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콩팥을 기증한 사람이 회복 후 일터로 돌아가고 운동도 하는 모습을 보면, “콩팥은 하나만 있어도 충분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실제로 건강한 기증자 대부분은 수술 뒤 투석 없이 생활한다.
그렇다면 콩팥 하나는 원래 여분이었던 걸까?
몸은 한쪽 콩팥이 없어지면 남은 쪽의 일을 늘려 적응한다.
덕분에 일상을 이어갈 수 있지만, 두 개일 때의 여과량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콩팥 하나로 산다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남은 콩팥이 무엇을 더 하고 무엇까지 되찾지는 못하는지 순서대로 따라가 보자.
콩팥 안에는 수십만 개의 작은 여과 장치가 있다
콩팥의 기본 단위는 네프론이다.
네프론은 혈액에서 수분과 작은 물질을 걸러내는 사구체와, 걸러진 액체에서 필요한 물질을 되흡수하고 소변의 성분을 조절하는 세뇨관으로 이루어진다.
흔히 콩팥을 필터에 비유하지만, 실제로는 거른 뒤 다시 조절하는 과정까지 맡는다.
Denic 등의 JASN 연구는 건강한 생체 신장기증자 1,638명의 CT와 조직검사를 이용해, 콩팥 하나당 사구체 수를 평균 약 87만 개로 추정했다.
개인차가 컸으며 나이가 많은 집단일수록 그 수가 적었다.
이 값은 콩팥 전체의 사구체를 하나씩 센 결과가 아니라, CT로 구한 피질 부피와 조직검사에서 얻은 사구체 밀도를 바탕으로 계산한 추정치다.
서로 다른 연령대를 비교한 연구이므로 한 사람의 필터가 매년 얼마나 줄었는지를 직접 관찰한 자료도 아니다.
사구체여과율(GFR)은 이 많은 사구체가 단위 시간에 걸러내는 양을 합친 값이다.
검사 결과지의 eGFR은 혈액검사 등을 이용해 그 여과율을 추정한 수치다.
두 콩팥이 있는 사람에서는 양쪽이 담당하는 여과량이 합쳐져 나오므로, 검사표에 적힌 숫자가 콩팥 한쪽의 성능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항목을 읽는 방법은 앞서 쓴 신장 기능 검사 결과 읽는 법에서 정리했다.
한쪽이 없어지면 남은 콩팥이 더 많이 걸러낸다
콩팥 하나를 제거하면 전체 여과량은 줄어든다.
이후 남은 콩팥으로 가는 혈류와 여과량이 늘면서 감소한 기능의 일부를 보충한다.
남은 콩팥이 커지는 보상성 비대도 이 적응 과정에 포함된다.
KDIGO 생체 신장기증자 지침은 기증 후 GFR이 수술 전보다 대략 25~40% 감소한다고 정리한다.
한쪽을 잃었다고 기능이 계속 절반에 머무는 것도, 원래 수준으로 완전히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Lenihan 등의 2015년 JCI 연구는 이 변화를 기증자 21명에게서 자세히 살폈다.
수술 전과 수술 후 중앙값 0.8년, 6.3년 시점에 평가했을 때 남은 콩팥 하나의 GFR은 기증 전 그 콩팥이 담당하던 양보다 약 40% 증가했다.
두 콩팥이 원래 절반씩 일했다고 가정하면, 남은 한쪽이 1.4배를 맡아 전체 여과량은 수술 전의 약 70%가 된다는 계산이다.
이는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단순 계산이며, 개인의 회복량은 다르다.
계산대 두 줄 중 한 줄을 닫아도 남은 계산대의 처리량이 늘면 전체 처리량이 정확히 절반으로 떨어지지는 않는 것과 비슷하다.
다만 콩팥에서는 단순히 처리 속도만 빨라지는 것이 아니라 혈류와 여과 구조도 달라진다.
연구진은 커진 사구체의 여과 면적과 혈장 흐름 증가가 보상에 기여한다고 해석했다.
이 연구의 모형 분석은 기증 후 사구체 압력이 크게 높아졌다는 설명을 지지하지 않았다.
‘더 많이 거른다’는 사실을 곧바로 ‘높은 압력으로 무리하게 버틴다’고 바꿔 말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간처럼 새 필터를 만들어 채우는 것은 아니다
앞서 쓴 간 재생의 원리와 한계에서는 남아 있는 간세포의 증식과 비대를 살펴봤다.
콩팥도 남은 부분이 커지지만, 성인에서 콩팥 하나를 제거한 뒤 사라진 만큼의 네프론이 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존 네프론이 더 많은 일을 맡는 쪽으로 적응한다.
‘신장 예비력’이라는 말도 여기서 구분해둘 필요가 있다.
생리학에서 신장 기능 예비력은 평소 상태보다 GFR을 얼마나 더 높일 수 있는지를 가리킨다.
콩팥 안에 쓰지 않는 필터가 따로 쌓여 있다가 필요할 때 켜진다는 뜻은 아니다.
한쪽을 잃은 뒤의 장기적인 적응을 평소 예비력 검사와 똑같은 현상으로 볼 수도 없지만, 남은 콩팥이 여과량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은 하나로 생활할 수 있는 중요한 바탕이다.
