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식센터와 연구실에는 취업이민으로 영주권을 준비하는 동료들이 꽤 있다.
연구 실적을 바탕으로 EB-2 NIW나 EB-1A를 준비하는 사람도 있고, 연구기관의 지원을 받아 EB-1B로 진행하는 사람도 있으며, 회사 스폰서를 통해 일반 취업이민을 진행하는 사람도 있다.
나 역시 박사과정 중 암센터에서 연구하던 때, 어느 날 교수님이 HR에 한번 가보라고 했던 일을 기억한다.
HR 담당자는 암센터와 연계된 로펌이 있고 그곳의 이민 담당 변호사와 진행하면 된다며, 먼저 준비할 서류들을 안내해줬다.
당시에는 절차를 정확히 다 이해하지 못한 채 안내받은 서류를 준비해 진행했고, 영주권이 나오기까지는 전체 4~5개월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시민권자가 됐지만, 당시의 빠른 진행이 모든 연구자에게 당연한 일은 아니라는 사실은 나중에야 실감하게 됐다.
얼마 전 한 동료가 뉴스에서 봤다며 “인도 사람들은 그린카드 받는 데 179년이 걸린다는 게 진짜냐”고 물었다.
숫자가 너무 커서 처음에는 과장된 기사 제목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원문 자료를 찾아보니, 실제로 취업이민 대기열의 심각성을 보여주기 위해 나온 계산이었다.
다만 이 숫자를 그대로 “인도 출신이면 179년을 기다린다”라고 받아들이면 안 된다.
USCIS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처리 기간도 아니고, 지금 영주권을 준비하는 모든 사람의 대기 시간을 예언하는 숫자도 아니다.
현재 쌓여 있는 대기 인원과 법으로 정해진 비자 수를 기준으로, 앞으로 제도가 거의 바뀌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 나온 추정치다.
그래도 이 계산이 보여주는 문제는 분명하다.
취업이민 백로그는 서류 처리가 조금 늦어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영주권을 원하는 사람 수에 비해 매년 나오는 비자 수가 너무 적어서 생긴 구조적 적체에 가깝다.
179년은 정확히 누구의 이야기일까?
179년은 인도 출생의 EB-2 신청자가 2026년 1월 이후 노동인증 또는 I-140을 접수했다고 가정했을 때 나온 NFAP의 추정치다.
EB-2는 보통 석사 이상 학위 또는 이에 준하는 경력을 갖춘 전문직 종사자, 혹은 특별한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을 위한 취업이민 분류다.
연구자들이 자주 이야기하는 NIW도 EB-2 안에 들어가지만, 모든 EB-2가 NIW인 것은 아니다.
회사 스폰서와 노동인증 절차를 거치는 일반 EB-2도 있고, NIW처럼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직접 청원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NIW면 179년” 또는 “인도 사람이면 무조건 179년”이라고 단순하게 말하면 정확하지 않다.
같은 분석에서 인도 출생 신청자의 EB-3 대기 기간은 약 38년, EB-1은 약 4~5년으로 추정됐다.
중국 출생 신청자는 EB-2 최대 25년, EB-3 최대 7년, EB-1 약 5년으로 계산됐다.
필리핀 출생 신청자는 EB-3가 최대 약 6년으로 추산됐고, EB-1과 EB-2는 당시 분석에서 별도의 장기 대기 기간이 제시되지 않았다.
같은 취업이민이라도 어떤 카테고리로 신청하는지에 따라, 또 어느 나라 대기열에 들어가는지에 따라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179년은 그 차이가 얼마나 극단적으로 벌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숫자다.
여기서 한 가지 알아둘 점은, 이민법상 기준이 보통 여권 국적이 아니라 태어난 나라라는 것이다.
기사에서는 편하게 인도인이나 중국인이라고 쓰지만, 실제로는 출생국을 기준으로 대기열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예외적으로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배우자의 출생국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뉴스 기사만 보고 “나는 어느 국적이니까 몇 년 기다리겠구나”라고 계산하기보다, 내 케이스가 어느 나라 대기열에 들어가는지부터 확인하는 편이 낫다.
이 부분은 개인마다 달라질 수 있어서 변호사나 회사 이민팀에 물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취업이민 대기열에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NFAP는 2025년 12월 기준으로 EB-1부터 EB-3까지 취업이민 백로그가 약 126만 명이라고 추산했다.
