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압약이 잘 듣지 않는 이유를 호흡을 조절하는 뇌 부위에서 찾았다는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혈압과 호흡이 연결돼 있다는 건 알지만, 숨을 내쉬게 하는 신경세포를 조절했더니 혈압까지 내려갔다는 결과는 좀 더 들여다보고 싶었다.
약을 하나 더 보태는 대신, 혈압을 올리는 신호가 어디서 시작되는지 찾아보겠다는 접근이었다.
혈압약을 꾸준히 먹는데도 수치가 잘 내려오지 않으면 답답할 수밖에 없다.
약이 나에게 안 맞는 것인지,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그런 상황에서 “약이 안 듣는 이유가 뇌에 있었다”는 제목을 만나면 솔깃하다.
다만 이번 연구가 보여준 것은 쥐의 특정 신경 회로가 혈압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에게서 그 회로를 조절해 혈압을 낮출 수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최근 며칠 사이 발표된 연구는 아니다.
호흡 회로를 다룬 논문은 2025년 12월에 발표됐고, 비타민B6 논문은 2025년 10월 16일 온라인으로 먼저 공개된 뒤 2026년 학술지에 실렸다.
올해 들어 관련 보도가 이어졌는데, 두 연구를 함께 읽으면 연구팀이 어떤 치료 방향을 찾고 있는지 조금 더 잘 보인다.
고혈압은 뇌졸중을 막으려면 꼭 잡아야 하는 위험요인이라, 새 치료법 얘기가 나오면 일단 눈이 간다.
“약이 안 듣는다”는 말은 정확히 무슨 뜻일까?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 저항성 고혈압은 아니다.
미국심장협회(AHA)는 서로 다른 계열의 혈압약 세 가지를 충분히 증량했는데도 목표 혈압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를 저항성 고혈압으로 정의한다.
이때 용량은 약의 최대 용량이나, 부작용 때문에 더 늘릴 수 없다면 그 사람이 견딜 수 있는 최대 용량을 기준으로 한다.
보통 오래 작용하는 칼슘채널차단제, ACE 억제제 또는 ARB, 이뇨제가 포함된 조합을 사용한다.
혈압이 조절되더라도 혈압약이 네 가지 이상 필요한 경우는 이 범주에 포함된다.
실제로 저항성인지 판단하려면 먼저 확인할 것이 많다.
약을 빠뜨린 날이 있었는지, 용량은 충분한지, 혈압을 제대로 쟀는지부터 살핀다.
집에서는 괜찮은데 병원에서만 혈압이 올라가는 백의 효과도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조절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를 가성 저항성이라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복용 상태나 병원 밖 혈압을 아직 확인하지 못해 이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 경우까지 묶어서 ‘겉보기 저항성 고혈압’이라고 부른다.
AHA의 2018년 과학 성명에서는 치료받는 고혈압 성인 가운데 이 비율을 인구 기반 보고에서 약 12~15%, 병원 기반 보고에서 약 15~18%로 소개했다.
수면무호흡, 원발성 알도스테론증, 신장 질환이나 신동맥 협착처럼 혈압을 높이는 다른 원인도 확인해야 한다.
소염진통제, 경구피임약, 일부 면역억제제 등 복용 중인 약이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번 뇌 연구가 흥미롭더라도, 진료에서는 이런 원인부터 차근차근 살피는 순서가 달라지지 않는다.
관련 ScienceAlert 기사에는 약을 먹어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사람이 약 40%라는 표현이 나온다.
혈압 조절률은 조사 시기와 대상, 목표 혈압에 따라 달라지므로 이 숫자를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
CDC가 제시한 미국 통계에서는 고혈압 성인의 약 22.5%가 혈압을 조절하고 있지만, 이 집단에는 약을 먹지 않거나 고혈압을 진단받지 못한 사람도 포함된다.
따라서 전체 고혈압 환자의 조절률을 약물 저항성의 비율로 바꿔 읽으면 안 된다.
이번 연구 역시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의 원인이 모두 뇌에 있다고 결론 내린 것은 아니다.
숨을 내쉬는 뇌 부위가 어떻게 혈압을 올릴까?
연구팀이 살펴본 곳은 뇌간 아래쪽의 숨뇌, 즉 연수에 있는 외측 방안면 영역(lateral parafacial region, pFL)이다.
이름은 어려운데 하는 일은 단순하다.
평소 편하게 숨을 내쉴 때는 폐와 흉곽이 원래 상태로 돌아가면서 공기가 빠져나온다.
반면 운동하거나 기침할 때처럼 숨을 힘줘서 내보내려면 배 근육 등을 움직이는 신호가 필요하다.
pFL은 이런 능동적인 날숨에 관여하는 부위다.
상파울루대와 오클랜드대 연구팀은 쥐에서 이 부위의 신경세포를 직접 활성화하거나 억제했다.
빛에 반응하도록 만든 신경세포를 켜는 광유전학과, 유전적으로 조작한 세포의 활동을 약물로 조절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광유전학의 원리는 앞서 다룬 광유전학 글에서 조금 더 자세히 설명했다.
