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를 받으면 왜 머리카락이 빠질까?: 모낭 세포와 항암제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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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치료라고 하면 머리카락이 빠지는 모습부터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드라마에서도 머리를 짧게 자르거나 삭발하는 장면이 치료의 시작을 알린다.
그만큼 익숙한 이미지여서인지, 머리카락이 빠지면 “약이 잘 듣고 있나 보다” 하고 생각하기도 한다.
반대로 머리카락이 그대로면 치료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불안해질 수도 있다.

그런데 머리카락이 얼마나 빠졌는지는 항암제의 효과를 알려주지 않는다.
두피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암에서 일어나는 반응은 따로 살펴야 한다.
왜 유독 머리카락이 영향을 받는지 알려면, 눈에 보이는 머리카락보다 그 아래에서 머리카락을 만드는 세포를 봐야 한다.

항암제의 영향은 정상 세포에도 미친다

여기서 주로 다루는 약은 전통적인 세포독성 항암제다.
DNA를 손상시키거나 복제를 방해하고, 세포가 둘로 나뉘는 데 필요한 구조를 건드리는 등 약마다 작용 방식이 다르다.
이 과정에서 암세포가 타격을 받지만, 정상 세포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새 세포를 빠르게 만들어야 하는 조직이 취약하다.
머리카락을 만드는 모낭, 입안과 장의 점막, 혈액세포를 만드는 골수가 대표적이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도 빠르게 자라는 정상 세포가 손상되면서 탈모와 점막 손상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암세포가 모두 정상 세포보다 빨리 분열하는 것은 아니고, 약에 대한 반응도 분열 속도 하나로 정해지지는 않는다.

머리카락은 두피 속 작은 생산 라인에서 만들어진다

눈에 보이는 머리카락 줄기는 이미 각질화된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실제로 세포가 활발하게 분열하는 곳은 피부 속 모낭 깊숙이 있는 모기질(hair matrix)이다.
이곳의 세포들이 증식하고 분화하면서 머리카락 줄기인 모간을 만든다.
공장에 비유하면 모기질은 생산 라인이고, 두피 밖으로 나온 머리카락은 완성된 제품이다.
아래에서 새 재료가 만들어져 위로 밀려 올라오면서 머리카락이 길어진다.

항암제의 영향을 크게 받는 곳도 이미 나온 머리카락이 아니라 이 생산 과정이다.
두피에서는 대부분의 모발이 성장기(anagen)에 있어 여러 모낭의 생산 라인이 동시에 돌아가고 있다.
그 세포들이 손상되면 머리숱의 변화도 눈에 띄게 나타날 수 있다.

약을 맞은 날이 아니라 몇 주 뒤에 빠지는 이유

탈모를 일으키는 항암요법에서는 치료 시작 후 대개 2~3주 무렵부터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조금씩 가늘어지기도 하고, 짧은 기간에 빠지는 양이 크게 늘기도 한다.
시작 시점과 진행 속도는 약과 투여 일정에 따라 달라서, 몇 번째 치료까지 받으면 얼마나 빠진다고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모기질 세포가 손상되면 그때 만들어지던 모간이 가늘고 약해질 수 있다.
이후 그 약한 부분에서 끊어지면서 탈모가 드러난다.
약이 세포에 영향을 준 시점과 머리카락이 실제로 떨어지는 시점 사이에 간격이 생기는 이유다.
이런 현상을 성장기 탈모(anagen effluvium)라고 한다.
손상된 모간에 잘록한 부분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를 폴핑쿠스 협착(Pohl-Pinkus constriction)이라고 부른다.
수명을 다한 모발이 정상적인 주기를 거쳐 빠지는 것과 달리, 한창 자라던 머리카락이 손상돼 끊어질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안 빠진다고 약이 안 듣는 것은 아니다

탈모가 흔한 약도 있고, 머리숱이 조금 줄어드는 정도로 지나가거나 탈모가 거의 생기지 않는 약도 있다.
같은 약이라도 용량과 투여 간격, 함께 쓰는 약에 따라 달라진다.
표적치료제나 면역항암제에서도 모발 변화가 생길 수 있지만, 전통적인 세포독성 항암제의 성장기 탈모와는 양상이 다를 수 있다.
예상되는 변화는 ‘항암치료’라는 이름보다 실제 사용하는 약을 기준으로 설명을 듣는 편이 정확하다.

NCI는 부작용의 유무나 심한 정도로 항암제가 얼마나 잘 듣는지 알 수 없다고 안내한다.
치료 반응은 암 종류와 치료 목적에 맞춰 진찰, 영상검사, 필요한 혈액검사 등으로 평가한다.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도 그것만으로 암이 줄었다고 판단할 수 없고, 머리카락이 남아 있어도 치료가 약하다는 뜻은 아니다.

입안과 장, 골수도 영향을 받는다

모낭만 새 세포를 계속 만드는 것은 아니다.
입안과 장의 점막은 표면 세포를 끊임없이 교체하고, 골수는 혈액세포를 생산한다.
이런 조직이 손상되면 구내염이나 설사, 혈구 감소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다만 메스꺼움과 구토에는 장과 뇌의 신호 전달도 관여하므로, 항암치료의 모든 부작용을 빠른 세포분열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탈모는 거울이나 베개에 남은 모발로 알아차릴 수 있지만, 혈구 감소는 검사해야 확인된다.
어느 부작용이 먼저 나타나는지도 치료에 따라 다르다.
혈액검사에서 어떤 세포를 세고 그 수치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앞서 쓴 혈액검사(CBC) 기본 해석에서 다뤘다.

