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식 키보드는 왜 가격 차이가 클까? 부품과 브랜드 가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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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식 키보드를 찾아보기 시작하면 제품과 브랜드에 따라 가격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는 사실을 금방 알게 된다.
네모난 몸체 위에 키가 올라가 있고, 컴퓨터에 연결하면 글자가 입력된다.
겉으로만 보면 모두 비슷한 입력 장치처럼 보인다.
그런데 어떤 제품은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에 살 수 있는 반면, 어떤 제품은 키캡과 스위치도 포함되지 않은 본체만으로 몇십만 원을 넘기도 한다.

“어차피 스위치를 눌러 글자를 입력하는 키보드인데, 왜 이렇게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 걸까?”

스위치가 비싸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알루미늄으로 만들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키보드의 가격은 한 가지 부품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키캡부터 스위치, 스테빌라이저, 보강판, PCB, 내부 흡음재, 하우징까지 여러 부품이 겹겹이 쌓여 하나의 키보드가 된다.
여기에 부품을 하우징에 고정하는 방식, 조립과 마감의 완성도, 생산 수량, 펌웨어와 소프트웨어 지원까지 더해지면서 가격 차이가 만들어진다.
물론 브랜드의 인지도와 디자인, 희소성, 한정판이라는 요소 역시 높은 가격을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키보드의 가격을 이해하려면 먼저 키보드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키보드는 생각보다 많은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계식 키보드를 위에서부터 하나씩 분해한다고 생각해보자.

가장 먼저 손가락이 닿는 키캡이 있고, 그 아래에는 키를 눌렀을 때 움직이는 스위치가 있다. 스위치는 보강판에 고정되고, 그 아래의 PCB와 연결된다.
스페이스바나 Enter처럼 긴 키에는 한쪽을 눌러도 키가 기울지 않도록 잡아주는 스테빌라이저가 들어간다.
보강판과 PCB 사이 또는 PCB 아래에는 소리와 진동을 조절하기 위한 폼이나 패드가 들어갈 수 있다.
이 구조물 전체가 하우징 안에 장착되고, PCB에 있는 컨트롤러가 키 입력을 감지해 컴퓨터로 전달한다.

간단히 정리하면 일반적인 기계식 키보드는 다음과 같은 부품으로 이루어진다.

키캡은 단순한 플라스틱 덮개가 아니다

키캡은 키보드에서 손가락이 직접 닿는 부분이다.

이전 글에서 ABS와 PBT 같은 재질 차이를 다뤘지만,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는 재질만이 아니다.
키캡의 두께와 높이, 글자를 새기는 방식, 금형의 정밀도, 사용되는 색상의 수와 생산량도 가격에 영향을 준다.
글자가 별도의 플라스틱 층으로 만들어지는 이중사출 방식은 글자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하나의 키캡 안에 서로 다른 플라스틱을 결합해야 하므로 여러 개의 금형과 추가 제조 공정이 필요하다.
염료승화 방식 역시 단순히 글자를 인쇄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인쇄 품질과 색상 표현, 위치의 정렬 상태, 열을 가하는 과정에서 키캡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형태를 유지하는지에 따라 완성도가 달라질 수 있다.

저렴한 키캡이라고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요즘은 완성형 키보드에 기본으로 들어가는 키캡도 상당히 좋아졌다.
다만 표면 질감이 일정한지, 글자 위치가 가지런한지, 사출 자국이나 휘어짐이 없는지 같은 세부적인 부분은 가격이 올라갈수록 더 엄격하게 관리되는 경우가 많다.

키캡은 소리에도 영향을 준다.
같은 키보드와 같은 스위치를 사용하더라도 키캡의 두께와 높이, 내부 공간이 달라지면 소리의 높이와 울림도 달라진다.
따라서 키캡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손끝의 감촉과 키보드의 소리를 함께 바꾸는 부품에 가깝다.

스위치 가격보다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균일함이다

기계식 스위치에는 수많은 종류가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리니어, 택타일, 클릭키의 차이를 다시 설명하기보다 스위치가 키보드 가격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만 생각해보자.

완성형 키보드에는 키 수에 맞는 수십 개의 스위치가 필요하다.
스위치 한 개의 가격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키보드 전체에 적용하면 무시하기 어려운 차이가 된다.

