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검사는 왜 할까?: 피검사나 CT만으로는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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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검사를 받다 보면 조금 이상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미 피검사도 했다.
CT나 MRI도 찍었다.
영상에서는 분명 어디에 이상이 있는지도 보인다고 한다.

그런데 의사가 갑자기 이런 말을 한다.

“조직검사를 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든다.

‘CT까지 찍었는데 왜 조직검사를 또 해야 하는 걸까?’

요즘 CT나 MRI는 작은 병변까지 상당히 자세하게 보여준다.
피검사에서도 염증 수치나 장기 기능, 때로는 종양과 관련된 여러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검사들만으로 어떤 병인지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굳이 몸에서 조직을 떼어내 현미경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한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각 검사가 보고 있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피검사는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흔적을 보고, CT나 MRI는 몸 안의 모양을 본다.
조직검사는 그 이상한 부분을 이루고 있는 세포와 조직 자체를 직접 본다.

바로 이 차이 때문에 조직검사가 필요해진다.

피검사는 몸에서 일어난 변화의 흔적을 본다

피검사는 매우 중요한 검사다.
백혈구가 증가했는지, 빈혈이 있는지, 간이나 신장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 염증 반응이 있는지 등 몸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CBC 혈액검사에서는 백혈구, 적혈구, 혈색소, 혈소판 같은 혈액세포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CMP 혈액검사에서는 혈당, 전해질과 함께 간과 신장 기능과 관련된 여러 수치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백혈구 수치가 높다고 해보자.

감염 때문일 수도 있다.
염증 때문일 수도 있다.
약물이나 스트레스의 영향일 수도 있고, 특정 혈액질환과 관련되어 있을 수도 있다.
숫자는 분명 이상하다는 신호를 보내지만 그 숫자 하나가 원인을 직접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전의 ‘피검사 결과지는 왜 항상 어렵게 느껴질까?‘에서도 검사 수치는 정답이라기보다 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단서에 가깝다고 이야기했다.

종양표지자도 비슷하다.
어떤 종양표지자가 높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암을 확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질환에서도 증가할 수 있고, 반대로 암이 있어도 정상 범위에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피검사는 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이지만, 그 변화가 정확히 어떤 세포에서 시작되었는지까지 보여주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다.

CT와 MRI는 몸속의 모양을 보여준다

그러면 CT나 MRI는 어떨까?

영상검사는 피검사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정보를 준다.
어디에 병변이 있는지, 얼마나 큰지, 주변 조직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다른 부위에도 비슷한 병변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CT에서 폐에 2cm 크기의 결절이 발견됐다고 해보자.
영상의학과 의사는 결절의 크기와 모양, 경계, 내부 구조, 위치 등을 살펴본다.
어떤 모습은 양성 병변에 더 가까워 보일 수 있고, 어떤 모습은 악성 종양을 의심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영상 소견만으로 병변의 정확한 정체를 확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영상검사는 상당히 많은 정보를 주지만, 모양이 비슷한 질환들이 존재한다.
염증 때문에 생긴 덩어리도 종양처럼 보일 수 있고, 감염으로 생긴 병변이 암처럼 보일 수도 있다.
반대로 영상에서 비교적 평범하게 보이는 병변이 실제 조직검사에서는 예상과 다른 결과를 보일 수도 있다.

물론 모든 질환에서 반드시 조직검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특정 질환은 증상, 혈액검사, 영상검사 등의 조합만으로 진단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영상만으로는 병변의 정체를 확실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CT나 MRI가 알려주는 것은 주로 어디에 어떤 모양의 이상이 있는가에 대한 정보다.
그 안에 실제로 어떤 세포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조직검사는 실제 세포와 조직 구조를 본다

여기서 조직검사가 등장한다.
조직검사, 즉 biopsy는 문제가 의심되는 부분에서 조직이나 세포를 채취해 병리학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다.

조직이나 세포를 채취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얇은 바늘로 주로 세포를 채취하는 세침흡인검사(Fine Needle Aspiration, FNA)가 있고, 조금 더 굵은 바늘로 조직 구조가 유지된 가느다란 조직 조각을 얻는 중심부바늘생검(Core Needle Biopsy)도 있다.
내시경을 이용해 조직을 떼기도 하고, 피부 병변의 일부를 잘라내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병변 전체를 제거한 뒤 검사하기도 한다.

채취된 검체는 병리검사실로 보내진다.
그리고 병리의사는 현미경으로 세포의 모습뿐 아니라 가능한 경우 세포들이 서로 어떤 구조를 이루고 있는지도 살펴본다.
정상 세포와 비교했을 때 모양이 얼마나 다른지, 조직의 정상적인 배열이 무너져 있는지, 염증세포가 어떤 형태로 들어와 있는지 등 여러 특징을 종합한다.

쉽게 표현하면 CT나 MRI가 건물의 외관을 보는 검사라면 조직검사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벽돌과 구조물을 직접 확인하는 과정에 조금 더 가깝다.

조직검사는 단순히 “암이냐 아니냐”만 보는 검사가 아니다

조직검사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가장 먼저 암 검사를 떠올린다.

실제로 암을 진단하는 데 조직검사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조직검사의 역할은 단순히 암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암이 확인되었다면 어떤 종류의 종양인지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같은 폐에서 발생한 암이라고 해도 모두 똑같은 암은 아니다.
세포의 종류와 특징에 따라 서로 다른 종양으로 분류되고, 치료 방법도 달라질 수 있다.
유방이나 위, 대장, 폐처럼 같은 장기에서 발생한 암이라도 어떤 단백질을 발현하는지, 특정 유전자 변화가 있는지 등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치료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채취한 조직을 현미경으로 먼저 살펴보고, 필요한 경우 면역조직화학검사(IHC, Immunohistochemistry) 같은 추가 검사를 시행한다.
특정 단백질이 세포에서 발현되는지를 확인해 종양의 정체나 기원을 구분하는 데 도움을 받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분자검사나 유전자검사를 추가하기도 한다.