연구팀이 pFL 신경세포를 활성화하자 힘줘서 숨을 내쉬는 활동과 함께 교감신경 활동이 증가하고 혈압이 올랐다.
반대로 반복적인 저산소 노출로 고혈압이 생긴 쥐에서 이 신경세포를 억제하자, 날숨과 연결된 교감신경 흥분이 줄고 혈압이 정상 수준으로 내려갔다.
교감신경은 몸이 활동하거나 위기에 대응할 때 심장과 혈관 등을 조절하는 신경계다.
혈관을 수축시키는 신호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번 실험에서는 숨을 내쉬게 하는 회로와 혈관을 조절하는 회로가 연결돼 있었고, 특정 조건에서 그 연결이 혈압 상승에 기여했다.
기침하거나 크게 웃는다고 고혈압이 생기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특정 동물 모델에서 호흡 관련 회로가 과도한 교감신경 활동을 유지하는 데 관여한다는 결과다.
앞에 나온 반복적 저산소 노출 쥐는 수면무호흡 때 반복되는 산소 저하를 흉내 낸 모델이고, 그래서 이 연구는 수면무호흡과도 연결된다.
잠자는 동안 호흡이 반복해서 멈추면 산소가 떨어지고, 몸은 이를 감지해 호흡과 순환을 조절하려 한다.
그 과정이 계속 반복될 때 혈압을 올리는 신호도 과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고혈압에서 pFL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는 앞으로 확인해야 한다.
왜 뇌 대신 목에 있는 작은 센서를 겨냥할까?
경동맥소체(carotid body)는 목 양쪽에서 경동맥이 갈라지는 부근에 있는 작은 조직이다.
혈액 속 산소가 떨어지거나 이산화탄소와 산성도가 변하면 이를 감지해 뇌간으로 신호를 보낸다.
쉽게 말해 숨을 더 쉬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감시 장치다.
연구팀은 여기서 올라오는 신호가 pFL과 교감신경 회로를 자극하는 과정에 주목했다.
집에 있는 연기 경보기를 생각해보면 된다.
경보기는 위험을 빨리 알아채기 위해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예민해지면 작은 자극에도 계속 울린다.
일부 고혈압에서는 경동맥소체의 신호가 과해져, 몸이 필요 이상으로 호흡과 교감신경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혈관이 조여진 뒤에 대응하는 약과는 별개로, 신호를 보내는 센서의 과민함을 줄이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경동맥소체는 뇌 바깥에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뇌의 특정 신경세포만 약으로 조절하려면 약물 전달과 부작용 문제가 까다롭다.
목의 센서를 통해 들어가는 신호를 조절할 수 있다면, 약이 뇌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도 해당 회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물론 뇌 바깥에 있다고 자동으로 안전한 것은 아니다.
경동맥소체는 산소 부족에 대응하는 중요한 조직이므로, 필요한 반응까지 떨어뜨리지 않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혈압약이 꼭 혈관과 신장에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베타차단제는 심장에, 클로니딘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한다.
이번 연구팀은 여기에 더해 경동맥소체에서 호흡 회로로 이어지는 신호를 새로운 치료 표적으로 살펴봤다.
다만 이런 과민 반응이 전체 고혈압 환자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나타나는지는 이번 연구로 알 수 없다.
비타민B6로 혈압이 16mmHg 내려갔다는 말은 어디까지 맞을까?
다른 논문에서 연구팀이 살펴본 후보는 비타민B6의 활성형인 피리독살 5′-인산, PLP였다.
비타민이라는 익숙한 이름 때문에 바로 영양제를 떠올리기 쉽지만, 여기서는 특정 수용체에 작용할 수 있는 물질로 연구했다.
경동맥소체의 신호 전달에는 ATP와 이를 받아들이는 P2X3 수용체가 관여한다.
연구팀은 세포 실험과 동물 실험을 통해 PLP가 이 신호를 억제할 가능성을 살폈다.
혈압 실험은 자연적으로 고혈압이 생기는 쥐(SHR) 소수에서 진행됐다.
PLP를 약 30분 동안 정맥으로 주입하자 평균 혈압이 약 16mmHg 내려갔고, 심박수도 분당 약 35회 줄었다.
다만 논문 초록에는 6마리에서 평균 15.6mmHg 감소, 본문에는 5마리에서 16.2mmHg 감소로 적혀 있다.
이 차이가 생긴 이유는 공개된 원문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어느 쪽이든 소수의 고혈압 쥐에서 단기간 혈압이 내려간 결과이고, 먹는 영양제를 몇 달 복용한 것이 아니라 활성형 물질을 정맥으로 직접 넣은 뒤 나타난 반응이다.
심박수도 함께 줄었기 때문에 혈압 외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이 결과를 사람의 혈압약 효과와 숫자로 곧바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정상 혈압 쥐에서는 평균 혈압 감소가 약 4mmHg로 더 작았는데, 이 차이는 고혈압 쥐에서 경동맥소체 관련 신호가 더 과하게 작동하고 있었다는 설명과 방향이 같다.
하지만 오래 사용해도 효과가 유지되는지, 사람에서도 같은 변화가 나타나는지는 별개의 질문이다.
