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LC·QLC·DRAM·HMB·TBW는 뭘 봐야 할까?: SSD 스펙과 구매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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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장치 가이드 ④ · SSD 스펙과 구매법

지금까지 저장장치 가이드에서는 HDD와 SSD의 차이부터 SATA와 NVMe, M.2가 무엇인지 살펴봤다.
그다음에는 500GB·1TB·2TB·4TB 가운데 어느 정도의 SSD 용량이 필요한지, 그리고 PCIe 3.0·4.0·5.0의 속도 차이가 실제 사용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도 정리했다.

이제 마지막 단계가 남았다.

2TB PCIe 4.0 NVMe SSD를 사기로 결정했다고 해보자.
온라인 쇼핑몰에서 검색해보면 같은 2TB, 같은 PCIe 4.0, 같은 M.2 NVMe SSD인데도 가격 차이가 꽤 크다.

어떤 제품에는 TLC라고 적혀 있고 다른 제품은 QLC라고 한다.
어떤 SSD는 DRAM 탑재를 강조하고, 어떤 제품은 DRAM-less라고 한다.
조금 더 찾아보면 HMB, SLC Cache, TBW 같은 용어까지 등장한다.

그러면 다시 고민이 시작된다.

TLC가 QLC보다 무조건 좋은 것일까?
DRAM이 없는 SSD는 피해야 할까?
TBW는 높을수록 좋은 SSD라는 뜻일까?

이번에는 이런 스펙들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SSD를 살 때 어느 정도까지 신경 써야 하는지를 정리해보려 한다.

SSD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SSD를 이해하려면 먼저 내부 구조를 아주 간단하게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SSD의 핵심은 크게 보면 다음과 같다.

  • 데이터를 실제로 저장하는 NAND 플래시
  • 데이터를 어디에 읽고 쓸지 관리하는 컨트롤러
  • 일부 SSD에 들어가는 DRAM
  • 이들을 제어하는 펌웨어

삼성 역시 SSD의 주요 구성 요소를 NAND 플래시, 컨트롤러, DRAM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NAND가 실제 데이터를 저장한다면 컨트롤러는 데이터의 읽기와 쓰기를 관리하고, DRAM은 빠르게 접근해야 할 정보를 임시로 처리하는 데 활용된다.
그래서 같은 PCIe 4.0 SSD라고 해도 안에 어떤 NAND와 컨트롤러가 들어 있는지, DRAM을 사용하는지, 펌웨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따라 실제 특성이 달라질 수 있다.

PCIe 4.0이라는 숫자는 SSD가 이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의 한계를 알려주는 것이지 SSD 전체의 품질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TLC와 QLC는 무엇이 다를까?

SSD를 고를 때 가장 자주 만나는 용어 가운데 하나가 TLC와 QLC다.
둘은 NAND 플래시 셀 하나에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저장하는지를 나타낸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SLC → 셀 하나에 1bit
  • MLC → 셀 하나에 2bit
  • TLC → 셀 하나에 3bit
  • QLC → 셀 하나에 4bit

삼성도 NAND를 데이터 저장 방식에 따라 SLC, MLC, TLC, QLC 등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Micron과 Solidigm 역시 QLC가 셀 하나에 4bit를 저장하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같은 셀 하나에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할수록 저장 밀도를 높이는 데 유리하다.
그래서 QLC는 TLC보다 같은 NAND 면적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고, 큰 용량의 SSD를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만드는 데 유리하다.
Solidigm은 QLC가 TLC보다 셀당 더 많은 비트를 저장함으로써 저장 밀도와 비용 측면에서 이점을 가진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한 셀에서 구분해야 할 데이터 상태가 많아질수록 데이터를 기록하고 정확하게 판별하는 과정은 더 복잡해진다.

