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에는 위스키를 가장 즐겨 마시지만, 집에서는 가끔 기분에 따라 직접 칵테일을 만들어 마시는 것도 좋아한다.
보스턴에서 공부하던 시절, 근처 Community College에서 6주 과정의 Mixology Program이 열린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됐다.
처음에는 그저 재미 삼아 신청한 수업이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체계적이었다.
베이스 스피릿의 특징부터 리큐르의 역할, 셰이킹과 스터링의 차이, 클래식 칵테일 레시피까지 하나씩 배웠고, 과정을 마친 뒤에는 Certified Mixologist 자격도 취득했다.
당시에는 단순히 새로운 취미 하나가 생긴 정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집에 하나둘 술병을 들이고 홈바를 꾸미기 시작하면서, 그때 배웠던 내용이 생각보다 꽤 유용하게 쓰이기 시작했다.
기존 칵테일의 비율을 내 취향에 맞게 조금씩 바꿔보기도 하고, 집에 있는 재료를 조합해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어보는 재미도 생겼다.
그렇게 칵테일을 만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주 손이 가는 리큐르들이 생긴다.
말리부(Malibu), 블루 큐라소(Blue Curaçao), 그리고 오늘 소개하는 DeKuyper Peachtree도 그중 하나다.
한 번 맛보면 자꾸 이것저것 섞어보고 싶어진다
Peachtree는 복숭아 향과 풍미를 중심으로 만든 피치 슈냅스 계열의 리큐르다.
병을 열고 첫 향을 맡으면 신선한 생복숭아보다는 황도 통조림을 열었을 때 올라오는 달콤한 시럽 향이 먼저 떠오른다.
어릴 적 황도 통조림을 먹고 나면 복숭아 과육은 이미 다 사라졌는데도 어딘가 아쉬워, 대부분이 설탕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결국 남은 국물까지 다 마시곤 했다.
Peachtree에서는 바로 그때의 익숙한 향과 단맛이 느껴진다.
흔히 ‘복숭아 맛’이라고 하면 잘 익은 백도의 부드럽고 산뜻한 과즙을 떠올리기 쉽지만, Peachtree는 그보다는 황도 통조림 시럽에 훨씬 가깝다.
진하고 달콤한 향이 먼저 입안을 채우고, 그 뒤로 부드러운 복숭아 향이 이어진다.
맛 역시 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진한 단맛이 먼저 느껴지고, 그 위로 잘 익은 복숭아를 연상시키는 과일 향과 약한 알코올감이 따라온다.
복잡하거나 섬세한 술은 아니지만, 한 모금 맛보는 순간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든다.
“이거 다른 술이랑 섞으면 정말 맛있겠다.”
실제로도 그렇게 한두 번 만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조합을 계속 시도하게 된다.
아마 이 술이 많은 홈바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한 병으로 만들 수 있는 칵테일이 꽤 많다
우리 집 냉장고에는 탄산수와 오렌지주스, 크랜베리주스가 거의 항상 준비되어 있다.
Peachtree 하나만 있어도 이 재료들과 조합해 여러 종류의 칵테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여름만 되면 자주 만들어 마시는 JQ 하이볼에도 빠지지 않는 재료다.
내가 메모해 둔 홈바 레시피만 봐도 Alien Brain Hemorrhage, CPPB, Blue Sapphire처럼 Peachtree를 사용하는 칵테일이 꽤 많다.
여기에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유명한 Sex on the Beach까지 더하면, Peachtree 한 병으로 만들 수 있는 칵테일이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Peachtree는 보드카나 럼 같은 비교적 중립적인 베이스 스피릿과 특히 잘 어울린다.
블루 큐라소, 말리부, 바나나 리큐르처럼 향이 뚜렷한 리큐르와 섞어도 복숭아 향이 완전히 묻히지 않는다.
토닉워터나 탄산수만 더해 간단한 하이볼로 만들 수도 있고, 오렌지주스나 크랜베리주스를 넣으면 좀 더 과일 향이 풍부한 롱드링크가 된다.
복숭아 향 자체가 부드럽고 친숙하기 때문에 새로운 조합을 시험할 때도 비교적 부담이 적다.
물론 조합에 따라 호불호는 생기겠지만, 다른 리큐르에 비해 실패할 가능성은 확실히 적은 편이다.