공장에서 윤활된 스위치인지, 스프링과 스템에 어떤 재질을 사용했는지, 스템의 흔들림과 내부 마찰이 얼마나 잘 통제되는지도 가격에 영향을 준다.
스위치 내부에는 상부 하우징과 하부 하우징, 스템, 스프링, 전기 접점 등 여러 부품이 들어가며, 각 부품의 설계와 제조 정밀도가 작동감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비싼 스위치를 넣었다고 좋은 키보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부드러운 스위치라도 스테빌라이저가 심하게 흔들리거나 하우징 안에서 빈 울림이 난다면 전체적인 만족도는 떨어진다.
반대로 비교적 평범한 스위치를 사용하더라도 다른 부품들의 균형이 잘 맞으면 예상보다 훨씬 좋은 타건감을 낼 수 있다.

좋은 키보드는 특정 부품 하나가 두드러지는 제품이라기보다, 모든 키에서 비슷한 촉감과 소리가 나도록 전체가 균일하게 조정된 제품에 가깝다.

스페이스바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스테빌라이저

키보드를 처음 살펴볼 때 스테빌라이저까지 확인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스테빌라이저는 스페이스바, Shift, Enter, Backspace처럼 가로로 긴 키가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고 고르게 눌리도록 잡아주는 부품이다.
키의 가운데가 아닌 끝부분을 눌러도 반대쪽이 함께 내려가도록 연결해준다.

스테빌라이저의 조립 상태가 좋지 않으면 키를 누를 때 철심이 부딪치는 소리나 흔들리는 소리가 날 수 있다.
스위치가 아무리 좋아도 스페이스바를 누를 때마다 덜그럭거린다면 키보드 전체가 저렴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일부 고급 키보드는 나사로 PCB에 고정하는 스크루인 스테빌라이저를 사용하고, 공장에서 윤활과 튜닝을 거쳐 출고하기도 한다.
다만 스크루인 방식이라고 무조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스테빌라이저의 종류보다 철심의 수평 상태, 윤활의 양과 균일함, 키캡과의 결합 상태가 더 중요할 때도 많다.

키보드 가격이 올라가는 이유 중 하나는 이렇게 겉으로 잘 보이지 않는 작은 부품의 조립과 조정에도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보강판은 스위치를 잡아주는 뼈대다

스위치 아래에는 보강판이라고 부르는 판이 들어간다.

보강판은 스위치를 일정한 위치에 고정하고, 키를 누를 때 발생하는 힘을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소재로는 알루미늄, 스틸, 황동, 폴리카보네이트, FR4 등이 사용된다.
스틸이나 황동처럼 단단한 금속 재질은 비교적 견고하고 직접적인 타건감을 만들기 쉽고, 폴리카보네이트나 FR4처럼 상대적으로 유연한 재질은 눌렀을 때 조금 더 부드러운 움직임을 허용할 수 있다.

어떤 소재가 절대적으로 더 좋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단단하게 바닥을 치는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살짝 휘어지며 충격을 흡수하는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다른 부품과 마운트 방식이 바뀌면 같은 소재의 보강판도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비싼 키보드에서 여러 종류의 보강판을 별도로 판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나의 키보드에서 보강판만 바꾸어도 타건감과 소리의 방향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PCB는 모든 키 입력이 모이는 중심이다

PCB는 Printed Circuit Board의 약자다.

스위치를 누르면 PCB에 구성된 행과 열의 회로 상태가 바뀌고, 키보드의 컨트롤러가 이를 감지해 어떤 키가 눌렸는지 판단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한 PCB라도 기능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스위치를 납땜해야 하는 방식인지, 소켓에 꽂아 교체할 수 있는 핫스왑 방식인지, RGB LED가 들어가는지, 여러 배열을 지원하는지에 따라 설계가 달라진다.
유선과 무선을 모두 지원하는 제품이라면 배터리 충전 회로와 Bluetooth 또는 2.4GHz 무선 모듈도 필요하다.
USB 단자가 PCB에 직접 붙어 있는 제품도 있고, 별도의 작은 기판인 도터보드에 USB 단자를 배치한 제품도 있다.
도터보드를 사용하면 케이블 연결 부위에서 발생하는 힘이 메인 PCB에 직접 전달되는 것을 줄일 수 있고, 하우징 설계의 자유도도 높아진다.

여기에 QMK나 VIA처럼 키 배치와 매크로를 변경할 수 있는 펌웨어를 지원하려면 하드웨어뿐 아니라 펌웨어 개발과 유지 관리도 필요하다.