그래서 일반적인 특성만 놓고 보면 TLC가 QLC보다 쓰기 성능과 쓰기 내구성 측면에서 유리한 경우가 많고, QLC는 용량과 가격 측면에서 장점을 갖는 경우가 많다.
Micron 역시 TLC와 QLC를 비교할 때 이러한 쓰기 성능과 내구성 차이를 중요한 특성으로 설명한다.

그렇다면 QLC SSD는 사면 안 되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TLC가 QLC보다 일반적으로 유리한 특성을 갖는다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TLC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SSD에서 데이터를 읽는 작업과 데이터를 계속 새로 쓰는 작업은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게임을 설치한 뒤 대부분의 시간 동안 게임 데이터를 읽는 사용 환경이라면, 하루 종일 수백 GB의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쓰는 작업용 환경과 SSD에 요구되는 특성이 다르다.

QLC도 높은 저장 밀도와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이라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
실제로 Solidigm은 QLC SSD를 읽기 중심의 대용량 워크로드에 적합한 기술로 설명하고 있으며, 현대 QLC SSD가 읽기 성능에서는 TLC와 비슷한 수준을 제공할 수 있는 사례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TLC = 좋은 SSD
QLC = 나쁜 SSD

라고 단순하게 나누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예를 들어 가격이 저렴한 4TB SSD가 필요하고 사용 목적이 게임 보관이나 일반적인 데이터 저장 중심이라면 QLC 제품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대용량 영상을 계속 쓰거나 대규모 파일 작업을 반복하는 것처럼 쓰기 작업이 많다면 TLC 기반 제품의 장점이 커질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NAND 종류 자체보다 내가 SSD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다.

그런데 QLC SSD도 처음에는 왜 그렇게 빠를까?

여기서 조금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제품 스펙을 보면 QLC SSD인데도 순차 쓰기 속도가 수천 MB/s라고 적혀 있는 경우가 있다.
TLC보다 쓰기 성능이 불리할 수 있다면서 어떻게 이런 속도가 나오는 걸까?
여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SLC 캐시다.

많은 소비자용 SSD는 NAND의 일부 영역을 SLC처럼 동작하도록 사용해 빠른 쓰기 버퍼를 만든다.
삼성의 TurboWrite 역시 SSD 내부에 고속 SLC 방식으로 동작하는 버퍼 영역을 만들고, 먼저 데이터를 이곳에 빠르게 기록한 뒤 이후 실제 저장 영역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설명된다.

쉽게 비유하면 큰 창고에 물건을 바로 정리해서 넣기 전에, 입구에 있는 임시 공간에 물건을 빠르게 내려놓는 것과 비슷하다.

비교적 적은 양의 데이터를 쓰거나 짧은 쓰기 작업에서는 이 캐시 안에서 작업이 끝날 수 있기 때문에 SSD가 상당히 빠르게 느껴진다.
하지만 매우 큰 데이터를 한 번에 계속 기록해 SLC 캐시가 가득 차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그 이후에는 SSD가 NAND의 원래 저장 영역에 직접 데이터를 기록해야 하기 때문에 쓰기 속도가 크게 낮아질 수 있다.

얼마나 떨어지는지는 SSD의 NAND 종류와 컨트롤러, 캐시 크기, 남은 저장 공간과 펌웨어 설계 등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SSD 리뷰를 볼 때 최고 순차 쓰기 속도만 볼 것이 아니라 대용량 데이터를 계속 썼을 때 속도가 어떻게 변하는지도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DRAM이 들어 있는 SSD는 무엇이 다른가?

다음은 DRAM이다.

SSD에도 우리가 컴퓨터 메모리로 사용하는 것과 같은 계열의 DRAM이 들어가는 제품이 있다.
하지만 이것이 SSD에 데이터를 장기간 보관하기 위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실제 데이터는 NAND 플래시에 저장된다.
SSD의 컨트롤러는 NAND 안의 데이터가 어디에 위치하는지 관리해야 하고, 여러 정보를 빠르게 참조하면서 읽기와 쓰기 작업을 처리한다.

