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리학 일을 하다 보면, 유방암 검진을 앞두고 망설이는 사람에게서 비슷한 질문을 듣곤 한다.
“유방촬영을 정기적으로 받으면, 평생 아무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을 암까지 찾아내서 괜한 치료를 받게 되는 것 아닌가”라는 걱정이다.
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말도, 과잉진단이 걱정된다는 말도 모두 너무 단순하게 들리면 곤란하다.
실제 유방암 검진 연구에서는 과잉진단율을 0%에 가깝게 본 분석도 있고, 30~50%까지 추정한 분석도 있었다.
같은 질문에 이렇게 다른 숫자가 나왔다는 사실부터, 이 문제가 생각보다 쉽게 결론 낼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2026년 9월 말 JNCI(Journal of the National Cancer Institute)에 실린 재분석은 이 논쟁에 새로운 숫자를 더했다.
덴마크 남부대학교와 런던퀸메리대 연구팀은 유방암 검진 효과를 평가한 주요 무작위 임상시험 8건을 같은 틀로 다시 분석했다.
검진 종료 뒤 비교 집단이 검진을 시작한 시점과 추적 기간을 함께 반영하자, 각 시험의 초과 암 발생은 과잉진단이 매우 낮은 수준, 즉 5% 미만인 경우와 양립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다만 이것은 “과잉진단은 이제 5% 미만으로 확정됐다”는 선언이라기보다, 기존의 높은 추정치가 연구 설계와 추적 방식의 영향을 크게 받았을 수 있다는 방법론적 주장에 가깝다.
그래서 이번 결과를 볼 때는 두 질문을 나눠야 한다.
첫째는 왜 같은 현상을 두고 30~50%와 5% 미만이라는 큰 차이가 생겼는가다.
둘째는 이 결과가 실제로 검진을 받는 사람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다.
과잉진단 추정치가 낮아졌다는 사실이 곧바로 “검진은 많이 받을수록 좋다”는 결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과잉진단은 ‘오진’이 아니다
과잉진단은 암이 아닌 것을 암이라고 잘못 판정했다는 뜻이 아니다.
현미경으로 봤을 때 암 또는 암 전 단계 병변으로 진단할 근거는 충분하지만, 치료하지 않았더라도 그 사람이 평생 증상을 겪거나 생명을 위협받지 않았을 병변을 검진으로 발견한 경우를 말한다.
검진이 없었다면 모르고 지나갔을 가능성이 있는 병변까지 찾아냈다는 의미다.
모든 유방암이 같은 속도로 자라거나 같은 위험도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긴다.
특히 유관상피내암(DCIS)처럼 초기 단계에서 발견되는 병변은 생물학적 행동의 폭이 넓다.
일부는 침윤암으로 진행할 수 있어 치료가 필요하지만, 일부는 매우 느리게 진행하거나 평생 임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개별 환자에게서 “이 병변은 치료하지 않아도 괜찮았을 암이었다”고 사후적으로 판정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과잉진단은 개인 한 명에게 붙이는 진단명이 아니라, 검진군과 비검진군의 암 발생 양상을 장기간 비교해 추정하는 집단 단위의 통계 개념이다.
문제가 되는 이유는 발견된 암이 실제 치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수술, 방사선치료, 내분비치료 또는 항암치료의 부담은 물론이고, 암 진단이 남기는 불안과 삶의 변화도 무시하기 어렵다.
검진의 이익은 조기 발견으로 유방암 사망을 줄이는 데 있고, 과잉진단은 그 이익과 함께 반드시 따져야 할 비용 가운데 하나다.
왜 이전 연구에서는 30~50%라는 숫자가 나왔을까?
과잉진단을 계산하는 출발점은 검진군과 비교군의 암 발생 수 차이다.
검진을 시작한 집단에서 암이 더 많이 발견되면, 그 초과분 가운데 일부는 검진이 없었다면 평생 발견되지 않았을 암일 수 있다.
하지만 초과분 전체를 곧바로 과잉진단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
검진은 이미 존재하던 암을 더 이른 시점에 찾아내기 때문에, 검진을 시작한 직후에는 암 발생이 일시적으로 크게 늘어나는 현상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시간이 충분히 지나면 검진군에서 먼저 발견된 암 가운데 상당수는 비교군에서도 뒤늦게 진단된다.
이른바 ‘조기 발견에 따른 시차(lead time)’ 때문에 생긴 격차라면, 장기 추적 뒤 두 집단의 누적 발생률 차이는 줄어드는 방향을 보일 수 있다.
반대로 추적 기간이 짧거나, 비교군이 시험 종료 후 곧바로 일반 검진을 받기 시작하면 이 과정을 해석하기가 훨씬 어려워진다.
같은 자료라도 어느 시점까지 추적했는지, 비교군의 이후 검진을 어떻게 반영했는지, 어떤 분모를 사용했는지에 따라 과잉진단율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이유다.
