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컴퓨터를 쓰다 보면 키보드는 너무 당연한 물건처럼 느껴진다.
그냥 글자를 입력하는 도구.
문서를 쓰고, 검색을 하고, 게임을 하고, 가끔은 비밀번호를 틀리게 입력하게 만드는 물건.
그런데 키보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세계가 넓다.
기계식 키보드, 무접점 키보드, 마그네틱 키보드, 로우프로파일 키보드, 커스텀 키보드, 핫스왑, 스위치, 키캡, 윤활, 흡음재, 가스켓 마운트 같은 말들이 갑자기 쏟아진다.
처음에는 이런 생각이 든다.
“키보드가 키보드지, 뭐가 이렇게 복잡하지?”
나도 처음에는 그랬다.
그런데 하나씩 써보면 키보드는 단순한 입력장치라기보다 손끝으로 느끼는 도구에 가깝다는 걸 알게 된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이야기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
일반 키보드와 기계식 키보드의 차이
가장 흔하게 접하는 키보드는 보통 멤브레인 방식이다.
회사나 학교, 기본 사무용 컴퓨터에 딸려오는 키보드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
멤브레인 키보드는 키 아래에 고무 돔 같은 구조가 있고, 키를 누르면 그 압력으로 회로가 닿으면서 입력이 된다. 구조가 단순하고 가격이 저렴해서 대중적으로 많이 쓰인다.
반면 기계식 키보드는 각각의 키 아래에 독립된 스위치가 있다.
A키, S키, D키, 스페이스바처럼 각각의 키가 따로 스위치를 가지고 있고, 그 스위치의 구조와 특성에 따라 누르는 느낌과 소리가 달라진다.
그래서 기계식 키보드는 같은 키보드라도 스위치에 따라 완전히 다른 느낌이 날 수 있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키보드도 있고,
딸깍딸깍 소리가 크게 나는 키보드도 있고,
살짝 걸리는 느낌이 있는 키보드도 있다.
이 차이 때문에 기계식 키보드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다.
스위치가 키보드 느낌을 결정한다
기계식 키보드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 중 하나는 스위치다.
스위치는 쉽게 말하면 키 하나하나의 심장 같은 부품이다.
키를 눌렀을 때 얼마나 무거운지, 얼마나 부드러운지, 중간에 걸리는 느낌이 있는지, 소리가 큰지 조용한지가 대부분 스위치에서 결정된다.
스위치는 크게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리니어 스위치
리니어 스위치는 누를 때 걸리는 느낌 없이 부드럽게 내려가는 스위치다.
대표적으로 적축 계열이 여기에 속한다.
누르는 느낌이 일정하고 매끄러워서 게임용으로 많이 선호된다.
빠르게 여러 번 누르기 좋고, 손가락에 걸리는 느낌이 적기 때문에 FPS 게임이나 반복 입력이 많은 작업에 잘 맞는다.
대신 처음 쓰는 사람에게는 너무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키를 눌렀다는 감각이 약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택타일 스위치
택타일 스위치는 키를 누르는 중간에 살짝 걸리는 느낌이 있는 스위치다.
대표적으로 갈축 계열이 여기에 속한다.
키가 입력되는 지점 근처에서 손끝에 작은 턱 같은 감각이 느껴진다.
이 느낌 때문에 타이핑할 때 “내가 지금 키를 눌렀구나” 하는 피드백이 비교적 분명하다.
소리는 클리키 스위치보다 조용한 편이라 사무용과 타이핑용 사이에서 많이 선택된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기계식 키보드를 접하는 사람에게 가장 무난하게 추천하기 좋은 타입이라고 생각한다.
클리키 스위치
클리키 스위치는 누를 때 딸깍거리는 소리와 함께 확실한 클릭감이 있는 스위치다.
대표적으로 청축 계열이 여기에 속한다.
기계식 키보드 하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그 특유의 딸깍딸깍 소리가 바로 이쪽이다.
타건감이 재미있고 입력감이 확실해서 좋아하는 사람은 정말 좋아한다.
다만 소리가 크기 때문에 사무실, 도서관, 가족이 자는 방에서는 조심해야 한다.
혼자 쓰는 공간이라면 만족감이 크지만, 주변 사람이 있다면 호불호가 강한 스위치다.
키캡도 생각보다 중요하다
키캡은 손가락이 직접 닿는 부분이다.
스위치가 키보드의 속을 결정한다면, 키캡은 손끝에서 느껴지는 첫인상을 결정한다.
키캡은 재질, 높이, 모양, 두께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얇고 가벼운 키캡은 소리가 조금 더 가볍게 날 수 있고,
두껍고 단단한 키캡은 조금 더 묵직한 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다.
재질도 중요하다.
ABS 키캡은 표면이 매끈하고 색 표현이 좋은 경우가 많지만, 오래 쓰면 번들거림이 생기기 쉽다.
PBT 키캡은 표면이 약간 더 거칠고 내구성이 좋은 편이며, 번들거림에 강하다.
그래서 요즘은 PBT 키캡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다.
