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이 없는 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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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열한 시, 이미 볼 것도 다 봤으면서 나는 또 핸드폰을 들었다.
딱히 궁금한 것도, 기다리는 연락도 없는데 손가락은 습관처럼 화면을 움직이고 있었다.
피드를 몇 번 훑고, 짧은 영상 하나를 보다 보면 다음 영상이 이어지고, 릴스와 쇼츠를 넘기는 사이 시간은 삼십 분, 한 시간씩 사라졌다.
누가 무엇을 먹었는지, 어디에 갔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보고 있었지만 정작 마음에 남는 건 거의 없었다.
화면은 계속 바뀌는데 내 밤은 제자리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시계를 보면, 이렇게까지 오래 보고 있었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나곤 했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는 대신 화면을 보는 밤들이 쌓이면서, 나는 언젠가부터 이게 쉬는 건지 일하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몸은 가만히 누워 있는데 마음만 계속 다음 장면을 따라 뛰고 있었다.
불을 끄고도 눈앞에는 화면의 잔상이 남아, 잠들기 전까지 나를 붙잡고 있었다.

이게 나만의 습관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건 최근에 본 한 설문 때문이었다.
올해 진행된 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1퍼센트가 온라인 상태를 유지하는 걸 “일처럼 느껴진다”고 답했고, Z세대만 따로 보면 그 비율이 60퍼센트까지 올라갔다.
스트레스나 불안 때문에 앱을 아예 지워본 적이 있다는 사람도 47퍼센트나 됐고, 5년 전보다 게시물을 덜 올린다는 응답은 55퍼센트에 달했다.
다들 어디선가 조용히 지쳐서 하나둘 발을 빼고 있었던 셈이다.

누군가는 알림을 끄고, 누군가는 앱을 지우고, 누군가는 아무 말 없이 예전보다 덜 남기고 있었다.
겉으로는 다들 여전히 연결된 것처럼 보여도, 마음 한쪽에서는 이미 조용히 로그아웃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그 흐름 속에 내가 있는 줄도 모른 채 매일 밤 같은 화면을 보고 있었다.

그 숫자를 보고 나서야 나는 내 밤들을 다시 들여다봤다.
확인할 메시지가 없는데도 잠금화면을 켜는 손, 딱히 재미있지도 않은 영상인데 다음 장면을 넘기는 눈, 자기 전 마지막으로 보는 게 늘 남의 하루라는 사실.

그건 쉼이 아니라 그냥 다른 종류의 노동이었다는 걸, 그 밤 처음으로 인정했다.
아무도 시킨 일은 아니었지만, 계속 반응하고 따라가고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은 생각보다 피곤했다.
쉬려고 침대에 들어갔는데도 나는 누군가의 근황과 알고리즘이 던져주는 장면들 사이를 계속 오가고 있었다.
하루가 끝난 뒤에도 내 시선은 남의 화면 속에 남아 있었던 셈이다.
내 하루를 정리할 조용한 틈마저, 남들이 올려둔 수많은 장면으로 채워버리고 있었다.

그래서 며칠 전부터는 자기 한 시간 전에는 핸드폰을 다른 방에 두고 오는 걸 시도해봤다.
처음 이틀은 손이 허전해서 몇 번이나 일어날 뻔했고, 사흘째 밤에는 그냥 천장을 보다가 이유 없이 웃음이 났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밤이 이렇게 낯설게 느껴진다는 게, 그 자체로 답 같았다.

지금도 매일 성공하는 건 아니다.
어떤 밤엔 여전히 습관처럼 화면을 켜고, 또 어떤 밤엔 다른 방에 둔 핸드폰이 신경 쓰여서 결국 가지러 간다.
다만 예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제는 그 화면 속 시간이 쉬는 시간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 본다는 것.

이 글을 쓰고 나면 오늘 밤도 핸드폰을 다른 방에 두고 올 생각이다.
알림이 없는 밤은 아무것도 놓친 밤이 아니라, 처음으로 내 시간을 온전히 되찾는 밤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고요함 안에서, 내 생각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조금 더 오래 들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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