PCB는 외관상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키보드의 기능과 확장성, 수리 가능성을 결정하는 핵심 부품이다.

같은 부품도 어떻게 고정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보강판과 PCB를 하우징에 고정하는 방식을 마운트 구조라고 한다.

하판에 직접 나사로 고정하는 방식도 있고, 상부 하우징에 보강판을 고정하는 방식도 있다.
최근에는 보강판 주변에 고무나 폼 재질의 가스켓을 배치해 하우징과 직접 맞닿는 부분을 줄이는 가스켓 마운트도 흔히 볼 수 있다.

가스켓은 타건할 때 발생하는 진동과 충격을 완충하고, 보강판과 PCB가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
제조사들은 이 구조를 이용해 금속 하우징의 공진을 줄이거나 조금 더 유연한 타건감을 만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가스켓 마운트가 언제나 더 고급스럽거나 편안한 것은 아니다.
가스켓의 재질과 두께, 보강판의 강성, 내부 폼의 양, 하우징 안쪽 공간에 따라 실제 움직임은 크게 달라진다.
제품 설명에는 가스켓 구조라고 적혀 있어도 거의 움직이지 않는 키보드가 있는 반면, 손으로 눌렀을 때 보강판이 확실하게 내려가는 제품도 있다.

마운트 방식은 등급이라기보다 키보드의 성격을 결정하는 설계 선택에 가깝다.

흡음재가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요즘 기계식 키보드의 제품 설명을 보면 여러 겹의 폼이 들어갔다는 문구를 자주 볼 수 있다.

보강판과 PCB 사이에 들어가는 플레이트 폼, PCB 아래에 들어가는 하우징 폼, 스위치 주변의 빈 공간을 줄이는 스위치 패드, 하판의 울림을 조절하는 실리콘 패드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재료들은 하우징 안의 빈 울림이나 금속성 공진을 줄이고 소리를 정돈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여러 제조사가 다층 흡음재와 실리콘 패드를 이용해 진동과 소리를 조절하고 있다.

하지만 흡음재가 많다고 무조건 고급 키보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폼을 많이 채우면 소리가 단정하고 안정적으로 바뀔 수 있지만, 키보드가 가진 자연스러운 울림이나 마운트 구조의 움직임이 줄어들 수도 있다.
반대로 폼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키보드는 개방감 있는 소리를 낼 수 있지만, 구조가 충분히 다듬어지지 않았다면 빈 통처럼 울릴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흡음재의 개수가 아니라 키보드 전체 구조에 맞게 필요한 위치와 양을 조정했는지다.

가격 차이가 가장 크게 드러나는 부분은 하우징이다

키보드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체감되는 가격 차이는 하우징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대량 생산되는 플라스틱 하우징은 금형을 만든 뒤 많은 수량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다.
잘 설계된 플라스틱 하우징은 가볍고 충격에 강하며, 부드러운 소리를 내는 장점도 있다.

알루미늄 하우징은 보통 금속 덩어리를 CNC 장비로 깎아 형태를 만들고, 표면을 연마한 뒤 아노다이징이나 코팅 같은 마감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는 재료비뿐 아니라 가공 시간과 표면 처리, 불량 관리가 필요하다.
나사 구멍의 위치가 정확한지, 상판과 하판이 고르게 맞물리는지, 모서리 마감이 일정한지, 표면에 색상 차이나 흠집이 없는지까지 관리해야 한다.

하판에 황동이나 스테인리스로 만든 무게추를 넣는 제품도 있다.
무게추는 키보드를 무겁게 만들고 책상 위에서 안정적으로 고정하는 역할을 하지만, 반드시 입력 성능을 높이기 위한 부품만은 아니다.
외관과 소유 만족감을 위한 장식적인 요소가 큰 경우도 있다.

결국 알루미늄 하우징의 높은 가격에는 타건감뿐 아니라 소재, 가공, 무게, 표면 마감과 디자인 비용이 함께 들어 있다.

완성품 가격에는 조립과 품질 관리도 포함된다

부품 목록만 비교하면 비슷해 보이는 두 키보드의 가격이 크게 다를 때가 있다.

이 차이는 조립과 품질 관리에서 생기기도 한다.
스테빌라이저 윤활이 일정한지, 스위치가 비뚤어지지 않았는지, 하우징에 틈이 없는지, 모든 키와 LED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검사하려면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다.