홈바 입문자에게 추천하기 쉬운 이유
홈바를 처음 시작하면 어떤 리큐르부터 사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종류가 워낙 많기도 하고, 특정 칵테일 하나에만 사용되는 재료를 사면 몇 번 쓰지 못한 채 선반 한쪽에 오래 남아 있기 쉽다.
그런 점에서 Peachtree는 입문자에게 추천하기 좋은 리큐르다.
탄산수나 토닉워터만 있어도 간단하게 마실 수 있고, 보드카나 말리부, 블루 큐라소처럼 흔히 사용하는 술과도 잘 어울린다.
레시피가 복잡하지 않아 계량만 잘하면 칵테일을 처음 만드는 사람도 비교적 쉽게 마실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달콤한 복숭아 향 덕분에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내가 홈바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리큐르 두 병을 추천한다면, 아마 말리부와 Peachtree를 먼저 고를 것 같다.
둘 다 사용법이 어렵지 않고, 한 병으로 만들 수 있는 칵테일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복잡하게 분석하기보다 섞어 마실 때 빛나는 술
Peachtree는 위스키처럼 잔에 따라 천천히 향의 변화를 살펴보거나, 숙성에서 오는 복잡한 풍미를 분석하며 마시는 술은 아니다.
스트레이트로 마시면 단맛이 꽤 강하고, 몇 모금 뒤에는 다소 끈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따라서 단독으로 여러 잔을 마시기보다는 다른 술이나 주스, 탄산음료와 섞었을 때 진가를 발휘한다.
칵테일에서는 Peachtree의 단맛이 산미를 부드럽게 잡아주고, 복숭아 향은 전체적인 분위기를 밝고 친숙하게 만들어준다.
레몬이나 라임주스처럼 산미가 있는 재료와 섞으면 지나친 단맛이 정리되고, 토닉워터와 함께 사용하면 약간의 쌉쌀함이 더해져 훨씬 산뜻해진다.
반대로 말리부나 바나나 리큐르, 파인애플주스와 조합하면 달콤하고 열대과일 같은 분위기가 강해진다.
하나의 맛만 가진 단순한 리큐르처럼 보이지만, 어떤 재료와 섞느냐에 따라 꽤 다른 성격을 보여준다.
의외로 디저트에도 활용할 수 있다
술이라고 해서 반드시 칵테일에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예전에 제과나 제빵을 하는 사람들이 크림이나 케이크에 향을 더하기 위해 Peachtree나 Grand Marnier 같은 리큐르를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Peachtree는 복숭아 향이 분명하면서도 향신료나 허브 같은 복잡한 풍미는 많지 않다.
그래서 디저트에 사용했을 때도 복숭아 향이 비교적 또렷하게 살아난다.
생크림이나 바닐라 아이스크림, 과일을 곁들인 디저트와도 잘 어울릴 것 같다.
다만 단맛이 강한 편이므로 디저트에 사용할 때는 설탕의 양을 함께 조절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복숭아나 살구를 사용한 케이크, 판나코타, 아이스크림 같은 디저트에 소량 더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어느새 병이 빠르게 비어가는 이유
DeKuyper Peachtree는 화려한 숙성이나 복잡한 풍미를 기대하는 술은 아니다.
대신 누구나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달콤한 복숭아 향을 가지고 있고, 칵테일 한 잔의 분위기를 손쉽게 바꿔주는 매력이 있다.
처음 맛보면 황도 통조림 국물을 떠올리게 하는 친숙한 단맛에 웃음이 나고, 그다음에는 자연스럽게 집에 있는 다른 재료들과 하나씩 섞어보고 싶어진다.
토닉워터만 더해 간단히 마실 수도 있고, 말리부나 블루 큐라소와 조합해 화려한 칵테일을 만들 수도 있다.
누구나 이름을 들어봤을 만한 유명한 칵테일부터 집에서 만든 개인 레시피까지 활용 범위도 넓다.
그래서 홈바에 들여놓으면 생각보다 병이 줄어드는 속도가 빠른 리큐르이기도 하다.
홈바를 꾸미기 시작했거나, 어렵지 않게 다양한 칵테일을 만들어보고 싶다면 Peachtree는 꽤 오랫동안 여러 레시피에서 활약할 수 있는 한 병이다.
어쩌면 어느 날 냉장고에 남아 있는 탄산수 한 병을 보며 자연스럽게 Peachtree를 꺼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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