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장이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공여자와 수혜자의 혈액형이 서로 호환되는지, HLA가 얼마나 일치하는지부터 확인하게 된다.
가족 공여자라면 혈액형도 맞고 HLA도 비교적 잘 맞는다는 설명을 들은 뒤, 이제 수술 일정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추가 검사에서 수혜자에게 항체가 발견되어 현재 공여자와의 이식은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있다.
HLA가 어느 정도 맞는데도 왜 항체가 문제가 되는지, 항체가 있다고 하면 이식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수 있다.
특히 HLA는 이미 검사한 항목인데 왜 항체 검사와 교차시험까지 다시 해야 하는지 의문이 생기기 마련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HLA 일치도와 HLA 항체는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다른 내용을 평가하는 검사다.
HLA 일치도는 공여자와 수혜자의 세포 표지가 얼마나 같고 다른지를 보는 정보이고, HLA 항체 검사는 수혜자의 면역계가 공여자의 HLA를 실제로 공격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정보다.
따라서 HLA가 비교적 잘 맞더라도 수혜자에게 공여자의 HLA를 겨냥하는 항체가 있으면 이식 후 거부반응 위험이 커질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해당 공여자와의 이식을 진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
신장이식은 혈액형만 맞으면 될까?: HLA·항체·교차시험까지 알아보기에서 이식 적합성을 판단하는 전체 순서를 다뤘다면, 이번 글에서는 그중 HLA 항체가 무엇이며 왜 특정 공여자에게 결정적인 문제가 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HLA가 다르다는 사실과 HLA 항체가 있다는 사실은 다르다
장기이식에서 HLA를 확인하는 이유는 공여 장기의 세포가 수혜자의 면역계에 얼마나 낯선 표지로 보일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HLA가 많이 일치할수록 면역학적으로 유리할 가능성은 있지만, HLA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가족이 아닌 생체 공여자 사이의 신장이식이나 뇌사자 공여 신장이식에서는 HLA가 일부 다른 경우가 흔하며, 그럼에도 이식이 이루어진다.
중요한 것은 HLA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수혜자의 면역계가 그 차이를 이미 위험한 대상으로 기억하고 있는지다.
수혜자가 특정 HLA를 인식하는 항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공여자와 HLA가 완전히 같지 않아도 이식이 가능할 수 있다.
반대로 HLA 일치도가 나쁘지 않아도 수혜자에게 공여자의 HLA를 공격하는 항체가 존재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HLA가 면역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가족이라고 해서 HLA가 자동으로 완전 일치하지 않는 이유는 장기이식에서 HLA란 무엇일까?: DNA가 비슷하면 되는 걸까?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HLA 항체는 다른 사람의 HLA를 접한 뒤 만들어질 수 있다
항-HLA 항체는 다른 사람의 HLA를 인식하도록 형성된 항체다.
우리 면역계는 이전에 접한 낯선 항원을 기억할 수 있는데, 다른 사람의 세포가 가진 HLA에 노출되었을 때도 일부 사람에게서 이러한 기억이 만들어질 수 있다.
대표적인 계기는 수혈, 임신, 이전 장기이식이다.
수혈 과정에서는 다른 사람에게서 유래한 세포 성분의 HLA에 노출될 수 있고, 임신 중에는 태아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HLA가 산모의 면역계에 낯선 표지로 인식될 수 있다.
이전 이식에서는 공여 장기가 가진 HLA가 수혜자의 면역계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
물론 수혈을 받았거나 임신을 경험했다고 해서 모두 HLA 항체가 생기는 것은 아니며, 뚜렷한 노출 이력이 없는 사람에게서도 항체가 검출될 수 있다.
다만 이런 과정을 통해 다른 사람의 HLA에 대한 면역반응이 형성된 상태를 감작되었다고 하며, 감작된 범위가 넓을수록 이식 가능한 공여자를 찾는 일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모든 HLA 항체가 현재 공여자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HLA 항체가 검출되었다는 결과만으로 수혜자가 모든 공여자의 장기를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하지는 않는다.
실제 이식에서 중요한 것은 수혜자가 가진 항체가 지금 장기를 기증하려는 공여자의 HLA를 표적으로 하는지다.
예를 들어 수혜자에게 HLA-A2를 인식하는 항체가 있고 현재 공여자도 HLA-A2를 가지고 있다면, 그 항체는 이식될 신장의 세포를 직접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수혜자의 항체 가운데 특정 공여자의 HLA에 반응하는 항체를 공여자 특이 항체, 즉 DSA라고 한다.
반대로 수혜자에게 여러 HLA 항체가 있더라도 현재 공여자가 그 항체들의 표적 HLA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 항체들은 이번 공여자에 대한 DSA가 아니다.