대량 생산 제품은 자동화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제품 하나당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반면 생산 수량이 적은 커스텀 키보드는 부품을 소량으로 주문하고, 개발비와 가공 준비 비용을 적은 수량의 제품에 나누어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복잡한 외형 디자인, 별도의 금속 무게추, 특수 색상, 전용 보관 가방, 추가 보강판과 PCB 같은 구성품이 포함되면 가격은 더 올라간다.

한정 생산이라는 이유만으로 가격이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
생산 수량이 적으면 희소성은 높아지지만, 그렇다고 타건감까지 반드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비싼 키보드는 무엇이 다른가

가격이 높은 키보드는 대체로 한 가지 부품이 압도적으로 좋아서 비싸다기보다, 여러 작은 부분에 더 많은 비용을 사용한 경우가 많다.

조금 더 정밀하게 가공된 하우징.
조금 더 균일하게 조정된 스테빌라이저.
교체할 수 있는 보강판과 PCB.
마운트 구조를 위한 가스켓과 내부 완충재.
사용자가 직접 키 배치를 바꿀 수 있는 펌웨어.
색상과 표면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마감 공정.
그리고 이 모든 부품이 서로 맞물리도록 조정하는 설계와 조립 과정.

이런 차이들이 쌓여 가격표에 반영된다.

그러나 키보드의 가격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부품의 성능이나 제조 원가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영역이 나타난다.
그때부터는 독특한 디자인, 생산 수량, 브랜드가 쌓아온 이미지와 희소성도 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대표적인 예가 Angry Miao다.
Angry Miao의 CYBERBOARD는 키보드 상단에 LED 매트릭스를 배치한 미래적인 디자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CYBERBOARD R2의 공식 리테일 가격은 구성에 따라 베이스 키트가 약 599달러부터 시작했고, 스위치와 키캡 등이 포함된 번들 버전의 정상 가격은 850달러까지 올라갔다.
이 제품에서 구매자가 비용을 지불하는 대상은 스위치와 PCB만이 아니다. 대형 LED 패널과 독특한 외형, 알루미늄 가공, 전용 소프트웨어, 멀리서 보아도 CYBERBOARD임을 알아볼 수 있는 디자인 자체가 제품 가격에 포함된다.

Angry Miao의 AM HATSU는 이보다 한 단계 더 극단적인 사례다.
AM HATSU의 출시 당시 공식 리테일 가격은 1,600달러로 책정되었으며, 한정 아트 에디션인 Battleship은 2,350달러에 판매되었다.
좌우가 분리된 인체공학적 배열에 입체적으로 굽은 금속 하우징을 사용하고, 복잡한 곡면을 만들기 위해 5축 CNC 가공을 적용한 제품이다.
일반적인 직사각형 키보드보다 설계와 가공이 훨씬 복잡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가격에는 기술과 소재뿐 아니라 Angry Miao 특유의 미래적인 디자인과 브랜드 정체성도 함께 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고가 커스텀 키보드 시장에서 자주 언급되는 Keycult도 비슷하다.
Keycult No. 2 Rev. 1은 예약 판매 당시 키트 가격이 850달러였고, 재고 판매 가격은 900달러로 예정되어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키트는 일반적인 완제품 키보드와 달리 하우징, 보강판, PCB 등을 중심으로 한 구성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스위치와 키캡, 스테빌라이저를 추가하고 직접 조립해야 하므로 최종 완성 가격은 더 높아질 수 있다.
Keycult의 가격에는 미국 내 가공과 마감, 정밀한 조립 구조도 반영되지만, 원하는 때 아무나 바로 구매하기 어려운 판매 방식도 영향을 준다.
일반 제품처럼 항상 재고를 쌓아두기보다 한정된 수량을 선착순이나 추첨 등의 방식으로 판매하고, 별도로 소재와 색상, 각인 등을 선택할 수 있는 주문 제작 서비스를 운영하기도 한다.
제품의 공급이 제한되고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 단순한 부품 가격을 넘어 희소성과 소유 경험 자체가 제품 가치의 일부가 된다.

더 높은 가격대의 사례도 있다.

