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검사할 때 왜 피를 여러 튜브에 나눠 뽑을까?: 전혈·혈장·혈청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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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검사를 받다 보면 분명 바늘은 한 번 꽂았는데 채혈하는 사람의 손에서는 작은 채혈 튜브가 계속 바뀐다.
하나, 둘, 셋.
어떤 날은 네 개, 다섯 개의 튜브까지 이어질 때도 있다.

그러다 보면 괜히 궁금해진다.

“검사 몇 개 한다고 피를 이렇게 여러 튜브에 나눠 뽑는 거지?”

검사 항목 하나마다 채혈 튜브 하나씩 필요한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핵심부터 이야기하면, 피를 여러 튜브에 나눠 뽑는 가장 큰 이유는 검사마다 필요한 ‘혈액의 상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사람에게서 뽑은 같은 피라도 어떤 검사를 하느냐에 따라 혈액을 굳지 않게 유지해야 할 수도 있고, 반대로 완전히 굳힌 뒤 액체 성분만 사용해야 할 수도 있다.

결국 여러 개의 채혈관을 사용하는 것은 단순히 피를 나눠 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각 검사가 필요로 하는 상태의 혈액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같은 피인데 왜 한 튜브로 모든 검사를 하지 못할까?

우리 눈에는 어느 채혈관에 들어 있든 똑같은 빨간 피로 보인다.

하지만 검사실에서는 혈액을 하나의 동일한 재료로만 보지 않는다.
혈액 속에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같은 세포도 있고 여러 단백질과 전해질, 호르몬, 효소 등이 녹아 있는 액체 성분도 있다.

어떤 검사는 혈액세포 자체를 분석해야 한다.
어떤 검사는 세포가 아닌 액체 성분을 분석한다.
또 어떤 검사는 혈액이 실제로 얼마나 잘 굳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필요한 검사 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혈액을 준비하는 방법도 달라진다.
그래서 모든 검사를 하나의 채혈관에서 처리할 수 없는 것이다.

혈액검사에서는 전혈·혈장·혈청을 구분한다

피를 여러 튜브에 나눠 뽑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먼저 전혈(Whole Blood), 혈장(Plasma), 혈청(Serum)의 차이를 알아두면 쉽다.

전혈 Whole Blood

전혈은 혈액을 구성하는 세포와 액체 성분이 함께 있는 상태다.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같은 혈액세포를 직접 분석해야 하는 검사에서는 혈액이 굳어버리면 제대로 검사하기 어렵다.

대표적인 것이 CBC(Complete Blood Count)다.
CBC에서는 백혈구 수, 적혈구 수, 헤모글로빈, 혈소판 수 등 혈액세포와 관련된 여러 항목을 확인한다.

따라서 이런 검사를 위해서는 혈액이 굳지 않은 상태로 유지되어야 한다.

CBC 검사 항목 자체가 궁금하다면 이전 글인 CBC 혈액검사란? WBC·RBC·헤모글로빈·혈소판 수치 이해하기에서 따로 자세히 정리했다.

혈장 Plasma

혈액이 굳지 않도록 처리한 뒤 원심분리하면 혈액세포는 아래쪽으로 내려가고 위쪽에 액체 성분이 남는다.
이 액체가 혈장이다.
혈장에는 피브리노겐을 비롯한 혈액응고 관련 단백질이 남아 있으며, 다양한 검사에 사용된다.

혈청 Serum

이번에는 혈액을 먼저 굳힌다.
혈액이 충분히 굳은 뒤 원심분리하면 굳어진 혈액 성분과 액체가 분리된다.
이때 위쪽에 남는 액체가 혈청이다.

혈청은 여러 생화학검사, 호르몬검사, 면역검사 등에 널리 사용된다.
건강검진에서 흔히 보는 간 기능, 신장 기능, 전해질, 혈당 등 많은 검사도 혈청이나 혈장을 이용해 시행할 수 있다.

