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혈 튜브 뚜껑 색깔은 왜 다를까?: 보라색·파란색·금색 채혈관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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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검사를 받을 때 채혈하는 모습을 자세히 보면 튜브마다 뚜껑 색깔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라색이 나오기도 하고, 파란색이 나오기도 한다.
금색이나 빨간색, 초록색 튜브가 사용될 때도 있다.
그냥 여러 종류의 튜브를 쉽게 구분하기 위해 색깔만 다르게 만들어 놓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색깔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채혈 튜브의 뚜껑 색깔은 주로 그 안에 어떤 첨가제가 들어 있고, 어떤 종류의 검체를 준비하는 데 사용하는지를 구분하기 위한 표시다.

앞선 글인 피검사할 때 왜 피를 여러 튜브에 나눠 뽑을까?: 전혈·혈장·혈청이 필요한 이유에서 이야기했듯 같은 사람에게서 뽑은 같은 혈액이라도 검사에 따라 필요한 상태가 다르다.

이번에는 그 차이를 만들어주는 채혈 튜브 자체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한다.

색깔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튜브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느냐가 중요하다

먼저 한 가지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검사실에서 중요한 것은 사실 뚜껑 색깔 그 자체가 아니다.
그 튜브 안에 어떤 첨가제가 들어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어떤 튜브에는 혈액이 굳지 않도록 하는 항응고제가 들어 있고, 어떤 튜브에는 혈액이 잘 굳도록 도와주는 clot activator가 들어 있다.
원심분리한 뒤 혈청이나 혈장을 혈액세포와 분리하기 위한 젤이 들어 있는 튜브도 있다.

그래서 채혈 튜브의 색깔을 볼 때는 색깔 → 첨가제 → 만들어지는 검체 → 사용할 검사의 순서로 이해하면 훨씬 쉽다.

그리고 제조사나 제품, 특수 목적의 튜브에 따라 색깔 체계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같은 계열의 첨가제가 서로 다른 색의 뚜껑으로 제공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실제 검사실에서는 색깔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튜브의 라벨과 첨가제를 확인하는 것이 기본이다.

보라색 튜브: EDTA

병원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채혈 튜브 중 하나가 보라색 또는 라벤더색 튜브다.
이 튜브에는 일반적으로 EDTA(Ethylenediaminetetraacetic acid)라는 항응고제가 들어 있다.

EDTA는 혈액응고 과정에 필요한 칼슘을 결합해 혈액이 굳는 것을 막는다.
덕분에 혈액 속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같은 세포를 분석할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검사가 CBC(Complete Blood Count)다.
CBC에서는 WBC, RBC, Hemoglobin, Hematocrit, Platelet 같은 혈액세포 관련 항목을 측정한다.
CBC 결과 자체가 궁금하다면 CBC 혈액검사란? WBC·RBC·헤모글로빈·혈소판 수치 이해하기에서 따로 자세히 정리했다.

다만 EDTA가 모든 검사에 좋은 것은 아니다.
EDTA라는 물질 자체가 검사하려는 성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EDTA가 들어 있는 피를 아무 검사에나 사용할 수는 없다.
결국 혈액이 굳지 않는다는 장점이 특정 검사에서는 필요하지만, 다른 검사에서는 오히려 문제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연한 파란색 튜브: Sodium Citrate

연한 파란색 뚜껑의 튜브에는 일반적으로 sodium citrate가 들어 있다.
이것 역시 혈액이 굳는 것을 막는 항응고제다.

하지만 EDTA와는 사용하는 목적이 다르다.
연한 파란색 citrate tube는 대표적으로

  • PT
  • INR
  • aPTT
  • Fibrinogen

같은 혈액응고검사에 사용된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파란색 튜브는 왜 정해진 선까지 채워야 할까?

다른 튜브도 적절한 양을 채우는 것이 중요하지만 citrate tube는 특히 혈액량이 중요하다.
응고검사용 citrate tube는 일반적으로 혈액과 citrate가 약 9:1의 비율이 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래서 튜브에 피가 너무 적게 들어가면 상대적으로 citrate의 비율이 높아질 수 있고, 이것이 응고검사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즉 파란색 튜브 옆에 표시된 채혈량은 단순히 이만큼 피가 있으면 검사가 가능하다는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항응고제와 혈액의 적절한 비율을 맞추는 것 자체가 검사 조건의 일부인 것이다.