다시 자라는 것과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은 다르다

항암치료로 인한 탈모는 대부분 치료가 끝난 뒤 회복된다.
많은 경우 모기질 세포가 손상돼도 모낭의 재생을 담당하는 세포가 남아 있어 다시 모발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NCI는 항암치료 종료 후 흔히 2~3개월 무렵에 머리카락이 다시 자란다고 안내한다.
그때 머리숱과 길이가 모두 돌아온다는 뜻은 아니다.
짧은 새 머리가 보이는 것과 평소 머리 모양으로 돌아오는 데는 시간 차이가 있다.
처음에는 색이나 굵기, 곱슬거리는 정도가 달라 보일 수도 있다.

치료 후에도 머리숱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는 지속성 탈모가 보고된다.
일부 탁산계 항암제 등과 관련해 알려져 있어, 회복이 더디거나 예상과 다르다면 치료 기록을 바탕으로 진료를 받아볼 수 있다.

원래 유전성 탈모가 있었다면, 항암치료 후 머리가 새로 나면서 이전보다 좋아질 수도 있을까?
항암제로 빠진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는 것과 기존의 유전성 탈모가 좋아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유전성 탈모에서는 모낭이 점점 작아지는데, 항암치료를 이 변화를 되돌리는 치료로 볼 근거는 없다.
새 머리가 나더라도 원래의 탈모 양상이 남을 수 있다.

두피 냉각으로 탈모를 줄일 수 있을까?

두피 냉각(scalp cooling)은 항암치료 전후에 냉각 장치를 착용해 탈모를 줄이려는 방법이다.
두피 혈관을 수축시켜 모낭으로 전달되는 약의 양을 줄이고, 낮은 온도가 모낭 세포의 활동과 약물 반응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설명된다.

대표적인 근거로는 2017년 JAMA에 발표된 두 연구가 있다.
둘 다 초기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했지만 연구 설계와 사용한 항암요법은 다르다.

연구연구 방식과 대상주요 결과
SCALP 시험·Paxman 장치초기 유방암 여성 182명을 무작위 배정
중간 분석에서 142명 평가.
안트라사이클린 계열 요법 포함
항암치료 4주기 뒤 모발 손실이 50% 미만인 사람이
냉각군 95명 중 48명(50.5%), 비냉각군 47명 중 0명
DigniCap 연구초기 유방암 환자의 비무작위 비교 연구.
안트라사이클린을 쓰지 않는 항암요법
치료 종료 4주 뒤 모발 손실이 50% 이하인 사람이
평가 가능한 냉각군 101명 중 67명(66.3%), 대조군 16명 중 0명

여기서 성공은 머리카락이 한 올도 빠지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라, 모발 손실이 약 절반 이내에 머물렀다는 뜻이다.
50.5%와 66.3%만 보고 어느 장비가 더 좋다고 비교해서도 안 된다.
항암제 구성과 평가 시점, 연구 설계가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냉각 과정에서 차가움이나 두통, 두피 불편감을 겪을 수 있고, DigniCap 연구에서는 냉각군 106명 중 3명이 추워서 중단했다.
두 연구에는 각각 장비 제조사의 지원이 있었으며, 대상도 초기 유방암 환자 중심이었다.
다른 암이나 고용량 항암요법에 같은 결과를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두피에 전달되는 약을 줄이는 방식인 만큼 적용해도 되는 상황인지부터 따져야 한다.
백혈병 등 혈액암이나 특정 치료 상황에서는 권하지 않는다.
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지, 현재 항암요법에서 어느 정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는 첫 치료 전에 담당 의료진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다.

탈모도 치료팀과 이야기할 수 있다

이 글은 주로 세포독성 항암제로 인한 성장기 탈모를 설명한 것이다.
약의 작용 원리만으로 개인의 탈모 정도와 회복 시점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두피 냉각 연구도 한 시험은 142명의 중간 분석, 다른 연구는 평가 가능한 냉각군 101명과 대조군 16명의 비교였으며, 서로 다른 치료 조건에서 나온 결과다.

치료 중 발열이나 심한 입안 상처, 계속되는 설사가 생기면 치료팀에 바로 알려야 한다.
머리카락을 지키는 방법이나 두피 관리도 참고 넘길 문제로만 두지 말고 치료팀과 상담해도 된다.

다시 자라는 경우가 많더라도 치료 중에 머리카락을 잃는 일은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치료를 앞둔 사람에게는 왜 빠지는지뿐 아니라 얼마나 예상할 수 있는지, 줄일 방법은 있는지까지 함께 설명하는 편이 좋다.

이 글은 2026년 10월 18일에 확인한 자료를 기준으로 작성했다.

참고 자료: NCI — 항암치료의 작용과 치료 반응 평가 · NCI — 암 치료와 탈모 · StatPearls — 성장기 탈모 · 두피 냉각과 항암치료 유발 탈모 종설 · JAMA — SCALP 무작위 임상시험 · JAMA — DigniCap 두피 냉각 연구

의학 정보 안내
이 글은 건강 및 의학 관련 내용을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인의 상태에 대한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관련 증상이 있거나 건강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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