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겨울 이식센터에서는 유난히 손이 모자란 시기가 있었다.
간호사와 코디네이터 몇 명이 한꺼번에 독감으로 결근했고, 나 역시 동료 병리학자 한 명이 앓아누워 조직검사 온콜을 며칠 더 길게 섰다.
그때 뉴스에서는 이 유행에 “슈퍼플루(super flu)”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었고, 실제로 응급실은 독감 환자로 넘쳐났다.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이식 환자들에게는 그 몇 주가 유난히 긴장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올해도 곧 같은 계절이 돌아온다.
“작년 같은 슈퍼플루가 또 오는 걸까, 아니면 올해는 다를까”라는 질문을 요즘 부쩍 많이 받는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지난겨울 유행이 왜 그렇게 빠르게 퍼졌는지, 그리고 그 “빠름”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했는지부터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그럼, 지난겨울 “슈퍼플루”란 이름이 붙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2025~2026년 시즌 독감을 주도한 것은 인플루엔자 A(H3N2)의 새로운 변이인 ‘서브클레이드 K(subclade K)’였다.
이 변이는 기존 유행 H3N2 바이러스와 비교해 여러 항원 부위의 변화를 보였고, 그 결과 이전 백신이나 감염으로 형성된 면역과의 거리가 커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만 변이 개수만으로 실제 백신 효과나 개인별 중증도를 단정할 수는 없다.
그 시즌 2025년 12월 27일로 끝나는 주간 기준, 독감 유사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외래 진료 비율은 8.2%까지 치솟았다.
이는 CDC가 관련 통계를 추적하기 시작한 199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다.
이어 2026년 1월 말까지 CDC가 추산한 입원 환자는 약 27만 명, 사망자는 약 1만 1천 명에 달했다.
이는 이미 “고위험” 시즌으로 분류될 2024~2025년 시즌보다도 더 큰 규모였다.
‘슈퍼플루’라는 표현이 언론에 오르내린 것도 이런 수치들 때문이었다.
‘빨리 퍼진다’와 ‘더 위험하다’는 다른 이야기다
하지만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슈퍼플루’라는 표현에 선을 그었다.
존스홉킨스의 감염병 전문가 아메시 아드왈자는 이 용어를 두고 “의학적으로는 별 의미가 없는 선정적인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강조한 것은, 서브클레이드 K가 유난히 빨리 퍼진 것은 사실이지만 개별 감염자가 겪는 증상 자체가 다른 H3N2 변이보다 유난히 더 심하다는 근거는 없다는 점이었다.
바이러스학자 앤드루 페코즈는 이 둘의 차이를 더 분명하게 짚었다.
그는 이 변이가 위험한 이유는 한 사람 한 사람을 더 아프게 만들기 때문이 아니라, 짧은 기간에 감염자 수 자체를 크게 늘려 의료 시스템을 동시에 밀어붙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확산 속도가 빠르다”는 관찰과 “이 바이러스가 개인에게 더 위험하다”는 해석은 같은 말이 아니며, 작년 병원과 응급실이 힘들었던 이유는 후자보다는 전자에 더 가까웠다고 봐야 한다.
그럼 이번 겨울은 얼마나 심할까? 남반구가 주는 신호
북반구의 겨울 독감철을 미리 가늠할 때 자주 참고하는 것이 남반구의 유행이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6~9월이 독감 시즌이라 북반구보다 몇 달 앞서 유행을 겪고, 같은 변이가 도는 경우 그 규모가 어느 정도 참고 자료가 된다.
남반구의 독감 유행은 북반구에 앞서 시작되기 때문에 참고 자료가 되지만, 이를 이번 겨울 미국의 규모를 예측하는 지표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유행의 시작 시점과 정점, 백신 접종률, 학교·직장 내 전파 환경, 검사와 신고 방식이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반구 자료는 “어떤 바이러스가 돌고 있는지”를 살피는 단서로는 유용하지만, 이번 겨울이 가볍거나 심할지를 미리 결정해주는 답은 아니다.
이번 시즌 백신은 뭐가 달라졌을까?
2026년 3월 FDA 자문위원회는 2026~2027시즌 독감 백신에 넣을 세 가지 바이러스 성분을 갱신하도록 권고했다.