기존의 높은 추정치는 틀렸다고 단정하기보다, 서로 다른 연구 설계와 계산법에서 나온 값으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
특히 ‘검진으로 발견된 암 중 몇 %인가’와 ‘검진 대상 전체에서 추가로 진단된 암 중 몇 %인가’는 분모부터 다르다.
이 차이를 설명하지 않은 채 “유방암 검진의 절반은 과잉진단”처럼 단순화하면, 숫자가 뜻하는 바보다 훨씬 강한 결론처럼 들릴 수 있다.
이번 재분석은 무엇을 다르게 봤나?
이번 JNCI 논문의 핵심은 초기의 암 발생 격차를 그대로 과잉진단으로 읽지 않고, 검진 종료와 비교군의 뒤늦은 검진 시작까지 포함해 해석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8개 무작위 임상시험에서 보고된 누적 암 발생 자료를 같은 분석 틀에 넣고, 두 개의 덴마크 지역 검진 프로그램에서 관찰된 장기 발생 패턴을 기준점으로 활용했다.
그 결과 기존에 크게 보였던 초과 암 발생의 상당 부분은, 검진이 암을 더 빨리 찾아냈기 때문에 생긴 일시적 격차로 설명할 수 있다고 봤다.
이 틀에서는 실제 과잉진단이 매우 낮은 수준일 가능성과 시험 결과가 모순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다.
중요한 것은 이 연구가 새로운 무작위 임상시험이 아니라, 이미 발표된 시험 보고서를 다시 해석한 재분석이라는 점이다.
연구팀도 초기 시험의 공개 자료가 완전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고, 덴마크 자료를 기준점으로 삼는 데 가정이 들어간다는 점을 한계로 밝혔다.
따라서 이번 논문은 기존 수치를 한 번에 폐기하는 최종 판정이라기보다, 과잉진단 추정에 쓰는 방법을 더 엄격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강한 문제 제기에 가깝다.
숫자가 낮아졌다고 검진을 더 자주 받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과잉진단 위험이 생각보다 낮을 수 있다는 결과는 검진을 둘러싼 불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검진의 위험과 이익은 과잉진단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유방촬영에서 이상 소견이 보여 추가 영상검사나 조직검사를 받았지만 결국 암이 아니었던 위양성(false positive)은 과잉진단과 다른 문제다.
위양성은 불필요한 치료로 이어졌다는 뜻은 아니지만, 추가 검사와 대기 기간의 불안, 조직검사의 통증과 드문 합병증 같은 부담을 남길 수 있다.
반대로 유방암 검진이 사망률을 낮춘다는 근거는 이번 재분석과 별개로 존재한다.
현재 미국 USPSTF는 평균 위험군 여성과 출생 시 여성으로 지정된 사람에게 40세부터 74세까지 2년마다 유방촬영을 권고한다.
다만 BRCA 유전변이, 과거 유방암, 고위험 병변, 젊은 나이의 흉부 방사선치료력처럼 별도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이 일반 권고를 그대로 적용하지 않고 개별 검진 계획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논문은 “검진의 위해가 과대평가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료이지, 매년 검진으로 바꾸거나 검진 간격을 임의로 줄이라는 권고는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숫자 하나가 아니라 균형이다
이번 재분석은 30~50%라는 높은 과잉진단 추정치가 추적 기간과 비교군 설정에 따라 크게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준 의미 있는 연구다.
동시에 5% 미만이라는 수치도 특정 분석 틀과 가정에서 나온 추정치라는 점을 함께 기억해야 한다.
과잉진단은 개인에게 직접 확인할 수 없는 통계적 개념이기 때문에, 앞으로 다른 연구팀의 독립적인 재현과 장기 자료 검증이 더 중요하다.
결국 누군가의 검진을 “과잉진단이 5% 미만이니 괜찮다”거나 “30~50%나 되니 피해야 한다”는 숫자 하나로 정할 수는 없다.
가족력, 유전적 위험, 유방 밀도, 과거 조직검사 결과, 현재 나이와 건강 상태에 따라 같은 유방촬영도 얻는 이익과 감수해야 할 부담이 달라진다.
이번 연구는 유방암 검진을 무조건 두려워해야 한다는 인식을 조금은 바로잡아줄 수 있다.
다만 내 검진 주기를 바꾸는 문제라면, 인터넷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숫자보다 내 위험도가 어떤지부터 의료진과 함께 확인하는 편이 훨씬 낫다.
참고 자료: JNCI 원문 — Breast cancer overdiagnosis in mammography trials – separating signal from noise: a meta-analysis · USPSTF 유방암 검진 권고 · Cochrane 리뷰 — Screening for breast cancer with mammography · European Journal of Cancer — Overdiagnosis in breast cancer screening: study design and calculations
관련 증상이 있거나 건강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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