그래서 응고검사에서 필요한 양보다 부족하게 채혈된 citrate tube는 검사실에서 사용할 수 없는 검체로 판단될 수도 있다.

빨간색·금색 튜브: 혈청을 만드는 튜브

빨간색이나 금색 계열의 튜브는 흔히 혈청(Serum)이 필요한 검사와 관련되어 있다.
혈청을 얻으려면 앞서 설명한 EDTA나 citrate tube와는 반대로 먼저 혈액이 굳어야 한다.

일부 serum tube에는 혈액응고를 촉진하는 clot activator가 들어 있고, SST(Serum Separator Tube)에는 원심분리 후 혈청과 혈액세포 사이에 물리적인 장벽을 형성하는 separator gel이 들어 있는 제품도 있다.
그래서 채혈한 뒤 혈액이 충분히 응고되도록 한 다음 원심분리하면 위쪽의 혈청을 검사에 사용할 수 있다.

혈청은 여러 생화학검사, 호르몬검사, 면역검사 등에 널리 사용된다.
건강검진에서 흔히 보는 간 기능, 신장 기능, 전해질 등을 포함한 혈액화학검사에 대해서는 CMP 혈액 검사 결과 쉽게 보기: 간, 신장, 혈당 수치는 어디를 봐야 할까?에서 따로 설명했다.

다만 빨간색이나 금색이면 무조건 모든 검사를 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검사 방법과 검사실에서 사용하는 장비, 필요한 검체 종류에 따라 실제 사용할 튜브는 달라질 수 있다.

초록색 튜브: Heparin

초록색이나 연두색 계열의 튜브에는 흔히 heparin이 들어 있다.
제품에 따라 lithium heparin이나 sodium heparin 등이 사용될 수 있다.

Heparin 역시 혈액이 굳는 것을 막는 항응고제이지만, EDTA tube와 달리 혈장을 이용하는 여러 혈액화학검사에 흔히 사용된다.
원심분리하면 혈액세포와 혈장을 분리할 수 있고, plasma separator tube의 경우에는 젤을 이용해 두 층을 물리적으로 나눌 수도 있다.
그래서 같은 혈액화학검사라도 검사실 시스템에 따라 혈청을 사용하기도 하고 heparin plasma를 사용하기도 한다.

회색 튜브: 혈당 검사에서 볼 수 있는 튜브

회색 튜브에는 제품에 따라 sodium fluoride와 potassium oxalate 같은 물질이 들어 있는 경우가 있다.

Sodium fluoride는 채혈 후 혈액세포에서 계속되는 해당과정(glycolysis)을 억제하는 데 사용되며, glucose 측정용 검체를 보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래서 회색 튜브는 glucose와 관련된 검사에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혈당검사는 무조건 회색 튜브로 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일상적인 혈액화학검사에서는 혈청이나 다른 종류의 혈장을 이용해 glucose를 측정하는 경우도 많다.
즉 회색 튜브가 혈당과 관련되어 있는 것은 맞지만 모든 glucose 검사가 반드시 회색 튜브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공복혈당과 HbA1c가 각각 무엇을 보여주는지는 공복혈당과 당화혈색소가 다른 이유: Glucose·HbA1c 검사 결과 읽는 법에서 따로 정리했다.

분홍색 튜브도 보라색과 비슷해 보이는데 무엇이 다를까?

분홍색 튜브 역시 EDTA가 들어 있는 제품이 흔하다.
그렇다면 보라색과 무엇이 다를까?
첨가제만 보면 둘 다 EDTA 계열일 수 있지만 검사실에서 용도를 구분하기 위해 다른 색깔과 라벨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분홍색 EDTA tube는 혈액은행이나 수혈 관련 검사에서 사용하는 제품이 있다.
즉 이것만 보더라도 EDTA 튜브는 모두 보라색이라고 단순하게 외우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그럼 노란색이나 진한 파란색처럼 다른 색은 뭘까?

여기서부터는 조금 더 복잡해진다.
일반적인 건강검진에서 자주 보는 튜브 이외에도 특정 검사를 위해 만들어진 특수 채혈 튜브(specialty tube)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trace element 검사처럼 일반 튜브의 미량 성분까지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검사에는 이를 고려해 제작된 특수 튜브를 사용할 수 있다.
또 혈액배양이나 특정 세포검사, 유전검사 등에서는 목적에 맞는 전용 채혈 용기나 튜브가 사용되기도 한다.