2026~2027시즌 독감 백신은 A형 H1N1, A형 H3N2, B형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세 가지 성분으로 구성된다.
그중 H3N2 성분은 전년도 백신과 다른 바이러스로 갱신됐다.
이는 지난겨울 유행한 H3N2 계통과의 항원적 거리를 줄이려는 조치다.
다만 실제 방어 효과는 이번 겨울 어떤 바이러스가 얼마나 퍼지는지, 접종 시기가 어떠했는지 등을 함께 봐야 판단할 수 있다.
백신 제조 방식에 따라 권고 균주 표기가 조금씩 다를 수 있으므로, 세부 성분은 CDC의 2026~2027 독감 시즌 안내에서 확인하는 편이 가장 정확하다.
백신은 언제 맞는 게 가장 좋을까? ‘충전되는 배터리’로 이해하기
독감 백신은 맞은 직후 보호 효과가 생기지 않는다.
몸이 면역반응을 충분히 형성하는 데는 대략 2주가 걸리고, 보호 효과는 그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감소할 수 있다.
감소 속도는 나이, 면역 상태, 그해 유행 바이러스, 백신 종류에 따라 달라지므로 “몇 주 뒤부터 몇 퍼센트씩 떨어진다”는 숫자로 단순하게 말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백신 접종 시기는 다 충전된 배터리를 언제 꽂아두느냐의 문제에 가깝다.
그래서 대부분의 성인에게는 9~10월 접종이 가장 균형 잡힌 시기로 권고된다.
다만 이미 백신을 맞을 기회가 왔다면 “가장 좋은 날짜”를 기다리느라 접종을 미루는 것보다, 유행이 이어지는 동안 가능한 때에 맞는 편이 낫다.
반대로 너무 늦게 맞으면 항체가 만들어지는 약 2주 동안 유행 한가운데를 지나야 할 수 있다.
어린이, 임신부, 면역저하자처럼 접종 시기를 따로 조정해야 할 수 있는 경우에는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좋다.
올해는 왜 백신 안내가 유독 헷갈릴까?
다만 올해는 독감·코로나19·RSV 백신을 둘러싼 연방 차원의 안내가 예년보다 더 자주 바뀌었고, 그 공백을 의료진들이 개별적으로 메우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는 온라인에 떠도는 일반적인 정보보다, 담당 의사나 약사에게 자신의 나이·기저질환·면역 상태에 맞는 접종 시기를 직접 확인하는 편이 더 안전하다.
특히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이거나 고령인 경우에는 항체 반응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어, 이 판단은 더욱 개별화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지금 무엇을 준비하면 될까?
지금까지의 정보를 종합하면, 이번 겨울이 작년만큼 심할지 아직 확정적으로 말할 근거는 없다.
남반구의 유행 자료는 어떤 바이러스가 먼저 돌고 있는지를 살피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그것만으로 북반구 겨울의 규모를 예측할 수는 없다.
결국 이번 시즌이 지난해보다 가벼울지, 비슷할지는 실제 미국 내 유행 양상을 지켜봐야 알 수 있다.
백신 성분이 지난겨울 유행한 H3N2 계통을 반영해 갱신된 것은 긍정적인 변화다.
다만 실제 방어 효과는 이번 겨울 어떤 바이러스가 얼마나 퍼지는지, 접종 시기와 접종률이 어떠했는지 등을 함께 봐야 판단할 수 있다.
지난겨울 이식센터에서 손이 모자랐던 경험을 떠올리면, 결국 개인이 할 수 있는 준비는 유행의 규모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방어선을 미리 마련해두는 것이다.
9~10월 사이에 백신을 맞아두고, 열·기침·몸살 같은 증상이 있으면 무리해서 출근하거나 모임에 나가지 않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이다.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이거나 고령, 임신, 만성질환처럼 독감 합병증 위험이 높은 사람은 증상이 생겼을 때 항바이러스제 치료가 필요한지 가능한 한 빨리 의료진과 상의하는 편이 좋다.
독감이 걱정되거나 고위험군에 속한다면, 자가 판단보다 의료진과 미리 상담해두는 편이 안전하다.
관련 증상이 있거나 건강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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