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식 없이 시력을 교정하는 날이 올까?: 전기기계적 각막성형술 EM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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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도 칼도 없이, 1분 만에 시력교정.”
안경을 벗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냥 넘기기 어려운 말이다.
나도 이 소식에서 먼저 궁금했던 것은 전기로 눈을 어떻게 바꾼다는 건지였다.
각막을 깎지 않고 콘택트렌즈 모양의 틀에 맞춰 모양을 잡는다니, 익숙한 시력교정술과는 발상부터 달랐다.
이 기술은 전기기계적 각막성형술, 영어로는 electromechanical reshaping, 줄여서 EMR이라고 부른다.
백금으로 만든 렌즈 모양의 전극을 각막에 대고, 전기화학 반응을 이용해 조직을 잠시 변형하기 쉬운 상태로 만드는 방식이다.

다만 기사를 읽다가 시선을 다시 붙잡은 단어는 ‘1분’이 아니라 ‘적출한 토끼 안구’였다.
살아 있는 사람이 시술을 받고 잘 보게 됐다는 연구는 아니었다.
발표 시점도 짚어둘 필요가 있다.
오시덴탈 칼리지의 마이클 힐과 UC Irvine의 브라이언 웡이 참여한 연구팀은 2023년에 개념 증명 논문을 냈고, 2025년 8월 미국화학회(ACS) 학회에서 후속 결과를 소개했다.
2026년 5월 ScienceDaily에도 같은 기술과 토끼 안구 실험이 다시 소개됐다.
요즘 피드에서 봤다고 해서 며칠 전에 나온 기술은 아니다.

라식과 EMR은 무엇이 다를까?

눈은 들어오는 빛을 망막에 맞춰야 선명하게 볼 수 있다.
근시는 눈의 길이에 비해 빛을 모으는 힘이 강해 초점이 망막 앞에 잡히는 상태다.
눈이 앞뒤로 길어진 경우가 흔하고, 각막과 수정체의 굴절력도 함께 영향을 준다.
난시는 각막이나 수정체의 굴절력이 방향마다 달라 초점이 하나로 모이지 않는 문제다.
둘 다 단순히 각막이 너무 볼록해서 생기는 질환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라식이나 라섹은 눈의 길이를 줄이는 대신, 레이저로 각막 조직 일부를 제거해 빛을 굴절시키는 힘을 조절한다.
많은 사람에게 쓰이는 방법이지만 각막 두께와 형태, 안구건조증 등 눈 상태를 살펴 적합한지 판단해야 한다.
제거한 조직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EMR은 조직을 제거하지 않고 곡률을 바꾸려 한다.
각막을 이루는 조직의 화학적 상태를 잠시 바꿔 원하는 형태로 잡은 뒤, 그 모양을 유지하게 만드는 것이다.
연구진은 레이저 장비 없이 시행할 수 있다면 비용을 낮추고, 경우에 따라 다시 모양을 조절할 가능성도 기대한다.
하지만 사람에게서 저렴하고 안전하게 되돌릴 수 있는 시술이라는 의미까지 확인된 것은 아니다.

전기로 각막을 ‘빚는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파마를 떠올리면 큰 흐름은 이해하기 쉽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대신 구조를 잡아주는 결합에 변화를 주고, 원하는 모양으로 고정하는 것이다.
EMR도 조직을 깎기보다 모양을 유지하는 분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바꾼다는 점에서 비슷한 비유를 쓸 수 있다.
다만 머리카락과 각막은 다른 조직이고, 파마와 EMR이 같은 화학 반응을 쓰는 것은 아니다.

각막에는 콜라겐과 그 주변의 세포외기질이 정교하게 배열돼 있다.
연구팀은 전극에서 일어나는 반응으로 수소 이온을 만들고, 조직의 산성도인 pH를 변화시켰다.
이 변화로 조직 속 전하를 띤 성분들 사이의 결합이 느슨해지면서, 각막이 틀에 맞게 변형되기 쉬워진다는 설명이다.
이후 생리적인 pH로 돌아오면 새로운 형태를 유지하도록 한다.

약한 전기를 흘리는 것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전압과 반응 시간, 용액 성분, 조직 안에서 생기는 pH 변화까지 조절해야 한다.
2023년 논문에는 약 1.5V와 −0.1V 사이를 반복하는 방식 등 여러 조건이 제시돼 있다.
같은 전압이라도 전극과 반응 조건이 다르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진다.
각막은 모양만 바뀌어서는 안 된다.
빛을 통과시키는 투명성과 세포의 기능도 지켜야 한다.
화학적 변화가 너무 커서 각막이 흐려지거나 손상되면, 곡률을 잘 맞춰도 선명하게 보기 어려워진다.
이 기술에서 정밀한 제어가 중요한 이유다.

