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리학자로 일하다 보면 “결국 이상이 있는지는 선생님이 현미경으로 보고 정하시는 거죠?”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많은 사람은 병리학자가 현미경으로 암세포를 찾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암을 진단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슬라이드에서 찾는 변화가 모두 암은 아니다.
염증이 생겼는지, 조직이 오래 손상되어 흉터처럼 굳었는지, 혈관이 좁아졌는지, 손상된 세포가 회복하는 중인지도 모두 현미경으로 판단한다.
나는 이식센터에서 근무하면서 이식되기 전 기증 신장의 조직을 주로 들여다보는데, 여기서 확인하는 문제는 종양뿐 아니라 만성 손상, 염증, 혈관 변화까지 다양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서로 다른 종류의 이상을 병리학자는 대체 어떤 기준으로 구별해 내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슬라이드마다 완전히 새로운 기준을 꺼내 드는 것이 아니다.
먼저 세포 하나하나의 크기와 모양을 보고, 그다음 그 세포들이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서 정상적인 구조를 만들고 있는지를 본다.
쉽게 말해 벽돌의 모양과 벽돌이 쌓인 모양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다.
찾으려는 이상이 종양이든 만성 손상이든 이 두 층위를 보는 원칙은 크게 다르지 않고, 다만 그 안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삼는지가 달라질 뿐이다.
병리학자는 슬라이드를 확대해서만 보지 않는다
현미경으로 조직을 본다고 하면 처음부터 세포 하나를 크게 확대해 살펴보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실제 판독은 조금 다르다.
나는 먼저 낮은 배율에서 조직 전체를 지도처럼 훑어보며 구조가 고르게 유지되는지, 유난히 다른 부분이 있는지를 찾는다.
그런 다음 의심스러운 곳을 확대해 세포의 크기와 모양, 핵의 상태를 자세히 확인한다.
신장이라면 사구체와 세뇨관, 혈관이 제 위치에서 정상적인 모양을 이루고 있는지를 먼저 본다.
건물 전체의 형태를 살펴본 다음 이상해 보이는 벽과 벽돌을 가까이 들여다보는 순서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세포 하나하나에서는 어떤 변화를 볼까?
세포를 확대해서 볼 때 내가 가장 먼저 주목하는 곳 중 하나는 핵이다.
비정상적인 세포에서는 핵이 주변 세포보다 커지거나 유난히 진하게 보이고, 모양이 고르지 않거나 핵 안의 핵소체가 두드러지기도 한다.
또한 같은 종류의 세포들이 비슷한 모습을 유지하지 못하고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 달라지는지도 살펴본다.
예를 들어 투명세포 신세포암과 같은 일부 신장암에서는 핵소체가 얼마나 뚜렷한지, 세포의 형태가 얼마나 심하게 변했는지가 종양의 등급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등급이 높을수록 일반적으로 더 공격적인 성향을 보일 가능성이 크지만, 핵 하나만 보고 등급이나 예후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조직 구조에서는 종양 말고 어떤 이상을 볼까?
구조적 이상은 종양에서만 나타나지 않는다.
정상 신장에서는 둥근 사구체와 길게 이어진 세뇨관이 비교적 촘촘하고 규칙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그러나 손상이 오래 쌓이면 일부 사구체는 모세혈관 구조를 잃고 흉터처럼 굳으며, 세뇨관은 가늘어지고 그 사이에는 섬유성 조직이 늘어난다.
이를 각각 사구체경화, 세뇨관 위축, 간질 섬유화라고 부른다.
종양이 있을 때는 비정상적인 세포와 구조가 비교적 한곳에 뭉쳐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만성 손상은 사구체와 세뇨관, 간질, 혈관 등 여러 구조에서 함께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저배율에서 비정상적인 구조가 한곳에 모여 있는지, 여러 부위에 걸쳐 분포하는지를 먼저 살펴본다.
이처럼 병리학자는 이상한 세포를 찾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정상 구조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 손상이 한곳에 모여 있는지 아니면 넓게 퍼져 있는지도 함께 살핀다.
세포가 이상하게 보이면 곧바로 종양이라고 판단할까?
여기서 흔한 오해가 생긴다.
세포 핵이 커지고 조직 구조가 다소 흐트러졌다고 해서 내가 곧바로 종양이라고 단정하지는 않는다.
손상된 조직이 회복되는 과정에서도 세포는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장의 세뇨관 세포가 재생될 때는 핵이 커지거나 진하게 보이기 때문에, 주변 상황을 제외하고 그 세포들만 보면 종양세포와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반응성 변화는 대개 주변의 손상 소견과 연결되어 나타나며, 세포의 배열과 변화가 나타나는 범위도 종양과 다르다.
그래서 나는 세포 하나의 변화만 보지 않고, 그 변화가 어떤 범위와 배열로 나타나는지, 주변 정상 조직과의 경계는 어떤지, 염증이나 손상 소견이 함께 있는지를 고려해 반응성 변화와 종양성 변화를 구분한다.
