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취향이 사람을 표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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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여러 방식으로 드러난다.

직업, 나이, 사는 곳, 오래 해온 일, 자주 반복하는 습관 같은 것들.
누군가를 처음 떠올릴 때 우리는 보통 그런 것들부터 생각한다.
어디에서 일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시간을 지나왔는지.

그런데 가끔은 그런 큰 정보보다 아주 사소한 취향 하나가 사람을 더 조용히 표현할 때가 있다.

늘 같은 컵에 커피를 마시고, 외출 전에 그날그날 손이 가는 향을 고르는 것.
책상 위 물건의 위치가 조금만 바뀌어도 신경 쓰인다거나 조용한 키보드보다 또각거리는 소리가 있는 키보드를 더 좋아하는 것.
새것의 반듯함보다 오래 쓴 물건의 익숙함에 마음이 가는 것.
이런 것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별것 아닌 선택들이다.
하지만 그런 선택들이 반복되면, 어느새 그 사람의 분위기가 된다.

취향이라고 하면 뭔가 대단해야 할 것 같을 때가 있다.
멋진 브랜드를 알아야 하고, 좋은 음악을 많이 들어야 하고, 남들이 봐도 그럴듯한 무언가가 있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그냥 자꾸 손이 가는 것.
괜히 눈길이 머무는 것.
없어도 살 수는 있지만, 있으면 하루가 조금 더 나아지는 것.

그런 것들도 충분히 취향이 된다.

누군가에게는 향수가 그저 좋은 향일 수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하루의 기분을 바꾸는 작은 의식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커피가 단순한 카페인일 수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아침을 시작하는 조용한 버튼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키보드가 그저 입력 도구일 수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손끝으로 하루를 만지는 감각일 수 있다.

그래서 취향은 물건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그것은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고, 하루를 지나가는 방식이고, 자신을 조금 더 자신답게 만들어주는 작은 장치에 가깝다.

남들이 보기에는 다 비슷해 보일 수도 있다.
비슷한 향수, 비슷한 컵, 비슷한 책상 위 물건들.
하지만 이상하게 나에게는 다르다.
어떤 것은 오래 남고, 어떤 것은 금방 잊힌다.
어떤 것은 자주 쓰지 않아도 버리기 어렵고, 어떤 것은 별 이유 없이 다시 보게 된다.

그 차이를 굳이 끝까지 말로 풀어내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 있다.

그냥 나는 이게 좋다.

어쩌면 취향은 그 한 문장으로도 충분할지 모른다.

사람은 큰 선택으로만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매일 반복하는 작은 선택들 속에서 더 자연스럽게 비칠 때가 있다.
어떤 향을 좋아하는지, 어떤 소리를 편하게 느끼는지, 어떤 색을 곁에 두고 싶어 하는지, 어떤 물건을 오래 버리지 못하는지.

그런 것들은 사람을 크게 드러내지는 않는다.
대신 조용히 비춘다.

나는 그런 사소한 취향을 보는 일이 좋다.
누군가가 반복해서 고르는 것들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속도로 하루를 걷는지 조금은 알 것 같을 때가 있다.
대단한 이야기가 아니어도, 작은 취향 안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이 들어 있다.

취향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다.

책상 위에 놓인 컵 하나.
가방 안에 늘 들어 있는 물건 하나.
외출 전에 뿌리는 향 하나.
하루를 마무리할 때 듣는 음악 하나.
손끝에 닿는 키보드의 감각 하나.

그런 것들이 삶 곳곳에 작은 흔적처럼 남는다.

그래서 사소한 취향은 사소하지만은 않다.
어쩌면 그것은 누군가를 조용히 표현하는 가장 부드러운 방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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