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은 일부를 잘라내도 다시 자라는 장기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도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지만, 밤사이 다시 자라 형벌이 끝나지 않는다.
이 이야기는 간의 재생 능력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한다.
신화를 듣고 나면 실제 간도 잘라낸 자리를 그대로 채우고, 조금 손상돼도 금세 회복할 것 같은 인상이 남는다.
실제로 간은 상당한 양을 절제한 뒤에도 남은 부분이 커질 수 있다.
생체 간이식이 가능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얼마나 빨리 자라고, 어디까지 회복될까?
간의 크기가 돌아오는 것과 기능이 회복되는 것을 나눠 살펴보면, ‘재생’이라는 말의 범위가 조금 더 분명해진다.
잘라낸 자리에 새 간이 돋아나는 것은 아니다
간 재생은 잘려 나간 부분이 원래 모양대로 다시 생기는 과정과는 다르다.
주로 남아 있는 간이 커지면서 줄어든 양을 보충한다.
수술 후 CT에서 간 부피가 회복됐다고 해도, 원래의 해부학적 모양까지 복원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과정에서는 간세포 수가 늘어나는 증식과 세포 자체가 커지는 비대가 함께 일어나며, 어느 쪽이 얼마나 기여하는지는 절제 범위와 실험 조건 등에 따라 달라진다.
생체 간이식에서는 기증자에게 남은 간과 수혜자에게 이식한 간이 각각 다른 몸에서 커진다.
다만 수혜자는 원래의 질환과 이식편 상태, 수술 후 치료 등의 영향을 받으므로 두 사람의 회복 조건은 다르다.
기증자의 간은 얼마나 빨리 커질까?
생체 간기증자를 추적하면 건강한 간이 절제 후 어떻게 변하는지 볼 수 있다.
Aoki 등의 2011년 연구는 기증자 33명의 간 부피를 CT로 반복 측정했다.
우엽을 기증한 23명은 수술 후 남는 간이 수술 전 전체 부피의 약 42%, 좌엽을 기증한 10명은 약 63%였다.
수술 전 간 부피를 100%로 놓았을 때 연구에서 보고한 회복 비율은 다음과 같다.
| 수술 후 시점 | 우엽 절제군·23명 | 좌엽 절제군·10명 |
|---|---|---|
| 1주 | 51% | 69% |
| 2주 | 57% | 72% |
| 1개월 | 64% | 76% |
| 3개월 | 74% | 79% |
| 6개월 | 77% | 83% |
| 1년 | 81% | 84% |
| 4년 | 88% | 91% |
처음 몇 달 동안 빠르게 커지고 이후에는 증가 속도가 느려지면서, 출발점이 달랐던 두 집단의 차이도 줄었다.
4년 시점에 보고된 간 부피 회복 비율은 우엽 절제군 88%, 좌엽 절제군 91%였다.
‘간은 다시 자란다’는 설명은 맞지만, 이 연구에서 보고한 값은 수술 전 수준에 못 미쳤다.
인터넷에서 “몇 주면 회복된다”거나 “몇 달이 걸린다”는 설명을 볼 때는, 무엇을 회복이라고 부르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동물의 간 질량을 잰 결과인지, 사람의 CT 부피를 잰 결과인지, 일상생활 복귀를 말하는지에 따라 시간이 달라진다.
서로 다른 기준으로 얻은 숫자를 하나의 회복 일정처럼 읽으면 혼란스러워진다.
평소 조용하던 간세포가 다시 분열한다
간을 절제한 뒤 새 간세포를 만드는 주역은 주로 이미 간에 있던 성숙한 간세포다.
평소에는 활발하게 분열하지 않다가, 간의 일부가 없어지면 세포주기에 들어가 수를 늘린다.
줄기세포에서 새 세포가 공급된다고만 생각하면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심한 손상이나 특정 질환에서는 다른 세포의 기여도 연구되지만, 건강한 간의 절제 후 재생에서는 남아 있던 간세포가 중심 역할을 한다.
재생을 시작하는 신호는 여러 곳에서 온다.
같은 혈액이 더 적은 간 조직을 통과하면서 생기는 혈류 변화, 간 안의 면역세포가 내보내는 신호물질, 간세포성장인자(HGF) 같은 성장인자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간세포뿐 아니라 혈관과 주변 세포도 참여하고, 어느 정도 커진 뒤 증식을 멈추는 데도 여러 억제 신호가 관여한다.
이런 세부 기전의 상당 부분은 동물 실험에서 밝혀졌다.
사람에게서 각 경로의 역할이 같은 수준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크기와 기능은 같은 속도로 회복될까?
CT는 간이 얼마나 커졌는지 보여주지만, 그 부피가 얼마나 일을 해낼 수 있는지까지 직접 알려주지는 않는다.
간은 담즙을 만들고, 혈액응고에 필요한 단백질을 합성하고, 여러 물질을 처리한다.
수술 후에는 이런 기능을 살피기 위해 부피뿐 아니라 빌리루빈, 응고 관련 검사, 임상 경과 등을 함께 본다.
필요에 따라 간이 특정 물질을 얼마나 잘 처리하는지 평가하는 기능검사도 사용한다.
흔히 ‘간수치’라고 부르는 AST·ALT는 주로 세포 손상의 단서를 주는 효소다.
수치가 내려왔다는 사실만으로 간의 모든 기능이 회복됐다고 판단하지 않는 이유다.