이런 검사 결과를 전체적으로 읽는 방법은 CMP 혈액 검사 결과 쉽게 보기: 간, 신장, 혈당 수치는 어디를 봐야 할까?에서 따로 살펴볼 수 있다.

검사 하나마다 튜브 하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여기서 한 가지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 있다.
검사 항목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채혈관 수도 같은 비율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하나의 혈청 검체에서 여러 종류의 생화학검사를 동시에 시행할 수 있다.
간수치, 신장 관련 수치, 전해질 등을 검사할 때 각각 별도의 튜브를 하나씩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적절한 검체를 여러 검사에 이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즉, 검사가 10개라고 해서 채혈 튜브가 10개 필요한 것은 아니다.

반대로 검사 항목 수가 많지 않더라도 서로 다른 형태의 검체가 필요하면 여러 채혈관이 필요할 수 있다.
CBC처럼 전혈이 필요한 검사와 혈청을 이용하는 검사, 그리고 별도의 조건이 필요한 검사가 동시에 처방된다면 서로 다른 채혈관이 필요해진다.

따라서 채혈관의 수는 단순히 검사 항목의 숫자보다 어떤 종류의 검체가 필요한가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채혈 튜브는 단순히 피를 담는 용기가 아니다

여러 튜브를 사용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가 있다.

채혈 튜브는 단순히 혈액을 담아두는 빈 용기가 아니다.
검사 목적에 따라 혈액이 굳지 않도록 도와주는 물질이 들어 있기도 하고, 혈액을 굳힌 뒤 액체 성분을 효과적으로 분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기도 한다.
그래서 같은 피를 넣더라도 어느 채혈관에 들어갔는지에 따라 이후 만들어지는 검체의 상태가 달라질 수 있다.

즉 검사실에서는 단순히 혈액이 담긴 용기가 아니라, 특정 검사를 위해 알맞은 조건으로 준비된 검체라는 점이 중요하다.
그리고 채혈관에 들어 있는 첨가제와 용도를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서로 다른 색의 뚜껑이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보라색, 파란색, 금색, 초록색 등 여러 색의 채혈관을 본 적이 있다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각 색깔이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검사에 사용하는지는 다음 글에서 따로 자세히 다뤄보려고 한다.

왜 어떤 날은 튜브가 두 개이고 어떤 날은 여섯 개일까?

병원에서 사용하는 채혈 튜브의 수는 방문할 때마다 달라질 수 있다.
어떤 날에는 튜브 두 개만 채우고 끝나는데, 다른 날에는 네 개, 다섯 개 이상의 튜브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채혈관이 많을수록 병이 더 심각하다는 뜻은 아니다.
필요한 검사의 종류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본적인 혈액세포 검사와 몇 가지 생화학검사만 시행한다면 비교적 적은 수의 튜브로도 충분할 수 있다.
반대로 여기에 응고 관련 검사, 호르몬 검사, 면역검사, 혈액형 검사나 각종 특수검사가 추가된다면 필요한 검체의 종류도 늘어날 수 있다.
같은 종류의 검체라도 검사량이 많거나 별도의 검사기관으로 보내야 하는 경우에는 추가 검체가 필요하기도 한다.

따라서 ‘채혈관 개수 = 검사 결과의 심각성’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채혈관 수는 주로 어떤 검사를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큰 튜브 하나에 피를 받아서 나눠 쓰면 안 될까?

여기까지 읽었다면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럼 큰 튜브 하나에 피를 많이 받은 다음 검사실에서 필요한 만큼 나누면 되지 않을까?”

문제는 검사마다 필요한 혈액의 상태가 다르다는 데 있다.

한 종류의 채혈관 안에서 이미 특정 조건으로 처리된 혈액을 다른 조건이 필요한 검사에 그대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또 검체를 임의로 다른 용기에 옮기는 과정에서 혈액 상태가 변하거나 검사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처음 채혈할 때부터 검사 목적에 맞는 채혈관에 혈액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 입장에서는 여러 개의 채혈 튜브가 번거로워 보일 수 있지만 검사실 입장에서는 오히려 각 검사를 정확하게 수행하기 위해 처음부터 검체를 구분하는 과정인 셈이다.

