나의 항목이 아니다.
HLA-A, HLA-B, HLA-C, HLA-DR, HLA-DQ, HLA-DP처럼 여러 유전자 자리가 있고, 각 자리마다 매우 다양한 유형이 존재한다.

검사 결과지에서 A, B, C, DR, DQ 같은 항목 뒤에 여러 번호와 조합이 이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처음 보면 암호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는 그 사람이 면역계에 보여주는 세포 표지가 매우 다양하다는 뜻이다.
사람마다 HLA 조합이 다른 이유도 HLA가 사람 사이의 차이가 매우 큰 유전 영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혈액형이 같다고 해서 HLA까지 비슷하다고 볼 수는 없다.
A형인 두 사람도 HLA는 상당히 다를 수 있고, 반대로 혈액형이 서로 다르더라도 HLA 일부가 잘 맞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물론 실제 이식에서는 혈액형 호환성 자체도 매우 중요하므로 HLA가 잘 맞는다고 해서 이식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HLA 검사는 DNA가 얼마나 비슷한지 보는 검사일까?

HLA 검사는 유전 정보를 이용해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넓게 보면 DNA와 관련된 검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이식에서 말하는 HLA 검사는 친자 확인이나 혈연관계를 확인하는 일반적인 DNA 검사와 목적이 다르다.

친자 확인이나 유전적 관계를 볼 때는 두 사람이 얼마나 혈연적으로 가까운지를 확인하는 데 초점이 있다.
반면 이식에서의 HLA 검사는 공여자의 세포 표지가 수혜자 면역계에 얼마나 낯설게 보일지, 그리고 수혜자가 그 표지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검사다.

그래서 “DNA가 비슷하면 이식도 잘된다”는 말은 너무 단순하다.
혈연관계가 가까울수록 HLA를 일부 공유할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지만, 실제 이식 가능성은 HLA 일치 개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수혜자가 이미 어떤 항-HLA 항체를 가지고 있는지, 그 항체가 공여자의 HLA를 인식하는지, 교차시험 결과가 어떤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즉 HLA는 두 사람의 DNA 유사도를 점수로 매기는 검사가 아니다.
두 사람 사이에서 실제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면역학적 조합을 찾고, 이식 후 거부반응 위험을 평가하기 위한 검사에 더 가깝다.

부모와 자녀는 HLA가 얼마나 비슷할까?

HLA는 부모에게서 각각 한 세트씩 물려받는다.
이렇게 한쪽 부모에게서 함께 물려받는 HLA 묶음을 HLA 하플로타입(Haplotype) 이라고 한다.
자녀는 아버지에게서 하나, 어머니에게서 하나의 HLA 하플로타입을 받는다.

그래서 부모와 자녀는 일반적으로 HLA 하플로타입 하나를 공유한다.
이 때문에 부모와 자녀는 HLA가 전혀 관계없는 타인보다 더 관련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부모와 자녀가 HLA 전체를 완전히 똑같이 갖는 것은 아니다.
부모의 나머지 한 세트는 다른 쪽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형제자매도 같은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형제자매는 같은 부모에게서 HLA를 물려받기 때문에 HLA가 잘 맞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두 개의 HLA 하플로타입을 모두 공유하는 완전 일치 형제자매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형제자매라고 해서 자동으로 완전 일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형제자매 사이에는 두 하플로타입을 모두 공유하는 경우도 있고, 하나만 공유하는 경우도 있으며, 공유하지 않는 경우도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자매가 완전 일치할 가능성은 약 25%로 설명한다.
결국 가족관계만으로 HLA가 잘 맞는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 이식 전에는 반드시 HLA 검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HLA가 완전히 일치해야만 이식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특히 신장이식에서는 HLA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아도 이식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매우 많다.
가족이 아닌 생체 공여자 사이의 이식도 가능하고, 뇌사자 공여 신장이식에서는 HLA가 완전히 일치하는 공여자를 기다리기 어려운 경우가 흔하다.

일반적으로 HLA 차이가 적을수록 면역학적으로 유리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실제 판단은 단순히 일치한 HLA 개수를 세는 방식으로 끝나지 않는다.
어떤 HLA가 다른지, 수혜자가 그 HLA에 대한 항체를 가지고 있는지, 과거 수혈·임신·장기이식 등을 통해 면역반응이 형성된 적이 있는지에 따라 위험도는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HLA가 몇 개 다르다는 사실 자체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수혜자의 면역계가 지금 이 공여자의 HLA를 실제로 공격할 가능성이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항-HLA 항체 검사, 공여자 특이 항체 여부, 교차시험 결과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HLA가 달라도 항체가 없으면 괜찮을 수 있다

수혜자의 혈액 속에는 특정 HLA를 인식하는 항체가 있을 수 있다.
이런 항체는 과거 수혈, 임신, 이전 장기이식처럼 다른 사람의 HLA를 접할 수 있는 경험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다.
이를 항-HLA 항체라고 한다.