기증자를 오래 추적하면 무엇이 보일까?
기증자는 수술 전에 신장 기능과 구조, 혈압, 대사질환 등을 평가받는다.
따라서 기증 후 결과를 읽을 때도 먼저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선별한 사람들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Ibrahim 등의 2009년 NEJM 연구는 기증자 3,698명의 생존과 말기신부전 발생 등을 조사하고, 그중 255명에게서 GFR과 소변 알부민, 혈압 등을 직접 평가했다.
세부 평가 시점은 기증 후 평균 12.2년이었으며, 85.5%에서 GFR이 60 mL/min/1.73m² 이상이었다.
고혈압은 32.1%, 알부민뇨는 12.7%에서 확인됐다.
전체 기증자 중 말기신부전은 11명에게서 발생했고, 연구진은 생존과 말기신부전 위험이 일반 인구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고했다.
다만 일반 인구와 비교하면 기증자가 출발부터 더 건강했다는 차이가 남는다.
“기증자가 일반 인구보다 나쁘지 않았다”는 결과만으로 기증의 영향을 모두 평가하기는 어렵다.
건강 상태가 비슷하면서 기증하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하면 다른 질문에 답할 수 있다.
장기 위험은 비교 대상을 누구로 잡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Muzaale 등의 2014년 JAMA 연구는 미국 생체 신장기증자 96,217명과 건강한 비기증자의 자료를 비교했다.
비기증자는 NHANES III 참여자 중 기증에 부적합할 만한 질환 등이 확인된 사람을 제외하고, 기증자와 특성이 비슷하도록 맞춰 구성했다.
기증 후 15년 시점의 말기신부전 추정 누적 발생률은 다음과 같았다.
| 비교 집단 | 15년 추정 누적 발생률·1만 명당 | 백분율 환산 |
|---|---|---|
| 신장기증자 | 30.8명 | 0.308% |
| 건강한 비기증자 | 3.9명 | 0.039% |
두 추정치를 나누면 약 8배다.
차이로 계산하면 15년 동안 1만 명당 약 27명, 약 0.27%포인트다.
상대적인 차이는 크지만 발생 자체는 드물었으며, 두 집단 모두 추정치에 불확실성이 있다.
또 모든 기증자를 15년씩 지켜본 것은 아니다.
기증자의 추적 기간 중앙값은 7.6년이었고, 15년 값은 추적 자료로 계산한 누적 발생률이다.
이 연구는 건강한 비교 집단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앞선 일반 인구 비교를 보완한다.
그럼에도 관찰연구이므로 가족력과 유전적 요인, 이후의 건강 변화 같은 차이가 완전히 제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증을 고려할 때는 이 집단의 평균 위험에 자신의 나이와 혈압, 신장 기능, 가족력 등을 더해 판단해야 한다.
콩팥이 하나라면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남은 콩팥이 잘 적응하고 있는지는 겉모습이나 소변량만으로 알기 어렵다.
혈압과 혈액검사, 소변검사를 함께 살피는 이유다.
NIDDK는 콩팥이 하나인 사람에게 신장 기능과 혈압을 관찰하도록 안내하며, 소변 알부민과 GFR을 확인하는 검사가 여기에 포함된다.
검사 주기는 기증자인지, 질환이나 외상으로 한쪽을 잃었는지, 현재 기능이 어떤지에 따라 정한다.
기증 후에는 이식센터의 추적 계획을 따르고, 다른 진료를 받거나 약을 처방받을 때도 콩팥이 하나라는 사실을 알려두면 된다.
콩팥이 하나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생활을 제한할 필요는 없지만, 약물이나 활동에 관한 판단에는 그 정보가 필요하다.
콩팥 하나로 산다는 말의 범위
이 글의 기증자 연구는 수술 전에 평가받고 선별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다.
여과 역학을 자세히 조사한 연구는 21명 규모였고, 2009년 연구의 직접적인 기능 평가는 255명에게 시행됐다.
대규모 위험 연구도 기록을 비교한 관찰연구다.
이 결과를 남은 콩팥에 이미 질환이 있는 사람이나, 태어날 때부터 콩팥이 하나였던 사람에게 그대로 옮겨 적용해서는 안 된다.
글 앞머리에서 일터로 돌아간 기증자가 일상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남은 콩팥이 여과량을 늘려 적응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콩팥 하나가 둘과 같아진 것은 아니다.
콩팥이 하나라면 현재 eGFR이 얼마인지뿐 아니라 이전 검사와 비교해 어떻게 변하는지, 소변 알부민과 혈압은 어떤지도 알아두는 편이 좋다.
이 글은 2026년 10월 23일에 확인한 자료를 기준으로 작성했다.
참고 자료: Denic 등 — 건강한 사람의 네프론 수와 노화(JASN) · Lenihan 등 — 생체 신장기증 후 사구체 역학의 장기 변화(JCI 2015) · Ibrahim 등 — 신장기증의 장기 결과(NEJM 2009) · Muzaale 등 — 생체 신장기증 후 말기신부전 위험(JAMA 2014) · KDIGO — 생체 신장기증자 평가와 관리 지침(2017) · NIDDK — 콩팥이 하나인 경우의 관리
관련 증상이 있거나 건강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