여러 튜브에 채혈하면 피를 너무 많이 뽑는 것은 아닐까?

채혈관 여러 개가 나란히 놓여 있으면 생각보다 많은 피를 뽑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특히 다섯 개나 여섯 개의 튜브가 연달아 채워지는 모습을 보면 괜히 걱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혈액검사에 사용하는 채혈관 하나에 들어가는 혈액량은 대개 수 mL 정도다.
따라서 일반적인 외래 혈액검사를 위해 몇 개의 채혈관을 사용하는 것은 성인의 전체 혈액량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양이다.

다만 모든 환자에게 채혈량이 똑같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어린아이, 체중이 매우 적은 환자, 심한 빈혈이 있는 환자, 장기간 입원하면서 반복적으로 많은 검사를 받는 환자처럼 상황에 따라 전체 채혈량을 더 신중하게 관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검사와 환자 상태에 따라 검사실과 의료진이 적절한 검체량을 결정한다.

피를 다시 뽑아야 한다고 하면 검사에서 문제가 나온 걸까?

가끔 피를 뽑은 뒤 다시 채혈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을 때가 있다.

이 말을 들으면 검사 결과에 무슨 문제가 생겼나 걱정할 수 있다.
하지만 재채혈이 반드시 몸에 이상이 발견됐다는 뜻은 아니다.
검사에 사용할 검체 자체의 상태가 적절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채혈 과정에서 적혈구가 많이 손상되어 용혈이 생겼거나, 굳지 않아야 하는 혈액이 굳어버렸거나, 필요한 검사량보다 검체가 부족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또 검체의 보관이나 운반 조건이 검사 기준에 맞지 않는 경우에도 재채혈이 필요할 수 있다.
검사실에서는 문제가 있는 검체로 억지로 결과를 만드는 것보다 다시 정확한 검체를 받아 검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재채혈 요청은 때로는 정확한 검사 결과를 위한 품질관리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튜브 수가 아니라 필요한 검체의 종류다

병원에서 피를 여러 튜브에 나눠 뽑는 모습을 보면 처음에는 조금 과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채혈관 하나하나는 단순히 피를 나눠 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검사는 혈액세포를 그대로 필요로 하고, 어떤 검사는 혈장이나 혈청을 이용한다.
또 검사에 따라 혈액을 준비하고 보관하는 조건도 달라진다.
그래서 피검사할 때 여러 튜브에 나눠 채혈하는 이유를 가장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검사마다 피가 다른 것이 아니라, 검사마다 필요한 ‘피의 상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검사 하나마다 튜브 하나씩 필요한 것도 아니고, 채혈관이 많다고 해서 더 심각한 검사를 받고 있다는 뜻도 아니다.
여러 채혈관은 서로 다른 검사에 필요한 검체를 정확하게 준비하기 위한 것이다.

다음에 채혈하면서 여러 개의 튜브가 차례로 바뀌는 모습을 본다면,

“왜 이렇게 피를 많이 뽑지?”

라고 생각하기보다

“각각 다른 검사를 위해 다른 상태의 검체를 준비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조금 쉬울 것이다.

그리고 채혈관을 자세히 보면 보라색, 파란색, 금색처럼 뚜껑 색깔도 제각각이다.

그렇다면 채혈 튜브의 뚜껑 색깔은 왜 다를까?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서 정리해보려고 한다.

피검사 결과지 자체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피검사 결과지는 왜 항상 어렵게 느껴질까에서 검사 결과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방법부터 살펴볼 수 있다.

의학 정보 안내
이 글은 건강 및 의학 관련 내용을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인의 상태에 대한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관련 증상이 있거나 건강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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