같은 수혜자라도 어떤 공여자와 연결되는지에 따라 이식 위험이 달라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이식검사실에서는 수혜자의 항체 결과를 따로 보는 데 그치지 않고, 공여자의 HLA 유형과 대조해 현재 조합에서 DSA가 있는지 확인한다.
DSA가 있으면 이식신장을 공격할 수 있다
이식된 신장은 공여자의 HLA를 가진 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혈관 안쪽의 내피세포에도 공여자의 HLA가 발현되어 있다.
수혜자의 혈액 속 DSA가 이식신장에 도달하면 그 항체는 공여자 HLA에 결합할 수 있고, 이어서 보체와 면역세포가 관여하는 염증반응이 활성화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이식신장의 미세혈관이 손상되면 신장 기능이 떨어질 수 있으며, 반응이 강한 경우에는 이식 직후부터 빠르게 진행하는 항체매개 거부반응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의미 있는 DSA가 확인된 경우에는 혈액형과 HLA 일치도만 보고 수술을 진행하기 어렵다.
다만 DSA가 검출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모든 경우에 동일한 위험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항체가 어느 HLA를 표적으로 하는지, 과거에도 같은 항체가 있었는지, 최근 강도가 변했는지, 실제 교차시험에서는 어떤 반응이 나타나는지를 함께 해석해야 한다.
결국 DSA는 이식의 가능 여부를 단독으로 결정하는 숫자 하나가 아니라, 공여자와 수혜자 사이의 면역학적 위험을 판단하기 위해 다른 검사 결과와 연결해서 보는 정보다.
HLA 항체 결과는 공여자 HLA와 함께 해석한다
HLA 항체 검사는 수혜자의 혈청에 어떤 HLA를 인식하는 항체가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다.
검사실에서는 항체가 반응하는 HLA를 세분화해 확인한 뒤, 그 결과를 현재 공여자의 HLA 유형과 대조한다.
이때 수혜자의 항체가 공여자의 HLA를 표적으로 한다면 DSA로 해석할 수 있으며, 이 조합이 실제 이식에서 문제가 될 가능성을 더 자세히 평가하게 된다.
검사 결과에 MFI라는 반응 수치가 함께 표시될 수 있지만, 이는 항체의 절대적인 양을 나타내는 역가가 아니며 실제 거부반응 위험을 그대로 예측하는 수치도 아니다.
따라서 특정 MFI 숫자만으로 이식 가능 여부를 단정할 수 없고, 항체가 어떤 HLA를 겨냥하는지, 과거에도 같은 항체가 있었는지, 현재 공여자에게 DSA가 되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필요에 따라 실제 교차시험 결과까지 더해 공여자 세포에 대한 반응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며, 교차시험과 cPRA의 자세한 의미는 신장이식은 혈액형만 맞으면 될까?: HLA·항체·교차시험까지 알아보기에서 이어서 확인할 수 있다.
HLA 항체 때문에 현재 공여자와의 이식이 어려울 때
의미 있는 DSA가 확인되고 교차시험에서도 공여자 세포에 대한 반응이 나타난다면, 이식팀은 해당 공여자와의 이식을 바로 진행하는 것이 안전한지 신중하게 판단한다.
이런 결과가 있다고 해서 수혜자가 앞으로 어떤 공여자에게서도 이식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은 아니지만, 현재 공여자의 HLA가 수혜자의 면역계에 이미 공격 표적으로 인식되고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생체 공여자가 있는 경우에는 다른 공여자를 찾거나, 다른 공여자·수혜자 조합과 연결하는 교환이식을 검토할 수 있다.
일부 상황에서는 항체를 줄이거나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치료를 논의하기도 하지만, 이는 항체의 특성, 교차시험 결과, 이식의 긴급성, 치료에 따른 위험을 종합해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HLA 항체가 있다는 말은 이식을 포기해야 한다는 선언이 아니라, 현재 공여자와의 조합에서 어떤 면역학적 위험이 있는지를 더 정밀하게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다.
혈액형과 HLA가 괜찮아도 항체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
혈액형 호환성과 HLA 일치도는 장기이식 적합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출발점이지만, 수혜자의 면역계가 공여 장기를 실제로 공격할지까지 모두 보여주지는 않는다.
수혜자에게 HLA 항체가 있어도 그것이 현재 공여자의 HLA를 겨냥하지 않으면 이식이 가능할 수 있지만, 공여자 특이 항체인 DSA가 있고 교차시험에서도 의미 있는 반응이 확인되면 이식 후 거부반응 위험 때문에 해당 공여자와의 이식은 어려워질 수 있다.
그래서 이식 적합성은 혈액형, HLA, 항체, DSA, 교차시험을 각각 따로 통과해야 하는 시험처럼 보는 것이 아니라, 공여 장기가 수혜자의 면역계 안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를 여러 검사 결과를 연결해 판단하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관련 증상이 있거나 건강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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