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직검사나 수술 후 병리보고서를 받아본 사람이라면 “Positive”라는 단어 앞에서 멈칫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영어 시험에서 배운 대로라면 Positive는 “긍정적”, 즉 좋은 뜻일 것 같은데, 정작 보고서에서는 이 단어가 나오면 오히려 불안해진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반대로 Negative라는, 어딘가 부정적으로 들리는 단어가 오히려 안심해도 된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병리검사에서 Positive와 Negative는 좋다·나쁘다를 뜻하는 말이 아니라, “찾으려던 것이 검출되었는가”를 뜻하는 말이다.
그 “찾으려던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Positive가 반가운 소식일 수도, 걱정스러운 소식일 수도 있는 것이다.
Positive와 Negative는 원래 무엇을 뜻하는 단어일까?
병리검사에서 이 두 단어는 검사자가 특정 대상을 찾기 위해 조직이나 세포에 어떤 검사를 시행했을 때, 그 대상이 발견되었는지를 나타내는 말이다.
쉽게 말하면 시약이나 염색이 반응했으면 Positive, 반응하지 않았으면 Negative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세균을 찾는 특수염색을 했을 때 그 세균이 실제로 보이면 Positive, 보이지 않으면 Negative라고 기록하는 식이다.
즉 이 단어들은 그 자체로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표현이 아니라, “검출 여부”를 있는 그대로 알려주는 중립적인 용어다.
병리 보고서에서 흔히 보이는 Positive·Negative는 어떤 경우일까?
병리검사실에서는 기본 염색만으로 진단이 애매할 때 면역조직화학검사(IHC)라는, 세포 안의 특정 단백질을 색으로 표시해주는 검사를 추가로 시행한다.
예를 들어 폐에서 나온 종양이 어떤 계통의 암인지 추정하기 위해 TTF-1이라는 단백질 염색을 시행할 수 있다.
TTF-1이 Positive이면 폐 또는 갑상선 계통의 분화를 시사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지만, 이 결과 하나만으로 원발 부위를 확정하지는 않는다.
병리의사는 형태와 다른 면역염색 결과를 함께 보며 원발성 폐암인지, 다른 장기에서 전이된 종양인지 판단한다.
이런 식으로 하나의 병리 보고서 안에는 감염을 찾는 염색, 특정 세포 기원을 확인하는 염색, 치료 방향을 정하는 데 쓰이는 표지자 검사 등 성격이 전혀 다른 여러 개의 Positive·Negative가 함께 등장할 수 있다.
종양표지자 검사에서 Positive는 항상 나쁜 신호일까?
여기서 흔한 오해가 생긴다.
유방암 조직검사 결과지에 ER(에스트로겐 수용체) Positive라고 적혀 있으면 암세포에 어떤 수용체가 “더 있다”는 뜻이니 나쁜 것 아니냐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에 가깝다.
ER Positive인 유방암은 호르몬 치료제로 그 수용체의 작용을 차단하거나 억제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ER Negative 종양보다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선택지가 하나 더 생기며, 일반적으로 호르몬 치료에 잘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실제 예후는 암의 병기, HER2 상태, 등급, 유전자 검사 결과 등 여러 요소를 함께 봐야 판단할 수 있다.
즉 같은 “Positive”라도 그것이 치료의 실마리가 되는 표지자라면, Positive라는 결과 자체가 나쁜 소식이 아니라 오히려 다행스러운 정보가 될 수 있다.
절제연(margin) Positive는 무슨 뜻일까?
반대로 수술로 종양을 제거한 뒤 나오는 절제연(margin) 검사에서의 Positive는 상당히 다른 의미를 가진다.
절제연은 수술로 잘라낸 조직의 가장자리, 즉 “여기까지가 제거 범위였다”는 경계선을 뜻하는데, 이 경계선에서 암세포가 발견되면 절제연 Positive, 발견되지 않으면 절제연 Negative(음성, 깨끗한 절제연)라고 부른다.
절제연이 Positive라는 것은 병리의사가 검사한 절제면, 즉 수술로 잘라낸 조직의 가장자리에서 암세포를 확인했다는 뜻이다.
이는 수술 부위에 미세한 암세포가 남아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며, 암의 종류와 수술 부위, 절제연의 위치에 따라 추가 절제·방사선치료·전신치료 여부를 의료진이 검토하게 된다.
같은 보고서 안에서도 ER Positive는 반가운 소식이고 절제연 Positive는 걱정스러운 소식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감염을 확인하는 염색에서 Positive는 어떤 의미일까?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특수염색에서도 Positive는 “그 병원체가 실제로 조직 안에 있다”는 뜻으로 쓰인다.
예를 들어 위 조직검사에서 헬리코박터균을 찾는 염색을 했을 때 Positive가 나오면 그 균이 실제로 위 점막에 존재한다는 뜻이고, 이는 항생제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는 신호가 된다.
이 경우의 Positive는 앞서 본 절제연 Positive와 비슷하게, 몸에 없기를 바라는 것이 실제로 발견되었다는 뜻이라 좋은 소식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왜 같은 단어가 이렇게 다른 의미로 쓰일까?
정리하면 Positive와 Negative라는 단어 자체는 언제나 “찾으려던 대상의 검출 여부”만을 뜻할 뿐,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것은 그 검사가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대상이 몸에 있는 것이 유리한지 불리한지에 달려 있다.
세균이나 암세포처럼 없는 것이 좋은 대상을 찾는 검사라면 Positive가 걱정스러운 결과가 되고, 치료 표적이 되는 단백질처럼 있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는 대상을 찾는 검사라면 Positive가 반가운 결과가 된다.
즉 이 단어는 결과의 성격을 스스로 말해주지 않고, 그 앞뒤 맥락이 그 의미를 결정한다.
결과지에서 Positive를 볼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그러니 병리 보고서에서 Positive라는 단어를 마주쳤을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그 단어가 붙어 있는 항목의 이름을 확인하는 것이다.
조직검사 뒤 병리검사실에서 실제로 어떤 단계를 거쳐 이런 항목들이 만들어지는지는 내 몸에서 떼어낸 조직은 그다음 어디로 갈까?: 조직검사 뒤 병리검사실에서 벌어지는 일에서 다룬 적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나오는 각각의 검사 항목마다 Positive가 뜻하는 방향이 다르다는 것을 기억해두면 도움이 된다.
담당 의료진에게 “이 Positive는 좋은 건가요, 나쁜 건가요”라고 직접 물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단어 하나만으로 미리 낙담하거나 안심할 필요는 없다.
관련 증상이 있거나 건강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답글 남기기