일부 SSD에서는 데이터 위치를 관리하는 매핑 정보 등을 빠르게 참조할 수 있도록 별도의 DRAM을 탑재한다.
삼성도 SSD의 주요 구성 요소 가운데 DRAM을 캐시 메모리로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 990 PRO는 실제로 NAND와 함께 별도의 LPDDR4 DRAM 캐시를 탑재한다.

그래서 고성능 SSD에서는 DRAM을 탑재한 설계를 자주 볼 수 있다.
특히 랜덤 액세스와 지속적인 쓰기 작업처럼 컨트롤러가 많은 정보를 빠르게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용 DRAM이 장점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DRAM-less SSD는 무조건 느린 걸까?

예전에는 SSD를 고를 때

“DRAM 없는 SSD는 사지 마라.”

라는 이야기를 자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NVMe SSD에서는 그렇게 단순하게 볼 수 없다.
DRAM을 SSD 자체에 넣지 않고도 시스템 메모리의 일부를 활용할 수 있는 HMB라는 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HMB는 Host Memory Buffer의 약자다.
NVMe 규격에는 SSD 컨트롤러가 호스트 시스템의 DRAM 일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HMB 기능이 정의되어 있다.
NVM Express는 HMB를 통해 호스트의 DRAM을 SSD가 사용할 수 있으며, 이를 이용하면 SSD 자체의 DRAM을 줄이거나 제거해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제품에서도 이런 방식을 사용한다.
삼성 980은 소비자용 삼성 NVMe SSD 가운데 DRAM을 탑재하지 않은 제품으로 출시됐지만, HMB를 이용해 시스템의 DRAM을 활용하도록 설계되었다. 삼성 990 EVO 역시 DRAM-less 구조에서 HMB를 사용한다.

따라서 ‘DRAM-less = 무조건 느린 SSD’ 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컨트롤러와 NAND, 펌웨어, HMB 활용 방식이 잘 설계된 제품이라면 일반적인 PC 사용이나 게임에서 충분히 좋은 성능을 제공할 수 있다.

다만 HMB가 SSD 안에 들어 있는 전용 DRAM과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다.
전용 DRAM을 탑재한 고성능 SSD는 자체적으로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메모리를 가지고 있는 반면, HMB 방식은 시스템 메모리와 PCIe 연결을 이용해야 한다.
따라서 지속적인 고부하 작업이나 특정 랜덤 I/O 환경에서는 전용 DRAM이 있는 SSD가 유리할 수 있다.

결국 DRAM 여부 역시 제품을 평가하는 하나의 요소이지 이것 하나만으로 SSD의 등급을 결정할 수는 없다.

HMB가 있다면 DRAM은 필요 없는 것 아닐까?

용도에 따라 다르다.

웹서핑과 일반 프로그램, 게임처럼 소비자용 PC에서 흔히 하는 작업에서는 잘 설계된 HMB 기반 DRAM-less SSD도 충분히 빠를 수 있고 가격 역시 낮아질 수 있다.
따라서 가성비가 중요한 일반 사용자에게는 오히려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반면 대용량 데이터를 계속 쓰거나 높은 랜덤 쓰기 성능이 중요한 전문 작업에서는 전용 DRAM을 탑재한 SSD의 장점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SSD 제품을 볼 때는

DRAM 있음 = 무조건 구매
DRAM 없음 = 무조건 제외

보다는

이 SSD가 어떤 용도를 목표로 만든 제품인지

를 먼저 보는 것이 좋다.

TBW는 SSD 수명을 뜻하는 숫자일까?

