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갖고 싶었던 것들이 이제는 그렇지 않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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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즈음의 나는 갖고 싶은 것들의 목록이 선명했다.
어딘가에 붙어 있는 로고 하나로 사람을 다르게 보이게 만드는 물건들, 이름 앞에 붙는 몇 글자, 누군가 내 소식을 듣고 눈을 크게 뜨며 “정말?”이라고 되묻게 만드는 성취 같은 것들.
그런 걸 손에 쥐면 내가 완성될 거라고, 아니 적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괜찮은 사람이 될 거라고 믿었다.
그 목록은 계절이 바뀌어도 잘 지워지지 않았고, 오히려 하나를 손에 넣으면 다음 목록이 자동으로 그 자리를 채우곤 했다.
원하는 게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나를 앞으로 걷게 만드는 연료였으니, 그 목록이 사라진다는 건 상상해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그 갈망이 흐려지기 시작한 순간을 정확히 짚어낼 수가 없다는 게 이상하다.
어느 날 갑자기 깨달음처럼 찾아온 게 아니라, 야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아무 말 없이 씻고 눕던 밤들이 쌓이면서, 예전 같으면 두근거렸을 소식에도 마음이 크게 움직이지 않는 나를 발견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물이 빠지듯 옅어졌다.
한번은 오래 갖고 싶었던 물건을 마침내 사고 나서, 포장을 뜯는 순간의 마음이 생각보다 담담해서 스스로 당황한 적이 있다.
손에 쥐면 완성될 거라 믿었던 것들이 막상 손에 쥐어지자, 그저 물건 하나가 되어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내가 원하던 게 사실은 그 물건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요즘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들은 목록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만큼 사소하다.
퇴근하고 문을 열었을 때 낮 동안 데워진 방 안의 공기, 아무렇게나 내려도 그날따라 유난히 향이 좋게 뽑히는 커피 한 잔, 별다른 용건 없이 걸려 온 전화에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 좋아하는 사람과 마주 앉아 딱히 대단한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편안한 그 침묵.
이런 것들은 어느 매장에도 진열되어 있지 않아서, 아무리 지갑을 열어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예전에 그렇게 갖고 싶어 했던 것들보다 지금 이 사소한 것들이 훨씬 더 간절하게, 훨씬 더 자주 그립다.
커피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창밖을 바라보는 그 몇 분이, 한때 그렇게 원했던 것들이 주지 못했던 어떤 충만함을 준다는 걸 이제는 안다.

이걸 두고 철이 들었다거나 어른이 되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내 근황을 듣고 눈을 반짝이며 부러워했을 때, 나는 웃으며 맞장구를 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이상하게 잠잠했다.
예전의 나였다면 그 부러움 하나에도 마음이 붕 떴을 텐데.
어른이 된다는 건 아마 삶의 무게에 조금씩 익숙해지는 일에 가까울 테고, 지금 내가 말하려는 건 그것과는 결이 다르다.
이건 익숙해짐의 이야기가 아니라, 마음이 가리키는 방향 자체가 조용히 돌아섰다는 이야기다.
원하는 것의 크기가 작아진 게 아니라, 남에게 보여주려던 마음이 이제는 내 안으로, 내가 실제로 느끼는 것 쪽으로 몸을 돌린 것에 가깝다.

가끔은 스무 살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실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갖고 싶어 하던 것들 중 몇 개는 여전히 손에 넣지 못했고, 앞으로도 못 넣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 사실이 예전만큼 아프지 않다.
창가에 앉아 식어가는 커피를 마시며, 오늘 하루도 별일 없이 지나갔다는 사실에,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내 곁에 있다는 사실에 조용히 마음이 놓이는 밤이면, 나는 이제 안다.
진짜 갖고 싶었던 건 처음부터 이런 순간들이었고, 다만 그걸 알아보는 데에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을 뿐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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