배열은 생각보다 체감이 크다
키보드는 크기와 배열도 다양하다.
가장 익숙한 건 숫자패드까지 있는 풀사이즈 키보드다.
엑셀 작업이나 숫자 입력이 많다면 풀사이즈가 편하다.
그보다 조금 작은 96% 배열은 숫자패드는 유지하면서 전체 크기를 줄인 형태다.
책상 공간을 아끼면서도 기능키를 많이 유지하고 싶을 때 좋다.
TKL 배열은 오른쪽 숫자패드를 뺀 형태다.
게임할 때 마우스 공간이 넓어져서 많이 선호된다.
75% 배열은 방향키와 기능키는 어느 정도 남기면서 더 작게 만든 배열이다.
요즘 가장 대중적인 미니멀 배열 중 하나다.
65%나 60% 배열은 더 작다.
책상 공간은 넓어지지만, 일부 키는 조합키로 써야 해서 처음에는 적응이 필요하다.
결국 배열은 “예쁜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실제로 어떤 작업을 많이 하는지에 따라 골라야 한다.
숫자 입력이 많으면 풀사이즈나 96%.
게임과 책상 공간이 중요하면 TKL이나 75%.
미니멀한 세팅이 좋고 적응할 자신이 있으면 65%나 60%.
이렇게 생각하면 조금 쉽다.
핫스왑이란 무엇일까?
기계식 키보드를 보다 보면 핫스왑이라는 말을 자주 보게 된다.
핫스왑은 납땜 없이 스위치를 뽑고 다시 끼울 수 있는 기능이다.
즉, 키보드를 분해해서 납땜 작업을 하지 않아도 스위치를 교체할 수 있다.
이 기능이 있으면 하나의 키보드로 여러 가지 스위치를 테스트해볼 수 있다.
처음에는 리니어 스위치를 쓰다가,
나중에 택타일 스위치로 바꿔볼 수도 있고,
특정 키만 다른 스위치로 바꿔볼 수도 있다.
키보드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면 핫스왑은 생각보다 큰 장점이다.
처음 구매할 때는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중에는 “이거 핫스왑 돼?”를 먼저 보게 된다.
무선, 유선, 2.4GHz, 블루투스
키보드 연결 방식도 중요하다.
유선 키보드는 안정적이고 지연이 적다.
게임용으로는 여전히 유선을 선호하는 사람도 많다.
블루투스는 여러 기기를 연결하기 편하다.
노트북, 태블릿, 데스크탑을 오가며 쓰기 좋다.
다만 게임용으로는 지연이나 연결 안정성 면에서 2.4GHz 무선보다 불리할 수 있다.
2.4GHz 무선은 전용 동글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블루투스보다 반응이 빠르고 안정적인 경우가 많아서 무선 게이밍 키보드에서 많이 사용된다.
요즘은 유선, 블루투스, 2.4GHz를 모두 지원하는 tri-mode 키보드도 흔해졌다.
하나의 키보드를 여러 환경에서 쓰고 싶다면 이런 방식이 편하다.
비싼 키보드가 무조건 좋은 키보드는 아니다
키보드에 관심을 가지다 보면 가격대가 정말 다양하다는 걸 알게 된다.
몇 만 원대 키보드도 있고,
십만 원대 키보드도 있고,
몇십만 원을 넘는 커스텀 키보드도 있다.
비싼 키보드는 보통 하우징, 마감, 무게, 흡음 구조, 스위치, 키캡, 연결 방식, 소프트웨어 등에서 더 신경을 쓴 경우가 많다.
하지만 비싸다고 무조건 내 손에 맞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가벼운 리니어 스위치를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묵직한 택타일 스위치를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시끄러운 클리키 스위치에서 만족감을 느낀다.
키보드는 스펙도 중요하지만 취향이 정말 크게 작용하는 물건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너무 비싼 키보드로 시작하기보다는,
내가 어떤 배열을 좋아하는지,
어떤 스위치 느낌을 좋아하는지,
소리는 어느 정도까지 괜찮은지,
유선과 무선 중 무엇이 필요한지를 먼저 알아가는 게 좋다.
키보드는 결국 손끝의 취향이다
좋은 키보드를 고르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조용한 키보드가 좋은 키보드이고,
누군가에게는 딸깍거리는 소리가 확실한 키보드가 좋은 키보드다.
누군가에게는 게임 반응속도가 중요하고,
누군가에게는 오래 타이핑해도 손이 편한지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키보드는 정답보다 취향에 가깝다.
처음에는 어려워 보이지만, 기본 개념만 알고 나면 선택이 조금 쉬워진다.
스위치는 리니어, 택타일, 클리키.
배열은 풀사이즈, TKL, 75%, 65%, 60%.
키캡은 손끝의 느낌과 소리에 영향을 주는 부분.
핫스왑은 스위치를 쉽게 바꿀 수 있는 기능.
연결 방식은 유선, 블루투스, 2.4GHz.
이 정도만 알아도 기계식 키보드 입문은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
다음 글에서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스위치의 종류와 타건감 차이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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