즉 조직검사는 단순히 암을 발견하는 마지막 확인 과정이 아니라, 이 병변이 정확히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암이 아닌 질환에서도 조직검사를 한다

조직검사라는 말을 들으면 암부터 걱정하게 되지만, 조직검사는 암에서만 시행되는 검사가 아니다.

염증성 질환이나 감염, 자가면역질환, 여러 장기의 질환에서도 조직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장 기능이 나빠진 환자에서 피검사만으로 정확한 원인을 알기 어려운 경우에는 신장 조직을 직접 확인하기도 한다.
간질환에서도 혈액검사와 영상검사만으로 원인을 충분히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 조직검사를 고려할 수 있다.
피부질환 역시 겉으로 보이는 모양이 비슷해도 실제 현미경에서는 서로 다른 질환인 경우가 있다.

즉 조직검사의 목적은 반드시 암을 찾는 것이 아니다.
여러 가능성 가운데 실제로 어떤 질환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구분하는 것이 더 본질적인 목적이다.

피검사, CT, 조직검사는 서로 경쟁하는 검사가 아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조직검사가 가장 정확하다면 처음부터 조직검사만 하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세 검사는 서로 대체하는 관계가 아니다.
각각 맡고 있는 역할이 다르다.

검사주로 확인하는 것대표적인 역할
피검사혈액 속 세포·효소·단백질·전해질 등의 변화몸의 상태와 이상 신호 확인
CT·MRI·초음파장기와 병변의 위치·크기·형태이상 부위 발견과 범위 평가
조직검사세포와 조직의 실제 모습병변의 정체와 질환 종류 확인

예를 들어 피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면서 조사가 시작될 수도 있다.
영상검사를 했더니 특정 장기에 병변이 보인다.
그다음 영상의 위치를 참고해 조직을 채취한다.
병리검사를 통해 어떤 질환인지 확인한다.
필요하면 다시 영상검사를 이용해 질환이 어느 범위까지 퍼져 있는지 평가한다.

이렇게 검사들은 앞뒤로 연결되어 있다.
어느 하나가 다른 검사를 완전히 대신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모든 이상 부위를 조직검사하지 않을까?

조직검사가 많은 정보를 준다고 해서 CT에서 보이는 모든 작은 이상을 바로 조직검사하지는 않는다.
조직검사는 결국 몸 안에서 세포나 조직을 채취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부위에 따라 출혈이나 감염 같은 합병증 위험이 있을 수 있고, 병변의 위치에 따라 접근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반대로 영상에서 전형적인 양성 소견을 보이거나 일정 기간 영상으로 관찰하는 편이 더 적절한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의료진은 병변이 악성일 가능성, 크기와 위치, 환자의 건강 상태, 조직검사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실제 치료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함께 고려한다.
필요한 검사라고 판단했을 때 조직검사를 시행하는 것이다.

조직검사를 받을 때 사용하는 방법이나 진정·마취 여부도 검사 부위에 따라 다르다.
어떤 검사는 국소마취만으로 가능하지만, 내시경이나 수술적 방법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준비가 필요할 수도 있다.
마취나 진정이 예정되어 있다면 음식과 물을 언제부터 제한해야 하는지 의료진의 지시를 따라야 하며, 그 이유는 이전의 ‘수술 전에는 왜 금식해야 할까?‘에서 조금 더 자세히 살펴봤다.

조직검사를 했는데도 답이 안 나올 수 있을까?

조직검사를 했다고 해서 항상 한 번에 완벽한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병변 전체를 떼어내는 것이 아니라 작은 일부만 채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채취된 부분에 진단에 필요한 세포가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고, 병변 안에서도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
괴사가 심한 부위만 채취되거나 표본의 양이 너무 적으면 정확한 판단이 어려울 수도 있다.
이런 경우 검체가 진단에 충분하지 않다는 결과가 나올 수 있고, 상황에 따라 다시 조직을 채취하거나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조직검사는 매우 중요한 진단 방법이지만 몸 전체를 완벽하게 읽어내는 마법 같은 검사는 아니다.
조직검사 결과 역시 영상검사, 피검사, 환자의 증상과 병력 등 다른 정보와 함께 해석해야 한다.

조직검사가 필요한 이유

결국 질문은 처음으로 돌아온다.

피검사도 했고 CT도 찍었는데 왜 조직검사를 또 해야 할까?

피검사는 몸이 보내는 변화의 흔적을 보여준다.
CT와 MRI는 그 변화가 어디에 있고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조직검사는 그곳에 실제로 어떤 세포와 조직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한 검사가 다른 검사보다 무조건 뛰어나서가 아니다.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검사가 몸에서 뭔가 달라지고 있는지를 묻는다면, 영상검사는 그 이상이 어디에 있고 어떻게 생겼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조직검사는 한 걸음 더 들어가 이것이 실제로 무엇인가를 묻는다.

이 세 가지 질문이 이어지면서 진단은 점점 구체적으로 좁혀진다.
조직검사가 필요한 이유는 CT가 부족해서도, 피검사가 쓸모없어서도 아니다.
모양과 숫자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을 실제 세포와 조직에서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것이 조직검사가 진단 과정에서 여전히 중요한 이유다.

의학 정보 안내
이 글은 건강 및 의학 관련 내용을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인의 상태에 대한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관련 증상이 있거나 건강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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