따라서 평소에 잘 보지 못했던 색의 튜브가 나왔다고 해서 특별히 심각한 검사를 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 검사가 필요로 하는 검체 조건이 다를 뿐이다.

튜브 색깔뿐 아니라 채혈하는 순서도 정해져 있다

여러 튜브에 피를 받을 때 채혈사가 손에 잡히는 튜브부터 아무 순서로나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Order of Draw, 즉 권장되는 채혈 순서가 있다.
이유는 앞서 사용한 튜브의 첨가제가 다음 튜브의 검체로 섞이는 첨가제 오염(additive carryover)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CLSI가 제시하는 일반적인 정맥 채혈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Blood culture tube 또는 blood culture bottle
  2. Sodium citrate tube
  3. Serum tube
  4. Heparin tube
  5. EDTA tube
  6. Glycolytic inhibitor tube

색깔로 익숙하게 표현하면 대략 ‘혈액배양 → 연한 파랑 → 빨강·금색 → 초록 → 보라·분홍 → 회색’의 흐름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여기서도 핵심은 색깔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첨가제의 종류를 기준으로 순서를 이해하는 것이다.
제품과 제조사에 따라 뚜껑 색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순서를 바꾸면 정말 검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을까?

가능하다.
각 튜브에는 특정 목적을 가진 첨가제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한 튜브의 첨가제가 다음 튜브로 넘어가면 원래 그 검체에 들어 있지 않아야 할 물질이 섞이게 된다.
아주 적은 양이라 하더라도 검사 항목에 따라서는 결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Order of Draw는 단순히 채혈사가 작업하기 편하도록 만든 순서가 아니다.
검체 간 첨가제 오염 가능성을 줄이고 검사 결과의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한 검사 전 단계(preanalytical phase)의 일부다.
환자가 보기에는 몇 초 동안 튜브를 하나씩 바꾸는 단순한 과정처럼 보이지만 검사실 입장에서는 채혈하는 순간부터 이미 검사가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튜브 안에 있는 약 때문에 피가 몸속에서도 굳지 않는 걸까?

간혹 채혈 튜브 안에 항응고제가 들어 있다는 말을 들으면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 물질이 내 혈관 안으로 들어가는 건 아닐까?”

일반적인 진공 채혈에서는 혈액이 몸에서 튜브 쪽으로 들어간다.
튜브 안의 첨가제는 채취된 혈액과 섞여 검체를 적절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채혈관 속의 첨가제를 환자에게 투여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튜브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검사를 위해 몸 밖으로 나온 혈액을 어떻게 보존하고 준비할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다.

결국 색깔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든 첨가제다

채혈 튜브의 뚜껑 색깔은 처음 보면 꽤 복잡하다.
보라색, 파란색, 빨간색, 금색, 초록색, 회색.
하지만 하나하나 외우려고 하기보다 원리를 이해하면 조금 단순해진다.

보라색 EDTA tube는 혈액세포를 분석할 수 있도록 혈액이 굳는 것을 막고, 연한 파란색 citrate tube는 응고검사를 위해 정해진 비율로 혈액을 받는다.
빨간색이나 금색 계열의 serum tube는 혈액을 굳힌 뒤 혈청을 얻는 데 사용될 수 있고, 초록색 heparin tube는 여러 혈장 기반 검사에 사용될 수 있다.
회색 fluoride tube는 glucose 검체를 보존하는 데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색깔에는 무조건 이 검사라고 외우는 것이 아니다.
뚜껑 색깔은 튜브의 첨가제와 용도를 쉽게 구분하기 위한 표시이고, 실제로 어떤 튜브를 사용할지는 검사 방법과 검사실의 절차에 따라 결정된다.

다음에 채혈할 때 튜브의 색깔이 하나씩 바뀌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단순히 색이 다른 플라스틱 뚜껑이 아니라, 그 안에서 각각 다른 상태의 검체가 준비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왜 애초에 이렇게 서로 다른 튜브가 필요한지가 궁금하다면 피검사할 때 왜 피를 여러 튜브에 나눠 뽑을까?: 전혈·혈장·혈청이 필요한 이유에서 그 이유부터 살펴볼 수 있다.

의학 정보 안내
이 글은 건강 및 의학 관련 내용을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인의 상태에 대한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관련 증상이 있거나 건강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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