하지만 항-HLA 항체가 있다고 해서 모든 공여자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항체가 현재 장기를 기증하려는 공여자의 HLA를 겨냥하는지다.
수혜자의 항체가 공여자의 HLA에 반응한다면 공여자 특이 항체, 즉 DSA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수혜자가 여러 항-HLA 항체를 가지고 있더라도 현재 공여자가 그 항체의 표적이 아니라면 해석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이식검사실에서는 공여자의 HLA 정보와 수혜자의 항체 결과를 서로 비교한다.
이 과정은 단순히 두 사람의 HLA가 몇 개나 같은지 세는 것보다, 실제 이식에서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더 직접적으로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된다.

Crossmatch는 HLA 결과를 현실에서 다시 확인하는 검사다

HLA 결과와 항체 검사를 비교한 뒤에는 수혜자의 혈청이 공여자 세포와 실제로 반응하는지 확인하는 교차시험이 중요해진다.
교차시험, 즉 Crossmatch는 수혜자의 혈액 속 항체와 공여자의 림프구를 만나게 해, 수혜자의 항체가 공여자 세포를 공격하는 반응이 있는지 보는 검사다.

교차시험이 양성이라면 이식 후 거부반응 위험을 더 신중하게 평가해야 할 수 있다.
반대로 음성이라면 공여자 세포에 대한 강한 항체 반응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좋은 신호가 될 수 있다.
다만 교차시험도 결과 하나만으로 단순하게 결론 내리는 검사는 아니다.
검사 방법, 반응한 세포 종류, 항체의 강도, 과거 항체 이력 등을 함께 해석해야 한다.

이 부분은 앞서 정리한 신장이식은 혈액형만 맞으면 될까?: HLA·항체·교차시험까지 알아보기에서 이어서 보면 전체 흐름을 이해하기 쉽다.
기존 글이 혈액형부터 항체와 교차시험까지 이식 적합성의 전체 순서를 다뤘다면, 이번 글은 그중 HLA가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춘 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족 공여자가 아니어도 이식은 가능하다

가족끼리 HLA가 더 잘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장기이식은 가족에게서만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족이 아닌 사람 사이의 생체 장기기증도 이루어지고, 많은 환자가 뇌사자 공여자로부터 장기를 이식받는다.

혈연관계가 없으면 HLA가 완전히 일치할 가능성은 낮아질 수 있다.
그렇다고 이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식팀은 혈액형 호환성, HLA 유형, 항-HLA 항체와 DSA 여부, 교차시험 결과, 수혜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 공여 장기의 상태를 종합해 판단한다.

공여자의 장기 자체가 건강한지도 매우 중요하다.
신장 공여 평가에서 보는 크레아티닌, eGFR 같은 기본 신장 기능 수치가 궁금하다면 신장 기능 검사 결과 읽는 법: BUN·크레아티닌·eGFR 수치는 무엇을 뜻할까?에서 따로 확인할 수 있다.
면역학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공여자와 장기 모두 의학적으로 적합한지 함께 확인해야 실제 이식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다.

HLA는 단순한 DNA 유사도 검사가 아니다

장기이식에서 HLA 검사는 단순한 혈연 확인이나 DNA 유사도 검사가 아니다.
HLA는 면역계가 내 몸과 다른 사람의 세포를 구별할 때 사용하는 중요한 표지다.
가족끼리라면 HLA를 일부 공유할 가능성이 높을 수 있지만, 가족이라는 사실만으로 이식 적합성을 예측할 수는 없다.

또 HLA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아도 이식은 가능할 수 있다.
실제 이식에서 더 중요한 것은 공여자의 HLA가 무엇인지, 수혜자가 그 HLA를 공격할 항체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교차시험에서 실제 반응이 나타나는지다.

그래서 장기이식의 적합성은 “DNA가 비슷한가?”라는 한 문장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공여자의 장기가 수혜자의 면역계 안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는지를 여러 검사로 확인하는 과정이다.

HLA는 그 과정의 중심에 있는 아주 중요한 정보다.

의학 정보 안내
이 글은 건강 및 의학 관련 내용을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인의 상태에 대한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관련 증상이 있거나 건강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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