SSD 스펙표에서 또 하나 자주 보이는 숫자가 TBW다.
TBW는 일반적으로 Terabytes Written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SSD가 어느 정도의 누적 쓰기량을 견디도록 설계되었는지를 나타내는 내구성 지표 가운데 하나이며, 많은 제조사가 이를 보증 조건에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어떤 2TB SSD가 1,200 TBW 라고 적혀 있다면, 제조사가 해당 제품에 대해 1,200TB의 누적 쓰기량을 보증 조건 가운데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실제 삼성 990 PRO 2TB의 경우 5년 또는 1,200TBW 가운데 먼저 도달하는 조건을 제한 보증 기준으로 사용한다.
1TB는 600TBW, 4TB는 2,400TBW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다.
TBW에 도달하면 SSD가 그 순간 고장 난다는 뜻은 아니다.
TBW는 제조사가 내구성과 보증 정책을 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준이다.
실제 SSD가 얼마나 오래 동작하는지는 사용 패턴과 NAND 상태, 온도, 컨트롤러 등 여러 요소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TBW는 이 SSD가 정확히 언제 고장 나는지를 알려주는 숫자라기보다, SSD의 쓰기 내구성을 비교하고 제조사가 어느 정도의 누적 쓰기량을 보증 한도로 제시하는지 확인하는 지표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TBW는 무조건 높을수록 좋은 SSD일까?

같은 조건이라면 높은 TBW는 내구성 측면에서 장점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TBW 하나만 보고 SSD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먼저 제품 용량이 커지면 TBW도 함께 증가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1TB SSD와 4TB SSD의 TBW 숫자를 그대로 비교해서 4TB 제품이 네 배 좋은 SSD라고 판단하면 안 된다.
같은 용량의 제품끼리 비교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

또 일반적인 가정용 PC에서는 제조사가 제공하는 TBW를 모두 사용하기 전에 다른 이유로 SSD를 교체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새 PC로 바꾸거나 더 큰 SSD가 필요해지거나 인터페이스 세대가 바뀌는 식이다.

반대로 매일 대용량 영상을 쓰고 지우거나 작업용 캐시를 지속적으로 만드는 환경이라면 TBW의 중요도가 커진다.

따라서 TBW 역시 사용 목적에 따라 중요도가 달라진다.

보증 기간도 TBW와 함께 봐야 한다

SSD 스펙을 볼 때 TBW만 보지 말고 보증 기간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다.
SSD 제조사의 보증은 흔히 5년 또는 지정된 TBW 중 먼저 도달하는 시점처럼 구성된다.

예를 들어 앞서 본 삼성 990 PRO도 기간과 TBW를 함께 보증 기준으로 사용한다.
따라서 비슷한 가격의 SSD 두 개를 비교한다면

  • NAND 종류
  • DRAM 또는 HMB 여부
  • TBW
  • 보증 기간

을 함께 보는 편이 좋다.

최고 읽기 속도만 보고 SSD를 사면 안 되는 이유

여기까지 오면 저장장치 가이드 ③에서 이야기했던 내용과 연결된다.
온라인 쇼핑몰의 SSD 제품 페이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숫자는 보통 7,000MB/s 같은 최고 순차 읽기 속도다.
하지만 같은 7,000MB/s급 PCIe 4.0 SSD 두 개라도 실제 특성은 다를 수 있다.

한 제품은 TLC NAND와 DRAM을 사용할 수 있고, 다른 제품은 QLC와 HMB 기반의 DRAM-less 구조일 수도 있다.
짧은 벤치마크에서는 둘 다 높은 숫자가 나올 수 있지만 대용량 데이터를 계속 기록했을 때의 성능이나 쓰기 내구성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SLC 캐시가 사용되는 SSD에서는 초기 쓰기 속도만 보고 전체 성능을 판단하기 어렵다.

그래서 SSD를 살 때는 최고 읽기 속도 하나만 보는 것보다 여러 스펙을 함께 보는 것이 좋다.

SSD 제품 페이지에서는 무엇부터 보면 될까?

실제로 SSD를 하나 고른다고 생각해보자.

제품 이름에 2TB M.2 2280 PCIe 4.0 x4 NVMe SSD라고 적혀 있다.
저장장치 가이드 ①~③을 읽었다면 이제 이 부분은 어느 정도 해석할 수 있다.

