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지를 여는 순간 부드러운 향이 먼저 코끝을 감쌌다.
진하게 치고 올라오는 향이라기보다는, 은근하게 퍼지면서 기분 좋게 머무는 타입의 향이었다.
첫인상은 원두백에 쓰여진 그대로 코코아와 체리.
부드럽고 따뜻한 코코아의 단맛 위로, 체리 특유의 산뜻한 과일 향이 살짝 올라오면서 전체적인 밸런스를 잡아준다.
무겁게 눌리는 초콜릿이 아니라, 적당히 달콤하고 산뜻한 초콜릿 디저트를 마시는 듯한 느낌이다.
한 모금 마시면 입안에는 먼저 코코아 같은 포근함이 깔리고, 그 뒤로 체리의 은은한 산미가 조용히 따라온다.
이 조합이 과하지 않아서 좋다. 달콤함은 있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산미는 있지만 날카롭지 않다.
특히 에스프레소로 내렸을 때 두껍게 올라오는 크레마가 인상적이었다.
크리미한 질감이 혀끝에 닿는 순간, 커피가 조금 더 부드럽고 풍성하게 느껴진다.
마치 초콜릿 퐁듀에 잘 익은 체리를 살짝 찍어 먹는 듯한 기분 좋은 여운이 남는다.
바디감은 매끄럽고 벨벳처럼 부드러우며, 피니시는 조용하지만 꽤 오래 이어진다.
마신 뒤에도 입안에 남는 코코아의 따뜻한 잔향이 좋아서, 마지막 한 모금까지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커피였다.
화려하게 튀는 커피라기보다, 매일 마셔도 질리지 않을 만큼 균형감이 좋은 블렌드다.
아침에는 부드럽게 하루를 열어주고, 오후에는 잠깐의 휴식처럼 다가오는 그런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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