이 숫자에는 주신청자뿐 아니라 배우자와 21세 미만의 미혼 자녀도 포함돼 있다.
USCIS가 공개한 대기 중인 청원 자료를 바탕으로, 부양가족 규모를 더해 계산한 정책 분석 수치다.
그러니 정확히 126만 4,495명이 줄을 서 있다는 식으로 볼 필요는 없지만, 대기열 규모가 100만 명을 훌쩍 넘는다는 큰 흐름은 분명하다.
영주권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는 막연한 표현보다 훨씬 실감 나는 숫자다.
이 가운데 인도 출생 신청자는 약 99만 6천 명으로 추정됐다.
인도 EB-2 대기열만 약 73만 명, EB-3 대기열은 약 21만 명 규모로 계산됐다.
연구실이나 병원에서 인도 출신 동료들이 영주권 이야기를 할 때 유난히 오래 걸린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대로 어떤 나라에서는 같은 EB-2나 EB-3여도 대기열이 훨씬 짧거나 현재 접수가 가능한 상태일 수 있다.
영주권 대기 기간은 개인의 능력이나 서류 완성도만으로 결정되는 게임이 아니라는 뜻이다.
왜 나라에 따라 이렇게 차이가 날까?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은 취업이민 영주권의 기본 숫자다.
미국은 취업이민으로 매년 기본 14만 개의 영주권을 발급한다.
그런데 이 숫자에는 주신청자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배우자와 21세 미만의 미혼 자녀도 함께 포함된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영주권을 받고 배우자와 자녀 두 명이 함께 영주권을 받으면, 네 명이 쿼터를 사용하게 된다.
그래서 매년 14만 개라는 숫자가 생각보다 빠르게 소진된다.
여기에 국가별 상한도 있다.
출생국 기준으로 한 대기열이 받을 수 있는 취업이민 비자는 원칙적으로 연간 전체 취업이민 비자의 7%를 넘기기 어렵다.
신청자가 많은 인도나 중국도, 신청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나라와 같은 상한 규정을 적용받는다.
물론 다른 나라에서 사용하지 않은 비자가 남으면 일부 추가 배정이 가능한 예외는 있다.
하지만 신청자가 많은 나라의 대기열을 근본적으로 줄이기에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취업이민 비자 수가 언제나 정확히 14만 개로 고정되는 것도 아니다.
가족이민 쪽에서 쓰이지 않은 비자가 있으면 법에 따라 다음 회계연도 취업이민으로 넘어올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몇 년 동안은 가족이민 비자 미사용분이 취업이민에 더해지면서 평소보다 훨씬 많은 비자가 배정됐다.
그런데도 취업이민 백로그는 크게 줄지 않았다.
이미 쌓여 있는 대기열이 워낙 크고, 새로 들어오는 신청자도 계속 있기 때문이다.
서류 처리 지연과 영주권 대기는 다른 이야기다
이민 절차를 진행하다 보면 모든 대기 시간이 비슷하게 느껴진다.
PERM이 오래 걸리고, I-140 심사도 기다려야 하고, I-485도 기다려야 하니 그냥 모두 ‘그린카드가 늦는 문제’처럼 보이기 쉽다.
하지만 179년 계산은 USCIS가 서류를 심사하는 속도보다, 서류가 승인된 뒤 영주권 번호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비자 대기열에 관한 이야기다.
쉽게 말하면 심사가 끝났어도 내 차례가 아직 오지 않아 영주권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을 계산한 것이다.
이 차이를 알아두면 뉴스에서 말하는 백로그를 조금 덜 헷갈리게 이해할 수 있다.
일반적인 회사 스폰서 취업이민은 노동부의 PERM 절차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보통 PERM을 접수한 날이 우선일자가 된다.
NIW나 EB-1A, EB-1B처럼 PERM이 면제되는 경우에는 I-140을 접수한 날이 우선일자가 된다.
이 우선일자가 매달 나오는 Visa Bulletin의 날짜와 비교되는 기준이 된다.
그래서 내 I-140가 승인됐는지와, 내 우선일자가 현재 열려 있는지는 서로 다른 문제다.
나처럼 기관이 연결한 변호사를 통해 비교적 빠르게 영주권을 받은 사례가 있다고 해서, 모든 취업이민 절차가 같은 속도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Visa Bulletin에서는 무엇을 보면 될까?
취업이민을 진행 중이라면 매달 나오는 Visa Bulletin을 볼 일이 생긴다.