2TB – 저장 용량이다.
M.2 2280 – SSD의 폼팩터와 크기다.
PCIe 4.0 x4 – SSD가 사용하는 PCIe 인터페이스 세대와 lane 구성이다.
NVMe – SSD가 시스템과 통신하는 규격이다.

그다음부터 이번 편에서 다룬 내용을 보면 된다.

1. TLC인지 QLC인지

먼저 어떤 NAND를 사용하는지 확인한다.
일반적인 고성능·균형형 제품을 찾는다면 TLC를 우선적으로 볼 수 있다.
반대로 가격과 대용량이 더 중요하고 읽기 중심으로 사용할 생각이라면 QLC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

2. DRAM이 있는지, HMB를 사용하는지

전용 DRAM이 있는 제품인지 확인한다.
DRAM-less라면 HMB를 지원하는 제품인지, 그리고 실제 리뷰에서 랜덤 성능이나 지속 쓰기 성능이 어떤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단순히 DRAM이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제외할 필요는 없다.

3. 최고 속도뿐 아니라 지속 쓰기 성능을 본다

제품에 적힌 최고 순차 쓰기 속도가 SLC 캐시 안에서 측정된 숫자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용량 파일을 많이 다룬다면 캐시가 소진된 이후의 쓰기 성능도 중요하다.

4. TBW와 보증 기간을 확인한다

같은 용량과 비슷한 가격이라면 TBW와 보증 조건도 비교한다.
특히 영상 작업처럼 쓰기량이 많은 사용 환경이라면 더 중요하다.

5. 마지막으로 가격을 본다

스펙이 좋은 SSD라고 해서 내 사용 환경에 불필요한 기능까지 돈을 더 지불할 필요는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실제로 사용할 기능이다.

같은 2TB PCIe 4.0 SSD인데 가격이 다르다면

가상의 SSD 두 개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SSD A

  • 2TB
  • PCIe 4.0 x4
  • TLC NAND
  • 전용 DRAM 탑재
  • 높은 지속 쓰기 성능
  • TBW 1,200TB
  • 5년 보증

SSD B

  • 2TB
  • PCIe 4.0 x4
  • QLC NAND
  • DRAM-less
  • HMB 지원
  • SLC 캐시 사용
  • SSD A보다 낮은 TBW
  • 더 저렴한 가격

제품 페이지에서 가장 크게 적혀 있는 최고 순차 읽기 속도는 둘이 비슷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부 구성과 제품의 성격은 상당히 다르다.

게임과 일반적인 PC 사용이 중심이고 SSD B가 훨씬 저렴하다면 B가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대용량 영상 파일을 반복적으로 쓰거나 지속적인 고부하 작업을 한다면 SSD A의 TLC, DRAM, 높은 지속 쓰기 성능과 내구성이 더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 제품이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라 용도와 가격까지 포함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용 SSD라면 무엇을 우선해서 볼까?

게임용 PC라면 지나치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우선 원하는 용량을 정한다.
그다음 내 메인보드에서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PCIe 세대인지 확인한다.
그리고 가격이 비슷하다면 TLC 제품이나 평이 좋은 컨트롤러와 NAND를 사용하는 제품을 먼저 고려할 수 있다.
DRAM이 있으면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잘 설계된 HMB 기반 DRAM-less NVMe SSD라고 해서 게임용으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게임은 설치 과정이나 업데이트에서는 상당한 데이터를 쓰기도 하지만 대부분 실제 플레이 중에는 저장장치에서 데이터를 읽는 작업의 비중이 크다.
따라서 게임용 SSD에서는 무조건 최고급 SSD를 사는 것보다 충분한 용량과 합리적인 가격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1TB PCIe 5.0 최고급 SSD와 2TB PCIe 4.0의 괜찮은 SSD가 비슷한 가격이라면, 여러 게임을 설치하는 사람에게는 2TB 제품이 훨씬 편할 수도 있다.