결국 병리학에서 중요한 것은 “이상하게 생겼는가” 하나가 아니라, “왜 그렇게 생겼으며 주변 조직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이다.
이식 전 신장 조직검사에서는 무엇을 더 확인할까?
내가 실제로 자주 하는 일 중 하나는 기증자의 신장 조직을 짧은 시간 안에 평가해, 이식팀이 그 신장을 사용할지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때 나는 종양이 있는지 확인하는 한편, 이미 흉터로 변한 사구체의 비율, 세뇨관 위축과 간질 섬유화가 차지하는 범위, 혈관 벽이 두꺼워져 혈관 안쪽이 좁아진 정도를 살펴본다.
쉽게 말하면 이 신장에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구조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런 조직 소견은 이식팀이 장기의 상태를 판단할 때 참고하는 정보가 된다.
다만 조직검사 결과가 그 자체로 사용 여부를 자동 결정하는 것은 아니며, 작은 조직 조각이 신장 전체를 완벽하게 대표하지 못할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전 글에서 소개한 KDPI도 기증 신장의 예상 위험도를 가늠하는 도구지만, KDPI는 기증자의 나이와 신장 기능, 병력 등의 임상정보로 계산되고 조직검사 소견이 계산식에 직접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조직검사와 KDPI는 같은 신장을 서로 다른 각도에서 평가하는 정보라고 이해하면 된다.
만약 이 과정에서 우연히 작은 종양이 발견되면, 그것이 양성 병변인지 악성 종양인지, 어떤 종류의 종양일 가능성이 큰지를 신속하게 판단해야 한다.
종양을 제거한 뒤 남은 신장을 이식에 사용할 수 있는지는 이러한 병리 소견과 종양의 크기 및 범위, 기증자와 수혜자의 상황을 종합해 이식팀이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종양의 종류와 위험성은 어떻게 판단할까?
종양을 판단할 때도 결정적인 단서가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포의 모양, 세포들이 만드는 구조, 주변 정상 조직과의 경계, 필요한 경우 면역조직화학검사 결과를 종합해 어떤 종류의 종양인지 판단한다.
종양이라고 해서 모두 주변을 파고드는 것은 아니며, 양성 종양도 존재한다.
이미 악성 종양으로 판단된 경우에는 그다음으로 주변 조직, 신장 주변 지방, 혈관 등으로 얼마나 퍼졌는지를 확인한다.
이를 침윤이라고 하며, 침윤 범위는 종양의 병기를 정하고 치료 방향과 예후를 판단하는 데 매우 중요한 정보가 된다.
따라서 침윤은 모든 종양의 존재를 처음 확정하는 단 하나의 기준이라기보다, 악성 종양이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기준에 가깝다.
판단이 애매할 때 나는 어떻게 할까?
세포와 구조를 모두 살펴봐도 관찰된 변화의 원인이나 성격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실제로 있다.
이런 경우에는 조직에서 추가 절편을 만들어 다른 단면을 더 살펴보거나, 특정 단백질의 발현을 확인하는 면역조직화학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조직을 채취한 뒤 병리검사실에서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는 내 몸에서 떼어낸 조직은 그다음 어디로 갈까?: 조직검사 뒤 병리검사실에서 벌어지는 일에서 자세히 설명했다.
면역조직화학검사에서 나오는 Positive·Negative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병리 결과지의 Positive와 Negative는 정확히 무슨 뜻일까?: 병리검사 용어 이해하기에서 다룬 적이 있다.
이런 보조 검사는 현미경에서 의심한 가능성을 좁히고, 서로 비슷하게 생긴 질환이나 종양을 구별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다만 면역조직화학검사 역시 Positive 하나만으로 진단을 확정하는 검사가 아니라, 염색된 위치와 강도, 함께 시행한 다른 표지자, 기본 조직 소견을 다시 종합해서 해석해야 한다.
결국 나는 무엇을 종합해서 판단을 내릴까?
병리학자가 현미경으로 하는 일은 이상하게 생긴 세포 하나를 찾아 이름을 붙이는 것만이 아니다.
낮은 배율에서는 조직 전체의 지도를 보고, 높은 배율에서는 그 지도를 이루는 세포들을 살펴본 뒤, 두 관찰 결과가 같은 이야기를 하는지 확인한다.
종양을 의심할 때는 세포와 구조, 주변 조직과의 경계, 침윤 여부를 보고, 이식 전 신장을 평가할 때는 정상 구조가 얼마나 보존되어 있으며 만성 손상이 어떤 구조에 어느 정도 분포하는지를 본다.
결국 병리 판독은 사진 한 장에서 틀린 부분을 찾는 일이 아니라, 조직이 지금까지 겪어온 변화의 흔적을 읽고 그 의미를 해석하는 일에 가깝다.
관련 증상이 있거나 건강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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