처음 보면 표가 복잡하지만, 핵심은 내 카테고리와 출생국 기준에서 우선일자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보는 것이다.
여기에는 Final Action Dates와 Dates for Filing이라는 두 표가 있는데, 이름이 비슷해서 처음에는 헷갈리기 쉽다.
Final Action Dates는 실제 영주권 승인이나 이민비자 발급이 가능한 시점을 보는 표에 가깝고, Dates for Filing은 서류를 미리 접수할 수 있는 시점을 보여준다.
USCIS가 그달에 어느 표를 사용할지 따로 안내하므로, 날짜 하나만 보고 “내 영주권이 곧 나온다”고 판단하면 안 된다.
Visa Bulletin의 날짜도 매달 앞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대기열 수요와 연간 비자 사용 상황에 따라 조금 빨라지기도 하고, 반대로 뒤로 밀리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179년 추정치를 본다고 해도, 이미 우선일자가 오래전인 사람과 2026년에 새로 줄을 선 사람은 같은 상황이 아니다.
내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를 보려면 뉴스 기사보다 내 우선일자와 그달의 Visa Bulletin을 비교하는 편이 훨씬 현실적이다.
이민 카페의 예상이나 지인의 경험담은 참고가 될 수 있어도, 내 케이스를 대신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취업이민을 준비한다면 먼저 확인할 것
우선 내 카테고리가 정확히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EB-1A와 EB-2 NIW는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회사나 연구기관의 스폰서 없이도 본인이 청원할 수 있는 경로다.
반면 EB-1B는 대학이나 암센터 같은 연구기관이 뛰어난 연구자를 위해 청원하는 방식이다.
노동인증은 필요 없지만, 기관이 지속적인 연구직 또는 테뉴어 트랙 교수직 제안을 바탕으로 청원해야 한다.
일반 EB-2와 EB-3는 보통 회사나 연구기관 같은 고용주가 고용을 전제로 진행하며, 대개 PERM 노동인증 절차를 거친다.
같은 취업이민이라도 누가 청원하는지, 노동인증이 필요한지, 어느 대기열에 들어가는지에 따라 준비 방식과 기다리는 시간은 크게 달라진다.
그다음은 우선일자와 출생국 기준이다.
뉴스에서 백로그가 심각하다는 말을 들으면 누구나 불안해지지만, 실제로는 내 우선일자가 언제인지와 어느 대기열에 들어가는지가 더 중요하다.
회사 이민 담당 부서나 변호사에게 현재 단계와 우선일자를 확인하고, Visa Bulletin에서 어느 표를 봐야 하는지 물어보는 편이 좋다.
이민법은 같은 EB-2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세부 상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공개된 통계는 전체 풍경을 이해하는 데 쓰고, 내 실제 계획은 개인 자료를 바탕으로 세우는 편이 안전하다.
179년은 개인의 운명이 아니라, 제도의 적체를 보여주는 숫자다
179년이라는 숫자는 분명 충격적이다.
하지만 그것은 USCIS가 공식적으로 보장하거나 통보한 처리 기간이 아니고, 지금 영주권을 신청한 모든 인도 출생 신청자의 실제 대기 시간도 아니다.
법이 바뀌거나, 비자 배정 방식이 달라지거나, 대기열의 수요가 변하면 계산은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제도 변화가 없으면 특히 인도 출생의 EB-2와 EB-3 신청자에게 긴 대기가 현실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이 숫자는 공포를 주기 위한 제목이라기보다, 현재 취업이민 구조가 얼마나 많이 쌓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에 가깝다.
그래서 지금 취업이민을 준비 중이라면 “나는 179년을 기다리게 되는 걸까”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내 카테고리가 무엇인지, 내 우선일자가 언제인지, 출생국 기준 대기열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차례대로 확인하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된다.
영주권 절차는 길고 복잡하지만, 적어도 내가 어떤 줄에 서 있는지 알아야 현실적인 계획도 세울 수 있다.
개별 케이스의 예상 대기 기간이나 이민 전략은 반드시 이민 변호사 또는 회사 이민 담당 부서와 확인해야 한다.
이 글은 2026년 9월 기준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을 대신하지 않는다.
참고 자료: NFAP의 2026년 취업이민 백로그·대기 기간 분석 보고서 · 미 국무부 Visa Bulletin · USCIS의 Visa Bulletin 접수 차트 안내 · George W. Bush Presidential Center의 2026년 9월 이민 동향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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