토끼 안구 12개에서는 무엇을 확인했을까?

2025년 ACS 발표 자료에 따르면 연구팀은 몸에서 떼어낸 토끼 안구 12개를 이용했다.
그중 10개에서는 근시 교정을 목표로 각막을 성형했고, 약 1분 뒤 렌즈 틀에 맞춰 곡률이 바뀌었다.
연구진은 이 10개에서 목표한 굴절력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자료에는 세포 생존과 조직 보존에 대한 설명도 있지만, 해당 보도자료에는 세포 생존율 같은 상세 수치가 제시돼 있지 않다.

이 결과는 각막의 모양을 조절할 수 있다는 근거다.
하지만 토끼가 실제로 더 잘 보게 됐는지 측정한 결과는 아니다.
적출 안구에서는 망막에서 뇌로 이어지는 시각 기능을 평가할 수 없다.
몸에서 떼어낸 안구도 일정 시간은 세포가 살아 있어 실험에 쓸 수 있지만, 눈물막과 깜빡임, 표면 상피의 재생, 시술 뒤 염증과 회복 반응까지 살아 있는 눈처럼 재현하지는 못한다.
각막 곡률이 목표에 맞았다는 것과 시술 뒤 생활에서 선명하게 본다는 것 사이에는 아직 확인할 과정이 남아 있다.

2023년 논문에서는 안전성까지 확인됐을까?

사람에게 사용할 때의 안전성까지 확인된 것은 아니다.
2023년 연구도 적출한 토끼 안구를 이용한 실험이었다.
논문은 평가 방법에 따라 8~10개 안구를 사용했다고 설명한다.
각막 형태와 투명성, 콜라겐 구조, 세포 생존 등을 살폈으며, 전기 자극 방식을 조절해 조직 손상을 줄이려 했다.
처음부터 모든 조건에서 잘된 것은 아니다.
일정한 전압을 계속 적용한 실험에서는 불투명한 부위가 생겼다.
염화 이온이 있는 용액에서는 전극 반응으로 생성되는 차아염소산염이 조직 손상에 관여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연구팀은 이를 줄이기 위해 전압을 반복해서 바꾸는 방식을 시험했다.

세포 검사에서도 구분이 필요하다.
개선된 조건에서는 각막 실질의 세포 생존이 보존되는 결과를 보였지만, 손상이 표면 상피에 집중된 모습도 보고됐다.
따라서 ‘세포가 살아 있었다’는 표현을 각막의 모든 층에 손상이 없었다는 뜻으로 읽으면 범위가 커진다.
논문 역시 살아 있는 동물에서 장기적인 안전성과 모양 유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병리 쪽에서 일하는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특히 눈에 남았다.
겉으로 투명하게 보이는 조직도 현미경으로 보면 손상이 있을 수 있다.
사진 한 장에서 모양이 잘 잡혔다는 것과, 그 조직이 이후에도 정상적으로 기능한다는 것은 따로 확인해야 하는 일이다.

‘1분 만에 시력교정’은 어디까지 맞는 표현일까?

‘1분’은 2025년 발표 자료에서 각막이 틀의 형태에 맞춰 변하는 시간으로 소개됐다.
병원에 들어가 마취하고 시술받고 나오기까지의 전체 시간은 아니다.
2023년 논문의 일부 처리 방식은 약 2분이 걸렸고, 적용 조건에 따라 시간도 달랐다.

‘시력교정’이라는 말에도 생략된 부분이 있다.
이번에 확인한 것은 각막 곡률과 굴절력의 변화다.
사람의 시력표 검사나 야간 시야, 눈부심, 대비감도처럼 실제로 얼마나 잘 보이는지를 평가한 것은 아니다.
굴절력이 맞아도 표면이 불규칙하거나 빛이 산란하면 보는 질은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적출한 토끼 안구에서 레이저 없이 각막 모양을 바꿀 수 있음을 보였다’는 설명이 더 정확하다고 느꼈다.
‘1분 만에 시력교정’은 눈길을 끌지만, 그 문구만 남기면 어떤 눈에서 무엇을 측정했는지가 사라진다.
특히 ‘라식은 이제 끝났다’는 결론까지 이어갈 자료는 아니다.

사람에게 쓰려면 어떤 결과가 더 필요할까?

