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식받을 신장에도 숫자가 붙는다?: KDPI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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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대기 끝에 뇌사 기증 신장 이식이 가능해졌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생각해보자.
반가운 마음도 크지만, 이식팀이 설명 중에 “이 신장의 KDPI는 42퍼센트입니다”라는 말을 던지면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그 숫자가 높은 게 좋은 건지 낮은 게 좋은 건지, 42퍼센트짜리 신장을 받아도 되는 건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KDPI는 그 공여 신장이 이식 후 얼마나 오래, 얼마나 잘 기능할 것으로 예상되는지를 수치화한 값이다.
신장 하나하나에 성적표 같은 숫자를 매겨 놓은 셈인데, 이 숫자가 정확히 무엇을 재는지, 어떻게 계산되는지 알아야 저 전화 속 숫자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KDPI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 숫자일까?

KDPI는 Kidney Donor Profile Index의 줄임말로, 공여 신장의 예상 기능 기간을 0부터 100퍼센트 사이의 백분위로 나타낸 지표다.
쉽게 말하면 그해 미국에서 기증된 모든 신장을 예상 기능 기간이 짧은 순서로 한 줄로 세웠을 때, 이 신장이 몇 번째 줄에 서는지를 보여주는 순위표 같은 것이다.
KDPI가 20퍼센트라면 그해 기증된 신장 중 예상 기능 기간이 짧은 하위 20퍼센트보다는 오래 기능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뜻이고, 80퍼센트라면 반대로 상위 20퍼센트에 속하는, 상대적으로 기능 기간이 짧을 것으로 예측되는 신장이라는 뜻이다.
즉 숫자가 낮을수록 오래 쓸 수 있는 신장,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짧게 쓸 것으로 예측되는 신장이다.

이 숫자는 어떻게 계산될까?

KDPI는 기증자의 나이, 키, 몸무게, 인종, 고혈압·당뇨 병력, 사망 원인(뇌졸중인지 외상인지), 혈청 크레아티닌 수치, C형간염 감염 여부, 심장사 후 기증(DCD) 여부 등 열 가지 남짓한 요소를 하나의 공식에 넣어 먼저 KDRI(Kidney Donor Risk Index)라는 위험도 지수를 구한 뒤, 이를 앞서 설명한 백분위 방식으로 환산해 만든다.
예를 들면 나이가 많고 고혈압 병력이 오래된 기증자의 신장은 KDRI가 높게 나오고, 그 결과 KDPI 백분위도 높은 쪽에 위치하게 된다.
중요한 점은 이 계산이 개별 신장을 직접 들여다보고 매기는 점수가 아니라, 기증자에 대한 정보만으로 통계적으로 예측한 값이라는 것이다.

숫자가 낮으면 무조건 좋은 신장일까?

여기서 흔한 오해가 하나 생긴다.
KDPI가 낮은 신장이 모든 환자에게 항상 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KDPI는 그 신장이 인구 집단 평균적으로 얼마나 오래 기능할지를 예측한 값일 뿐, 특정 환자 개인에게 실제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보장하는 숫자는 아니다.
예를 들어 70대 환자라면 앞으로 20~30년을 버틸 신장보다는 10~15년 정도 기능하는 신장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고, 이런 환자에게는 KDPI가 다소 높은 신장이라도 대기 시간을 줄여 더 빨리 이식받는 쪽이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KDPI가 높은 신장은 아예 못 쓰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KDPI 85퍼센트를 넘는 신장도 실제로 이식에 널리 쓰인다.
이런 신장은 투석을 계속하는 것보다 이식받는 쪽이 생존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환자, 특히 고령 환자나 다른 이유로 대기 시간이 긴 환자에게 우선 제안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KDPI가 매우 높은 신장은 배분 과정에서 더 넓은 지역, 더 많은 후보에게 신속하게 오퍼가 돌아가도록 별도의 빠른 배분 경로를 두기도 하는데, 이는 좋은 기증 신장이 갈 곳을 찾지 못해 폐기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장치다.

그렇다면 이 숫자를 가진 신장은 실제로 누구에게 갈까?

KDPI 자체는 신장의 품질을 나타낼 뿐, 그 신장을 누가 받을지 직접 정하지는 않는다.
실제 배분에서는 후보자 쪽에도 EPTS(Estimated Post-Transplant Survival)라는, 이식 후 예상 생존 기간을 나타내는 점수를 매겨 KDPI와 짝짓는 방식을 쓰는데, 이 매칭 원리와 대기자 명단, 우선순위가 정해지는 전체 과정은 장기기증자가 생기면 그 장기는 누구에게 갈까?: 미국 장기 배분 시스템(OPTN)의 기준과 절차에서 자세히 다뤘다.

왜 좋은 신장과 젊은 후보, 그렇지 않은 신장과 고령 후보를 짝짓는 걸까?

이런 매칭 방식의 목적은 한 개인에게 최선을 보장하는 것을 넘어, 기증된 신장 전체의 가치를 최대한 오래 활용하는 데 있다.
쉽게 말하면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이 남은 젊은 후보에게 오래 기능할 좋은 신장을, 상대적으로 기대 기능 기간이 짧아도 충분한 고령 후보에게 KDPI가 높은 신장을 배정하면, 사회 전체적으로 신장 하나하나가 만들어내는 “이식 후 생존 연수”의 총합이 커진다.
반대로 젊은 후보에게 KDPI가 높은 신장을 배정하면 그 환자는 몇 년 뒤 재이식이 필요해질 수 있고, 고령 후보에게 KDPI가 낮은 좋은 신장을 배정하면 그 신장이 가진 잠재적인 기능 기간을 다 쓰지 못하고 남기는 셈이 된다.

환자에게 이 숫자가 미리 알려질까?

그렇다.
이식팀은 신장 오퍼를 받으면 환자에게 그 신장의 KDPI를 알려주고, 특히 KDPI가 85퍼센트를 넘는 신장을 제안할 때는 별도의 동의 절차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환자는 이 숫자와 자신의 나이, 건강 상태, 현재 대기 순번, 투석을 지속했을 때의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 신장을 받을지, 아니면 더 낮은 KDPI의 신장을 기다릴지를 선택할 수 있다.
즉 KDPI는 의료진만 참고하는 내부 지표가 아니라, 환자가 자신의 이식을 스스로 결정하는 데 쓰이는 정보이기도 하다.

결국 KDPI는 무엇을 알려주는 숫자일까?

KDPI는 신장 하나의 가치를 절대적으로 판정하는 성적표가 아니라, 그 신장이 인구 집단 평균적으로 얼마나 오래 기능할지를 예측해 배분과 선택에 참고하도록 만든 통계적 지표다.
숫자가 높다고 나쁜 신장, 낮다고 무조건 좋은 신장이라 단정할 수 없으며, 그 신장이 어떤 환자에게 가는지에 따라 같은 숫자도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결국 이 숫자 하나로 신장의 가치를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한정된 기증 신장을 조금이라도 더 합리적으로 나누기 위한 도구인 것은 분명하다.

의학 정보 안내
이 글은 건강 및 의학 관련 내용을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인의 상태에 대한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관련 증상이 있거나 건강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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