사람에게서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같은 논문에는 고혈압 성인을 대상으로 한 이중맹검·무작위·위약 대조 교차 시험도 포함됐다.
참가자가 서로 다른 방문에서 비타민B6와 위약을 각각 복용해 반응을 비교하는 방식이다.
쥐 실험의 정맥 주입과 달리, 사람에게는 피리독신 염산염 600mg을 한 번 먹게 했다.
약 2시간 뒤 저산소 상태에서 호흡이 얼마나 증가하는지 등을 살폈다.
분석에 포함된 사람은 14명이었다.
그중 말초 산소 감지 반응이 예민한 것으로 분류된 7명에서는 비타민B6 복용 뒤 저산소에 대한 호흡 반응이 줄었다.
반면 분석에 포함된 14명 전체의 혈압은 위약을 먹었을 때와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사람에게서 확인된 건 일부 참가자의 호흡 반응이 달라졌다는 것까지다.
이 시험에서는 혈압 감소가 확인되지 않았다.
“비타민B6가 혈압을 낮췄다”는 설명만으로는 이 차이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쥐에게 준 물질과 투여 방식도 달랐고, 사람 시험에서 나온 결과도 달랐다.
참가자가 적었고 한 번만 투여했다는 한계도 있다.
연구진 스스로도 코로나19 때문에 계획이 바뀐 점과 참가자 구성의 제한을 한계로 꼽았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더 큰 임상시험을 해볼 수는 있겠지만, 고혈압 치료 효과가 입증됐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
그럼 비타민B6 영양제를 먹어볼 만할까?
이번 연구를 근거로 혈압을 낮추려고 비타민B6를 따로 먹을 이유는 없다.
사람 시험에서 혈압 감소가 확인되지 않았고, 쥐 실험을 일상적인 영양제 복용으로 옮길 수도 없다.
비타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많은 양을 오래 먹어도 안전한 것은 아니다.
비타민B6를 과량으로 장기간 복용하면 감각 신경병증이 생길 수 있다.
손발이 저리거나 감각이 둔해지고, 균형을 잡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NIH 자료는 성인의 하루 상한 섭취량을 100mg으로 안내한다.
다만 이 상한이 누구에게나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다는 보증은 아니며, 다른 기관은 더 낮은 기준을 적용하기도 한다.
사람 시험에 사용된 600mg은 의료 연구 안에서 한 번 투여한 양이므로, 매일 먹어도 되는 용량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이미 혈압약을 먹고 있다면 이 연구 때문에 약을 줄이거나 영양제로 바꾸지 않아야 한다.
약을 먹는데도 혈압이 높다면 무엇부터 확인해야 할까?
처음 이야기한 것처럼 약을 꾸준히 먹는데도 혈압이 높다면, 뇌를 의심하기 전에 현재 치료가 제대로 작동할 조건부터 확인해야 한다.
집에서 올바른 자세와 맞는 크기의 커프로 여러 번 측정하거나, 필요하면 24시간 활동혈압검사로 실제 혈압을 살핀다.
복용 중인 약과 용량, 짠 음식이나 음주 같은 생활 요인도 함께 검토한다.
이후 수면무호흡이나 호르몬·신장 관련 원인을 확인하고 치료를 조정한다.
코골이가 심하거나 자는 동안 숨이 멈춘다는 말을 들었고, 낮에도 자꾸 졸리다면 수면 평가를 상담해볼 만하다.
그렇다고 그런 증상만으로 경동맥소체나 pFL에 문제가 있다고 스스로 진단할 수는 없다.
정리하면 호흡 회로를 직접 조절해 혈압을 낮춘 결과는 동물 실험에서 나왔고, PLP도 소수의 쥐에서 단기 반응을 본 것뿐이다.
사람 시험에서는 혈압이 내려가지 않았다.
게다가 두 연구에는 공통 연구진이 참여했으니 서로 독립된 검증 두 개로 보기도 어렵다.
결국 더 큰 사람 대상 연구에서 실제 혈압과 장기 안전성을 확인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몸의 경보가 왜 필요 이상으로 울리는지 찾아보겠다는 발상이 흥미롭다.
앞으로는 같은 고혈압이라도 호르몬 문제인지, 수면과 신경 반응이 더 크게 작용하는지 구분해 치료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번 연구만으로 그 가능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
그래도 목의 작은 산소 센서와 숨을 내쉬는 뇌 회로가 혈압과 이어진다는 대목은 읽으면서 가장 의외였던 부분이다.
이 글은 2026년 10월 8일에 확인한 자료를 기준으로 작성했다.
참고 자료: Circulation Research — 호흡 회로와 신경성 고혈압 연구 · Cardiovascular Research — 비타민B6·경동맥소체 연구 원문 · 오클랜드대 — 뇌와 고혈압의 연결 · ScienceAlert — 호흡 조절 영역과 고혈압 연구 소개 · AHA — 저항성 고혈압 과학 성명서 원문 · AHA — 조절하기 어려운 고혈압 안내 · CDC — 미국 고혈압 통계 · NIH — 비타민B6와 과량 섭취 위험
관련 증상이 있거나 건강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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