먼저 살아 있는 눈에서 회복 과정을 봐야 한다.
표면 상피가 어떻게 재생되는지, 염증이나 혼탁이 생기는지, 각막 안쪽 세포의 기능은 유지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시술 직후에 모양을 바꾸는 데 성공했더라도 회복하면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그다음은 지속성이다.
각막은 안압을 받고, 눈을 깜빡일 때마다 표면에 힘이 가해진다.
조직이 회복되는 동안 원래 형태로 돌아가려는 변화도 생길 수 있다.
몇 분 뒤의 곡률을 측정하는 실험과 몇 달, 몇 년 뒤의 시력을 확인하는 연구는 다른 단계다.

교정의 정확도도 남아 있다.
근시뿐 아니라 원시와 난시를 어느 범위까지 조절할 수 있는지, 같은 조건으로 처리했을 때 눈마다 결과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봐야 한다.
조직을 덜 제거한다는 장점이 기대되더라도, 필요한 만큼 정확히 교정하고 그 결과를 유지해야 실제 선택지가 된다.

연구진은 임상 적용까지 긴 과정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2025년 ACS 보도자료는 다음 단계로 살아 있는 토끼에서의 연구를 제시하면서, 자금 불확실성 때문에 계획이 보류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후 자금 상황이나 연구 진행 상태까지 이 자료로 알 수는 없다.
언제 사람 대상 시험으로 넘어갈지도 현재 확인한 자료만으로는 말하기 어렵다.

지금 시력교정을 고민한다면 기다려야 할까?

EMR의 상용화를 기다리며 시력교정 결정을 미루기에는, 언제 사람에게 쓸 수 있을지 알려진 것이 너무 적다.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유지할지, 수술을 고려할지는 현재 눈 상태와 생활에서 느끼는 불편을 바탕으로 판단해야 한다.
레이저 시력교정술을 고려할 때는 각막 두께뿐 아니라 형태와 굴절검사, 안구건조증, 망막 상태 등을 함께 평가한다.
각막이 얇거나 다른 이유로 라식이 어렵다면 현재 가능한 다른 방법이 있는지 안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연구를 읽고 내게 남은 질문은 무엇일까?

확인한 근거에는 단계 차이가 있다.
2023년 결과는 동료심사를 거친 논문이고, 2025년의 결과는 학회 발표와 보도자료로 소개됐다.
후속 발표를 자세히 다룬 별도의 동료심사 논문은 내가 찾아본 범위에서는 찾지 못했다.
두 자료 모두 살아 있는 사람의 시력 개선이나 장기 안전성을 보여주는 결과는 아니다.
2025년 발표는 적출 안구 12개 가운데 10개에서 근시 교정을 목표로 한 실험이었다.
2023년 논문도 평가 방식에 따라 8~10개 안구를 사용했으며, 특정 처리 조건의 세포 생존 비교는 4개 안구에서 이뤄졌다.
두 연구 모두 표본이 작은 초기 단계 자료이고, 다른 연구팀의 재현 여부와 효과의 지속 기간 역시 더 확인해야 한다.

그래도 조직을 깎는 대신 화학적 상태를 조절해 모양을 바꾸겠다는 발상은 흥미롭다.
적출한 토끼 안구에서 조직을 깎지 않고 각막 모양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살아 있는 눈에서도 효과가 유지되는지는 앞으로의 실험에서 봐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얼마나 빨리 바꿀 수 있나’보다 ‘바꾼 뒤에도 얼마나 잘 버티나’가 더 궁금해졌다.
각막은 모양을 잡아놓고 끝낼 수 있는 재료가 아니라, 계속 살아 있고 회복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만약 필요한 굴절력을 정확히 맞추면서 투명성과 조직 기능까지 오래 유지할 수 있다면, 지금 시력교정술을 선택하기 어려운 사람에게도 길이 넓어질지 모르겠다.
다음 소식에서는 ‘1분’이라는 숫자보다, 살아 있는 눈에서 몇 달 뒤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를 먼저 찾아보게 될 것 같다.

이 글은 2026년 10월 12일에 확인한 논문과 공개 자료를 기준으로 작성했다.

참고 자료: ACS — 레이저 없는 각막성형 연구 발표, 2025년 8월 · ACS Biomaterials Science & Engineering — 2023년 EMR 논문 · PMC — 2023년 논문 공개본 · UC Irvine Beckman Laser Institute — 연구 소개 · ScienceDaily — EMR 연구 소개,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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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건강 및 의학 관련 내용을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인의 상태에 대한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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