검사 항목마다 무엇을 보여주는지는 앞서 쓴 간수치 읽는 법에서 정리했다.
재생을 기다리는 동안 버틸 간이 필요하다
간 절제 수술에서는 앞으로 다시 자랄 양만큼이나 수술 직후 남는 간을 중요하게 본다.
재생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남은 간이 몸에 필요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술 후 남게 될 간을 잔존 간(future liver remnant, FLR)이라고 부른다.
2021년 종설이 정리한 대략적인 최소 잔존량은 정상 간에서 약 20~25%, 항암치료로 손상된 간에서 약 30%, 간경변이 있는 간에서 적어도 40%다.
같은 부피를 남겨도 조직 상태에 따라 감당할 수 있는 일이 다르다.
이 숫자는 간 절제 수술을 계획할 때 참고하는 범위이며, 생체 기증자가 그만큼만 남겨도 안전하다는 기준으로 옮겨 읽어서는 안 된다.
실제 수술 가능 여부는 간 기능과 혈류, 질환, 수술 범위 등을 평가해 결정한다.
남길 간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면 수술 전에 미리 키우는 방법을 고려하기도 한다.
문맥색전술은 절제할 쪽으로 가는 문맥 혈류를 막아, 남길 쪽으로 혈류가 더 가도록 유도하는 시술이다.
이후 남길 간의 부피와 기능이 충분히 늘었는지 다시 평가한다.
지방간이 있어도 똑같이 자랄까?
지방간이나 만성 간질환이 있는 사람의 회복을 살필 때는 기증자 연구와 다른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같은 지방간이라는 이름 안에서도 지방의 양과 염증·섬유화 정도는 사람마다 크게 다르다.
Hsieh 등의 2020년 연구는 우엽을 기증한 58명을 추적해, 조직의 지방 축적 정도에 따른 재생 차이를 비교했다.
재생 지표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선별된 기증자를 대상으로 한 단일 기관 연구였으며, 수술 후 다른 결과까지 같았던 것은 아니다.
지방 축적이 30~50%인 집단에서는 폐 주변에 고이는 액체인 흉수의 양이 더 많았고, 남은 간의 부피가 작은 집단에서는 빌리루빈 상승이 더 두드러졌다.
손상이 반복되면 재생과 흉터가 함께 생긴다
일부를 절제한 건강한 간이 커지는 상황과, 염증과 손상이 오랫동안 이어지는 상황은 다르다.
만성 간염이나 알코올 관련 간질환 등에서는 손상과 회복이 반복되는 동안 섬유조직이 쌓일 수 있다.
섬유화가 진행되면 정상 조직과 혈류 구조가 변하고 간 기능에도 문제가 생긴다.
간경변 조직에서는 다시 자란 간세포가 결절을 이루고, 그 사이를 굵은 섬유띠가 가르면서 정상 간의 배열이 흐트러진다.
현미경으로 간경변의 재생결절을 볼 때면, 세포가 다시 자라는 것과 장기가 회복되는 것은 다르다는 점이 실감 난다.
원인이 되는 질환이나 음주 같은 요인을 관리하면 추가 손상을 줄일 수 있다.
문제는 간경변 초기에는 증상이 없거나 뚜렷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피곤하지 않고 통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는 간이 괜찮다고 판단할 수 없다.
음주, 지방간, 만성 바이러스간염 같은 위험 요인이 있다면 증상만 기다리기보다 의료진과 검사 필요성을 상의하는 편이 낫다.
평가에는 혈액검사뿐 아니라 상황에 따라 초음파나 간 탄성도 검사 등도 쓰인다.
간이 다시 자란다는 말의 범위
이 글의 시간별 부피 수치는 건강한 기증자 33명을 추적한 한 연구에서 가져왔다.
지방간 연구도 한 기관에서 선별한 기증자 58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환자의 상태와 수술 조건은 이 연구 집단과 다를 수 있다.
재생 기전은 동물 실험과 종설을 중심으로 정리했고, 잔존 간 기준도 개인에게 적용할 수술 지침으로 제시한 것은 아니다.
프로메테우스의 간은 하룻밤이면 처음 모습으로 돌아온다.
실제 간은 몇 주에서 몇 달에 걸쳐 크기를 상당 부분 되찾지만, 잘라낸 모양이 그대로 복원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이 재생 능력 덕분에 간 절제와 생체 간이식이 가능하다.
회복 과정에서는 부피가 얼마나 늘었는지뿐 아니라 남은 간의 기능과 혈류, 손상의 원인도 살핀다.
간수치 이상이나 지방간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면 “재생되니까 괜찮겠지” 하고 넘기기보다 원인이 무엇인지, 다음 검사는 언제 받아야 하는지부터 확인해두는 편이 좋다.
이 글은 2026년 10월 21일에 확인한 자료를 기준으로 작성했다.
참고 자료: Aoki 등 — 생체 간기증 후 장기적인 간 부피 회복 연구 · 간 절제와 부분 간이식 후 재생 종설(2020) · 간 재생의 시작 신호와 기전 종설(2025) · 대규모 간 절제 전 잔존 간을 키우는 전략 종설(2021) · Hsieh 등 — 생체 간기증자의 잔존 간 부피와 지방간 연구(2020) · NIDDK — 간경변의 정의와 특징 · NIDDK — 간경변의 증상과 원인 · NIDDK — 간경변 진단
관련 증상이 있거나 건강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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