영상 편집이나 작업용 SSD라면 무엇을 볼까?

대용량 파일을 지속적으로 쓰는 작업이라면 기준이 조금 달라진다.

이런 환경에서는

  • TLC NAND
  • 전용 DRAM
  • 높은 지속 쓰기 성능
  • 충분한 TBW
  • 안정적인 열 관리

같은 요소의 중요도가 커질 수 있다.

영상 원본이나 캐시 파일, 프록시 파일을 반복적으로 생성하는 작업에서는 짧은 순간의 최고 쓰기 속도보다 오랫동안 데이터를 기록했을 때 얼마나 안정적인 속도를 유지하는가가 더 중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업용 SSD를 고른다면 제품 리뷰에서 대용량 연속 쓰기 테스트와 캐시 소진 이후의 성능도 확인하는 편이 좋다.

대용량 저장용이라면 QLC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사진과 영상, 게임 라이브러리처럼 큰 데이터를 많이 저장하지만 계속 다시 쓰지는 않는다면 QLC의 장점이 살아날 수 있다.
같은 예산에서 더 큰 용량을 확보할 수 있다면 사용 편의성이 훨씬 좋아질 수도 있다.

특히 4TB 이상의 SSD에서 가격 차이가 커진다면 더 작은 TLC SSD보다 더 큰 QLC SSD가 실제 사용에는 더 맞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SSD를 고르는 순서를 정리하면

지금까지의 저장장치 가이드 전체를 실제 구매 순서로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어떤 규격이 필요한지 확인한다

SATA인지 NVMe인지, M.2 슬롯을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2. 필요한 용량을 정한다

500GB·1TB·2TB·4TB 가운데 현재와 앞으로의 사용량을 고려한다.

3. PCIe 세대를 결정한다

내 메인보드가 지원하는 세대와 실제 사용 목적에 맞춰 PCIe 3.0·4.0·5.0 가운데 선택한다.

4. NAND와 내부 구성을 확인한다

TLC인지 QLC인지, DRAM을 탑재했는지 HMB를 사용하는지 살펴본다.

5. 지속 쓰기와 TBW를 확인한다

특히 대용량 파일을 자주 쓰는 사람이라면 최고 속도뿐 아니라 캐시 이후의 성능과 내구성도 본다.

6. 마지막으로 가격을 비교한다

내가 사용하지 않을 성능에 돈을 더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한다.

결국 가장 비싼 SSD가 항상 가장 좋은 선택은 아니다

SSD를 고르면서 숫자를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결국 가장 비싸고 스펙이 높은 제품을 사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 수 있다.

PCIe 5.0.
14,000MB/s 이상의 순차 읽기.
TLC.
DRAM.
높은 TBW.

물론 이런 조건을 모두 갖춘 고성능 SSD는 좋은 제품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가장 좋은 선택이라는 뜻은 아니다.

인터넷과 문서 작업이 대부분인 사람에게는 그 성능을 사용할 기회가 거의 없을 수도 있다.
게임이 중심이라면 조금 낮은 최고 속도를 가진 SSD를 선택하는 대신 용량을 늘리는 것이 더 만족스러울 수도 있다.
대용량 파일을 계속 쓰는 작업 환경이라면 반대로 TLC와 DRAM, 지속 쓰기 성능, TBW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

QLC라고 무조건 피할 필요도 없다.
DRAM-less라고 무조건 나쁜 SSD도 아니다.
TBW가 가장 높다고 반드시 가장 좋은 SSD인 것도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각 스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고 내 사용 목적에 필요한 부분에 돈을 쓰는 것이다.
저장장치를 고르는 기준도 다른 PC 부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큰 숫자를 찾는 것이 아니라, 내가 실제로 사용할 성능과 용량을 찾는 것.
그것이 결국 가장 합리적인 SSD를 고르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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