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에 같은 원두를 여러 번 내려 마시는 날이 있다.
아침에는 잠을 깨기 위해 한 잔을 내리고, 점심을 먹고 나서는 흐려진 집중력을 다시 잡으려고 커피를 찾는다.
저녁이 되면 카페인이 꼭 필요해서라기보다, 익숙한 향이 집 안에 퍼지는 시간이 좋아 한 잔을 더 만들기도 한다.
보통 같은 원두를 반복해서 마시면 두 번째 잔부터는 맛이 익숙해지면서 처음의 인상이 조금씩 흐려진다.
그런데 DOMA Coffee의 Carmela’s는 하루 동안 여러 번 마실수록 같은 맛을 반복하기보다, 시간에 따라 서로 다른 부분이 눈에 들어오는 커피였다.
아침에 내린 Carmela’s에서는 곡물을 떠올리게 하는 맛이 먼저 느껴졌다.
갓 구운 빵처럼 강하게 고소한 향이라기보다는 우유를 붓기 전의 시리얼이나 담백한 비스킷에 가까웠다.
입안이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시간이어서인지 다크 초콜릿이나 캐러멜보다 이런 부드러운 곡물의 인상이 더 선명했다.
브라운 슈거를 닮은 단맛도 설탕처럼 직접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흰 설탕보다 색이 짙고 향이 깊은 갈색 설탕을 조금 맛보았을 때처럼, 단맛 자체보다 구수하고 따뜻한 향이 먼저 느껴졌다.
덕분에 첫 잔은 잠을 강하게 깨우는 커피라기보다, 비어 있던 아침을 천천히 채우는 음식처럼 다가왔다.
점심을 먹고 다시 내렸을 때는 아침과 다른 부분이 보였다.
첫 모금에서는 약간의 쌉쌀함이 혀끝에 닿았다.
거칠거나 탄 맛에 가까운 쓴맛은 아니었다.
식사 뒤 입안에 남아 있던 맛을 정리해주고, 잠시 무뎌졌던 감각을 다시 세워주는 정도였다.
그 짧은 쌉쌀함이 지나간 뒤에는 커피의 질감이 한층 더 풍성하게 느껴졌다.
다크 초콜릿이라는 표현도 이때 가장 잘 이해됐다.
진한 카카오의 건조함보다는 초콜릿을 입안에서 천천히 녹였을 때 마지막에 남는 은근한 쌉싸름함과 부드러운 무게감에 가까웠다.
여기에 아몬드를 떠올리게 하는 고소함이 더해지면서 단맛과 쓴맛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Carmela’s에는 브라질의 Bourbon과 Mundo Novo, 콜롬비아의 Caturra, Castillo, Typica, 과테말라의 Pache와 Caturra가 함께 사용된다.
평소 좋아하던 품종들이 한 봉지 안에 모여 있다는 점도 꽤 흥미로웠다.
마셔보면 어느 한 산지의 성격이 유난히 앞으로 나서지는 않는다.
브라질 원두에서 기대할 법한 고소함과 단맛이 바탕을 만들고, 콜롬비아와 과테말라 원두가 그 위에 은은한 산미와 향을 더하는 듯하다.
산미는 특정 과일이 바로 떠오를 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숨겨져 있지도 않다.
커피가 무겁고 둔하게 가라앉지 않도록 가장자리만 살짝 들어 올려주는 정도다.
저녁에 마신 잔에서는 맛보다 질감이 먼저 기억에 남았다.
아침의 시리얼 같은 인상이나 점심 뒤의 쌉쌀함은 한발 뒤로 물러나고, 전체가 더 매끄럽게 이어졌다.
캐러멜이라는 노트도 이때는 향보다 질감으로 다가왔다.
끈적하고 진한 캐러멜 소스라기보다는 따뜻한 물에 천천히 풀어진 캐러멜처럼 둥글고 부드러웠다.
저녁의 커피는 반드시 강한 자극을 줄 필요가 없다.
무엇인가를 더 시작하게 만드는 맛보다, 이미 지나온 하루의 속도를 조금 낮춰주는 맛이 더 잘 어울릴 때가 있다.
Carmela’s의 마지막 잔은 그런 역할을 했다.
특별한 향 하나를 붙잡고 오래 생각하게 만들기보다는, 하루의 끝을 부드럽게 채워주는 느낌을 남겼다.
이 커피가 하루 종일 마시기 좋았던 이유는 단순히 달거나 부드러워서만은 아니었다.
아침에는 곡물처럼 든든했고, 점심 이후에는 적당한 쌉쌀함으로 감각을 깨웠으며, 저녁에는 매끄러운 질감으로 하루를 정리해주었다.
한 가지 강한 개성으로 계속 시선을 끄는 대신, 시간에 따라 필요한 부분을 조금씩 다르게 보여주었다.
브라운 슈거, 아몬드, 다크 초콜릿, 캐러멜이라는 향미는 모두 익숙하다.
하지만 Carmela’s에서는 그 익숙한 맛들이 한꺼번에 드러나기보다, 마시는 순간마다 조금씩 다른 인상으로 다가왔다.
한 봉지 안에 좋아하는 품종들이 모여 있다는 반가움으로 시작했지만, 다 마신 뒤 기억에 남은 것은 품종의 목록보다 아침과 오후, 저녁에 조금씩 달라졌던 세 잔의 모습이었다.
DOMA Coffee Carmela’s는 화려한 한순간보다, 하루의 여러 시간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쪽에 가까운 블렌드였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