Serene Industries의 The Icebreaker는 하나의 알루미늄 블록을 통째로 깎아 만든 풀 메탈 키보드로, 공식 시작 가격이 2,000달러에 이르는 제품이다.
일반적인 키보드처럼 상판과 하판을 단순하게 결합한 형태가 아니라, 키보드 전체를 하나의 금속 조형물처럼 만든 제품이다.
이 정도 가격대에서는 입력 장치로서의 실용성뿐 아니라 책상 위에 놓이는 산업 디자인 제품이나 수집품으로서의 성격이 훨씬 강해진다.

키보드 전체가 아닌 하우징 하나만 수천 달러에 판매된 사례도 있다.

Norbauer가 제작한 티타늄 Heavy-9 하우징의 판매 가격은 3,800달러였다.
이것은 완성된 키보드 가격이 아니라, 내부에 들어갈 호환 키보드를 제외한 애프터마켓 하우징 가격이다.
따라서 실제 사용 가능한 키보드로 완성하려면 별도의 Realforce 본체가 필요하며, 최종 조합 가격은 3,800달러를 훨씬 넘어가게 된다.

이런 사례를 보면 키보드의 최고 가격대를 결정하는 것은 반드시 스위치의 성능이나 입력 속도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50달러짜리 키보드와 500달러짜리 키보드 사이에서는 하우징 소재, 스테빌라이저, PCB 기능, 키캡과 조립 완성도의 차이를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500달러와 2,000달러짜리 키보드를 비교할 때는 가격 차이만큼 타건감이나 입력 성능이 향상된다고 말하기 어렵다.
일정 수준을 넘어선 가격에는 복잡한 CNC 가공, 티타늄이나 스테인리스 같은 특수 소재, 소량 생산에 따른 높은 제조 단가, 디자이너의 설계, 브랜드가 쌓아온 이미지와 희소성이 함께 반영된다.

물론 이것을 모두 단순한 ‘브랜드값’이라고만 부르는 것도 정확하지는 않다.
Angry Miao의 복잡한 곡면 설계나 Serene Industries의 통 알루미늄 가공처럼 실제로 제조 비용이 많이 드는 요소가 있고, Keycult처럼 생산 수량과 품질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브랜드도 있다.
동시에 그 가격에는 해당 브랜드만의 디자인을 소유한다는 만족감과 커뮤니티 안에서 형성된 상징적 가치도 포함된다.

명품 시계가 시간을 더 정확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비싼 것만은 아닌 것과 비슷하다.
초고가 키보드 역시 글자를 더 정확하게 입력하기 위한 도구인 동시에, 정밀 가공된 금속 제품이고, 책상 위에 놓는 디자인 오브제이며, 어떤 사람에게는 수집품이 된다.
이렇게 성능을 넘어 디자인과 소유 만족감을 좇게 되는 과정은 끝없이 이어지는 장비 욕심과도 닮아 있다.

따라서 비싼 키보드를 볼 때는 단순히 “이 가격만큼 타건감이 좋은가?”만 묻기보다 그 제품이 어디에 비용을 사용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입력 성능과 전자 부품에 집중한 제품인지.
하우징의 소재와 가공에 집중한 제품인지.
독특한 디자인과 새로운 구조를 개발한 제품인지.
소량으로만 생산되는 수집용 제품인지.
아니면 잘 알려진 브랜드의 이름과 희소성에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제품인지.

이 구분을 알고 보면 초고가 키보드의 가격을 단순히 브랜드값으로만 볼 필요도 없고, 반대로 가격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더 좋은 키보드라고 믿을 필요도 없다.

결국 키보드 가격은 성능과 취향이 섞인 결과다

키보드의 가격표에는 단순한 부품 원가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다.

소재와 가공 방식, 조립과 품질 관리, 펌웨어와 무선 기능, 생산 수량과 브랜드의 디자인까지 여러 요소가 함께 반영된다. 가격이 높은 제품은 더 정교하게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 차이가 모든 사람에게 같은 가치로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묵직한 알루미늄 하우징과 정돈된 타건음이 중요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가벼운 무게와 편한 배열, 손쉽게 교체할 수 있는 스위치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초고가 키보드에서는 입력 성능보다 독특한 구조와 소재, 희소성과 소유 만족감이 가격의 더 큰 부분을 차지하기도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가격 자체보다 그 제품이 어디에 비용을 사용했고, 그 차이가 나에게 필요한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키보드의 구성에 이어 풀사이즈, TKL, 75%, 65%, 60%처럼 크기와 배열이 어떻게 나뉘는지, 실제 용도에 따라 어떤 배열을 선택하면 좋은지 살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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